위기를 인식한다는 것, 그리고 위기를 경험한다는 것.
- 작성일
- 11-08-06 23:33
이런 이야기도 있더군요.
경제학자가 한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그대로 들어맞는다면 그것도 그것나름대로 그 경제학자가 무능한 것이라고...
왜냐하면 경제학자가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것은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고 그에 대한 대비를 촉구하도록 하기 위함인데
그것이 그대로 들어맞았다는 것은 아무도 그 경제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니...
이는 그 경제학자가 얼마나 영향력이 없는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거라는 이야기죠.
재작년초였나 인터넷 상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태다라는 이야기가 많았죠.
그렇지만 별탈없이 지나갔고 반대로 기업 실적은 사상최대였나 그랬을 겁니다.
이때문에 MB에 대한 일방적인 반감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존재들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왔구요.
하지만 실제로도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하더군요.
다만 이것이 우리의 노력으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외부상황 즉, 예상치못하게 중국시장에서 큰 수익을 거두면서 상쇄해나간 거였구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중국 의존도는 사상최대 수준이 되었죠.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근본적으로 그때의 문제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일까요?
서브프라임 사태를 당시 재무장관 헨리 폴슨의 시각에서 다룬 미국 드라마 "Too Big To Fail"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고 세계 최대의 보험사 AIG가 부도 위기에 놓인 급박한 상황에서
당시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티모시 가이트너(현재 재무장관)가 조깅을 하던 도중
당시 재무장관 헨리 폴슨에서 전화를 걸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거리에 있는데
사람들은 다들 그냥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어요
모든 게 붕괴되기 직전이란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어요."
미국 정부와 FRB는 가계와 기업에 자금이 지원되기를 바라며 수조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이르면서 중국내 수출 산업이 붕괴하자 수조위안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정부의 소망과는 달리 대부분의 자금은 실제 경제 활성화에 쓰이지 못하고 해외 투자(미국)나 부동산 투자(중국)에 이용됩니다.
이는 비단 미국과 중국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다며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어느 것도 각국 정부가 원하는 효과는 가져오지 못하고 대단히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소모되고 맙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재정지출이라는 한쪽 날개가 꺽인 상황에서
신용등급강등으로 양적완화라는 다른 한쪽 날개도 꺽여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주식시장에는 미국이 기침을 해도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해외 여건에 굉장히 취약한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겠죠.
하지만 단순히 해외 여건에 취약하다는 정도의 말로는 부족합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전세계적인 파국은 쉽게 오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대공황의 공포는 그 무엇보다도 거대하고
중국 공산당 정부가 가지고 있는 사회불안에 대한 공포 역시 그 무엇보다도 거대하기 때문이죠.
적정한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아갈 겁니다.
다만 이렇게 강대국들이 타협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과연 한국과 같은 나라들을 희생양 삼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일본을 잃어버린 30년으로 밀어넣은 플라자 합의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죠.
과연 우리는 이러한 위기가 우리나라에 닥쳤을때 위기를 버틸만한 충분한 힘이 있을까요?
위기에 버티기는 커녕 가계부채, 부동산 경착륙과 같은 재앙이 터지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죠.
자신의 예측이 틀리기 위해서 누군가는 위기를 보고 위기를 말해야하는데... 과연 지금 누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