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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번역되어나온 막스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을 보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책에서는 ‘계약’이랄지 ‘신용’등과 같은 자본주의적 관행 혹은  합리성의 근원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자본주의의 특성을 단순히 돈에 대한 탐욕으로만 본다면 그 고유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 이득을 위한 이윤추구로서의 동기는 자본주의 이전에도 존재해 왔던 것이지 때문입니다.
그런데 루터와 캘빈과같은 신학자들이 해석한  프로테스탄티즘적인 시각으로 보면
자본주의하의 직업과 경제행위는 신에 의해서 부름받은(소명) 일인 동시에 예정된 구원(예정조화설)에 답하기 위한  윤리적 행위로 변모합니다 .
이전에는 세속적 삶이  단순히 개인적 사리사욕으로부터 동기지워진 것이었다면
프로테스탄티즘 이후의 세속적 삶은 "이웃사랑"을 실천하라는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의무가 된 것이지요.
구세계에서의 성직은 오직 성직자들의 전유물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사람들이 가진 직업들 모두가 하나님에 의한 소명으로서의 직업이 됨으로써 일상적 삶이나 경제행위조차도 구원을 위한 실천의 연장선상으로 볼수있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경제행위를 신앙과 윤리에 대한 반대항으로만 보았던  보았던 중세 카톨릭적 도덕률에서 벋어나 자신의 직업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내에서의 경제활동에 윤리적 근거를 마련하게 됨으로써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적 합리성의 윤리적 기초를 발견할수 있게 되었고 또 이를 발판으로 지속적 발전을 거듭할수있게 되었다는 것이 베버의 논점입니다 .

그런데 사실 베버의 이 책을 기존의 맑스주의적 시각에서는 맑시즘에 대한 이론적 비판으로 독해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맑시즘적 토대- 상부구조론의 입장으로보면 자본주의는 토대라고하는 하부구조에 의해 규정되는 역사적 체제에 불과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맑시즘을 단지 토대-상부구조론에 근거한 경제결정론으로만 보는 것은 편협한 해석일수 있습니다. 알튀세르의 경우 상부구조로 보았던 생산관계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경제결정론이 야기할 수 있는 화석화된 맑시즘해석을 거부하기도 하였죠. “최종심의 고독한 시간은 오지 않는다”라는 그의 말은 토대-상부구조간의 교차적이면서 중층적 관계를 표현하기 위함이었죠)  반면 상부구조로서의 종교와 문화를 강조하는 베버의 사회학은 이를 부정하고 자본주의적 상부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론으로만 이해되어왔던 측면이 있었죠.
그러나  맑시즘과 베버의 자본주의와 프로테스탄티즘에 대한 분석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맑스는 자본주의를 분석하면서 자본주의의 '역사성' 다시말해 자본주의의 생성과 소멸을 사유합니다. 자본주의 이전의 체제들이 그 체재내부의 맹아에 의해 자기부정됨으로써 새로운 채제로 변모한 것처럼 자본주의체제자체도 그 체제내부에 자기부정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적 유물론이 가능하게된 배경이죠. 반면 베버는 자본주의적 합리성의 기초에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이 윤리는 자본주의적 이윤추구그자체를 목적으로하는 윤리라기보다는 내세에서 신에 의한 구원을 받기 위해 현세에서의 직업적 소명에 충실하라는 “현세금욕주의”로서의 명령입니다. 때문에 자본주의와 프로테스탄티즘과의 만남은 필연적이라기보다는 우연적 결합의 산물이죠. 따라서 베버는 이러한 결합을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ed consequence'라고 이야기합니다.  자본주의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신으로부터의 구원받기위한 수단이나 과정에 불과한 것이지요.  

따라서 맑스가 사유한 자본주의의 역사성, 그리고 베버가 통찰한 자본주의적 합리성의 윤리적 기초에는 공통적으로 인륜성의 회복이라는 보편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있습니다.
맑스가 사적 유물론이라는 상상력을 통해 공산주의 혹은 코뮨주의라는 대안적 체제를 경유한 인륜성의 회복을 사유했다면 베버는 자본주의적 합리성내부에 프로테스탄티즘적 윤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간파함으로써 체제내부에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맹아가 존재함을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축적행위는 단지 사적 이윤의 추구만을 위함이 아니라 (신에 의한 구원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해방을 위한 행위가 되어야만 한다는 전복적 윤리가 자리잡고 있음을 간파한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이제 자본주의의 극복을 위해서라도 자본을 축적할 필요가 있게 됩니다.
자본주의체제내에서의 경제행위는 더이상 사적인 풍족이나 윤택만을 위한 개인적 행위가 아닐수 있게 됩니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극복을 위해서 전용되어질수있는 자본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축적할 자본이 되는 셈입니다.

때문에 이제 우리는 반자본주의적 실천을 하기 위해 모두가 맑스나 레닌처럼 직업혁명가가 되거나 자본주의적 부의 축적을 사적 이윤의 추구로만 봄으로써 냉소할 필요는 없게 됩니다. 모든 이윤추구행위를 부도덕한 행위로 치부하면서 도덕적 순혈주의자로 있을 필요도 없는 것이지요. 전에도 한번 이야기한적이 있지만 사회적 도덕이나 윤리의 본질을 개개인의 선천적인 이타적 본성의 결과로 볼 필요도 없습니다. 윤리라는 것은 초월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인간사회가 만들어내는 관계들 내부에서 그 관계가 필연적으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공백을 사유하기위한 팔루스적 기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열심히 자기자신의 직업에 그리고 자신이 행하는 경제생활에 충실하시면됩니다. 다만 그 행위가 단지 개인적 만족을 위한 사적이윤의 추구라기보다는 자기자신을 포함하여 인간전체의 해방 혹은 (신에 의한)구원을 위해 복무해야만하는 선택적 친화력elective affinity의 결과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겠지요.

밥벌이는 소설가 김훈이 표현한 것처럼 ‘지겨운’게 아닙니다. 반대로 우리는 “밥벌이의 지겨움”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밥벌이의 신성함’을 이야기해야합니다. 밥벌이가 신성한 노동일수있다는 작은 깨닮음혹은 결단으로부터 우리는 반자본주의적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실천을 시작해 나아가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