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하드를 뒤적이다보니
예전에 엠팍에 요런 글을 한번 올린적이 있더군요.
베팍에도 한번 재탕해도 될만한 글인거 같아 다시한번 올려봅니다.
보셨던 분들 없으시죠?  ㅎㅎ




요한복음 1장 1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In the beginning was the Word, and the Word

was with God, and the Word was God.

이 문장의 번역은 이렇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이 곧 하나님이시니라.

이렇게 됩니다.

여기서 해석상 문제가 되는 구절은 이곳입니다..

the Word was with God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and the Word was God. (이 말씀이 곧 하나님이시니라.)

이 부분입니다. 앞부분에서는 분명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어떤 것 즉 하나님과는 다른 어떤 것이었다가. 두번째 문장에서는

하나님과 동격 즉 Word = God 가 됩니다.

문법적으로 보자면 위의 문장의 be 동사는 완전자동사이고

두번째문장의 be동사는 2형식에 쓰이는 불완전자동사가 됨으로써 계사적으로 사용되는것을 알수있습니다..

이를통해서 알수있는 것은 처음에 하느님과는 다른 어떤 것이었던 말씀(Word)가 다음 문장에서는 하나님(God)가 된다는 것이죠.

김용옥은 이 1절 부분을 앞부분은 파르메니데스적 세계관이고 두 번째 절은 헤라클레이토스적 세계관이 나타나 약자가 하나로 융합된 사상으로 요한복음을 볼수있다고 말하면서 이부분은  하나의 패러독스다 라는 수준으로 이야기하면서 애써 이 구절에서 찾아볼수있는 영지주의적 해석의 가능성을 봉쇄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보기엔 이구절은 분명 영지주의적 해석을 가능하게하는 구절입니다. 즉 Word는 태초에 전능한 존재인 God와는 다른 어떤 것으로서 그것과 같이 있다가 (Word was with God) 그다음에 신으로서 격상되는 과정을 밟은 어떤 것(and Word was God)으로 보는것이 적절한 것 같다는 것입니다. 영지주의적 해석에서는 유일신적이라기보다는 세계를 창조한 신을 보다 하위의 어떤 신으로 상정하고 그보다 높은 차원의 신이 존재함을 그리고 그 신이 보다 전능한 신임을 주장합니다. 때문에 이처럼 말씀 Word가 신God가 아니었다가 신God이 된다( become)고 이야기하는 (하는 것 같은) 요한복음의 구절은  영지주의적 관점에서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해석이 됩니다. 도올의 그의 지금과 같은 성서해석학을 가능하게한 불트만의 해석에서도 이러한 영지주의적 관점을 적어도 요한복음의 해석에 있어서 만큼은 많은 부분에서 받아들이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보기에도 요한복음은 적어도 이 앞구절에서만큼은 분명 영지주의적 즉 그노시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패러독스가 개입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해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김용옥 선생은 기독교를 유일신 사상으로 바라봄으로써 보다 진일보한 종교로 취급합니다. 따라서 성서를 이처럼 다신적으로 해석하는 영지주의적 관점으로 다시금 회귀하게 되면 성서에 대한 일관된 해석이 불가능하게 되고 해석상의 난맥에 빠지게 될 위험을 피하고자하는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분명 초기 기독교시절에는 나그함마디 문서나 최근 발견된 유다복음서등에서도 알수있듯이 영지주의 즉 그노시즘의 영향이 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두 번째절 즉 in him was life ......등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수있는데 흔히 영지주의에서의 그 감추어진 지식은 빛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고 그로부터 생명이 탄생하고 그것이 생명의 근원임을 이야기합니다. 세계의 창조와 생명의 창조 그리고 인간의 창조는 소피아라고 불리는 신성한 말씀 혹은 (여)신에 의해 이루어졌고 인간은 그러한 창조의 지식을 그노시즘이라고 하는 신비한 깨달음 혹은 지식을 통해 자각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것은 빛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이제 겨우 요한복음의 1장 1절 그리고 2절만 보았는데도 그속에는 영지주의의 영향으로 해석될수있는 여지가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보는 것이더 정확할까요? 김용옥선생처럼 1장 1절을 “패러독스”로 바라보는 해석하는 것? 아니면 영지주의적 다신론을 받아들임으로써 패러독스가 아닌 논리적인 자기표현으로 보는 것?

어떤 것이 더 올바른 해석일까는 요한복음의 나머지 부분을 좀더 상세히 들여다 봄으로써 보충되리라고 봅니다만 저는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