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요 아래 알투디투님이 새로나온 책 소개를 해주셨길래 
저도 몇권 추가해 봅니다.

최근들어서 굵직굵직한 명저들이 개역본으로 다시 출간되거나
신간으로 출간되었는데요. 그중 몇권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소개해 드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문학평론가이자 작가인 모리스 블랑쇼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문학의 공간>입니다. 원래 이책은 책세상이란 출판사에서 출간된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린비에서
새로 번역해 출간하였네요. 모리스 블랑쇼는 문학을 '표현불가능'한 것을 사유하려는 행위로 이해합니다.
데카르트적인 코기토적 주체가 사유할수있는 영역 너머의 사유불가능한 공간을 표현하려는 행위가 바로 문학이라고
그는 정의합니다. 말할 수없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을 거는 과정을 문학이 자리한 공간이라고 본 것이죠.
따라서 그에게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영역은 죽음, 침묵, 고독, 부재, 타자와 같은 주제들입니다. 
자기동일성으로 주체화할수없는 타자에 대한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타자의 윤리에 대해 깊은 사유의 흔적을 남기기도 했죠. 
타자의 윤리학으로 유명한 레비나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던 것으로 유명하죠.
고독과 은둔을 몸소 실천한 결과 언론이나 매체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서 남겨진 사진조차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20세기 이후 문학계와 비평계 그리고 철학의 영역에  남긴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수있습니다. 
영화평론가로 유명한 정성일씨가 손으로 꼽는 두 비평가가 있는데 그들이 바로 발터 벤야민과 바로 이 모리스 블랑쇼라고 하는군요.
 


 

다음으로 소개할 책은 장 뤽 낭시의 <무위의 공동체>입니다. 낭시는 알랭 바디우와 함께 생존한 프랑스 철학자중 가장 중요한 인물중
한 사람이라고 할수있습니다. 최근 타계한 필립 라쿠 라바르트와 더불어 독창적 사유를 선보인 현대(정치)철학자 중 한명으로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 뤽 낭시는 앞서 소개한 모리스 블랑쇼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블랑쇼가 강조하는 문학언어는 공동체를 낳는 언어인데 여기서의 공동체는 그런 의미에서 문학적 공동체가 됩니다.
공동체 자체가 문학적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블랑쇼의 공동체에 대한 사유에 영감을 불어넣어준 책이
바로 낭시의  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낭시에 의하면 공동체는 공동체의 단일한 목표나 목적 혹은 의도로 환원될 수 없는 공동체 내부 주체들간의 '관계'를
포함합니다. 그런데 이 관계는 평등한 주체들간의 소통의 공간인 동시에 사회나 공동체의 보다 일차적인 근원으로서의 관계입니다.
이를 그는 '무위'라고 표현을 하였고 따라서 이에 기초한 공동체를 '무위의 공동체'라고 이야기 했던 것이지요.
모리스 블랑쇼와함께 장 뤽 낭시의 주요저작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는데
이 기회에 두 책을 같이 펴놓고 읽어보면 두 사상가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알랭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 1>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랬동안 출간되기를 기다려 왔던 책을  두 권만 꼽아보자면 한권은 자크 라캉의 <에크리>이고(에크리도 올해 출간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긴하더군요.  물론 그것도 나와봐야 알겠습니다만) 
나머지 한권이 바로 이 책입니다.  안읽히는 영역본으로 코끼리다리 쓰다듬는 정도로만 들여다 보았던 책인데
이제 번역본이 나왔으니 제대로 실체를 확인할 수있겠네요.
바디우에 대해서는 몇번 언급한적이 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이 책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20세기초에 출간되어 서양철학계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필적할만한 대작이라고 할수있는 책입니다.
소위 포스트모더니즘과 포스트구조주의로 대변되는 상대론적 철학을 거부하고 수학기초론에 근거한 플라톤적 실재론의 사유를
펼쳐보인 기념비적 저작입니다. 질 들뢰즈의 유동의 철학과 더불어서 바디우의 철학을 넘어서는 작업이야 말로 미래의 철학이 풀어야 할
큰 숙제중 하나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책은 자크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입니다.
자크 데리다는 잘 아시다시피 소위 해체론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표적 철학자이지요.
바로 이 책이 자크 데리다의 해체론를 전세계에 최초로 알린 저작이자 그의 대표작입니다.

이 책에서 데리다는 플라톤철학 이래로 서구철학의 중심적 흐름이 되어온 이성중심주의 혹은 로고스중심주의에 반기를 듭니다.
그가 보기에 서구의 사유는 문자언어와 음성언어를 구분하면서 후자에 로고스적 지위를 부여해온 형이상학의 역사입니다.
그러나 데리다가 보기에 이 역사는 소위 에크리튀르로 불리우는 문자언어와 음성언어의 분리이전의 언어를 배제해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텍스트의 외부는 없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문자화된 언어 혹은 언어화된 문자로 이루어진 에크리튀르적 상황의 근본적 특성을 말해줍니다.
이로서 서양의 형이상학의 역사는 근본적으로 재구성됩니다. 바로 기표와 기의간의 차이에 기초를 둔 텍스트로서의 언어에 의해서.
이렇게 현전의 형이상학은  "해체"되게 되는데 서양형이상학 전체를 관통시키는 이와같은 야심적인 비판을
데리다는 바로 이 책에서 펼쳐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그라마톨로지>는 오래전 민음사에서 김성도씨에 의해 출간되었다가 번역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고 그 뒤 동문선에서
다시 출간된 적이 있지요. 그러나 이 책 역시 번역에 대해서 말이 많은 책이었는데 이번에 김성도씨가 다시 민음사에서 전면개역판을 낸 것인데
결과물이 어떨지는 직접 책을 읽어보면서 확인해 봐야겠네요. 

 

    


마지막으로 과학책 한권 소개해 드립니다. 오래전 베팍에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한 기억이 있는데요.
http://www.baseballpark.kr/bbs/board.php?bo_table=bullpen&wr_id=298482&sca=&sfl=wr_name%2C1&stx=punkrocker&sop=and&spt=-40907&page=1

원서로 좀 들여다보다가 영어 + 수학의 압박으로 책장에 고이 모셔놓았던 책입니다.-_-
원래 내용도 쉽지 않은데다가 양도 방대해서 이 책도 위의 <존재와 사건>과 더불어서 오랬동안 번역을 기다려왔던 책중 하나였죠.
<엘리건트 유니버스>와 <파인만의 물리학강의>등의 과학서적 번역으로 유명한 박병철씨번역으로 이번에 드디어 출간이 되었네요.
예상대로 한권으로는 도저히 낼수 없는 분량이라 1, 2권으로 나눠서 출간되었군요.
 
책 내용에 대해서는 위에 링크해드린 저의 글을 참조하시면 될 것 같고요.
번역본과 관련해서 한가지 첨언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제목입니다.
제목을 <실체에 이르는 길>로 해석을 했는데 이는 원제목의 Reality를 실체로 해석한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철학에서는 Reality를 실체substance보다는 실재로 많이 번역합니다.
그리고 이 '실재'는 플라톤 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반면 '실체'는 플라톤철학의 이데아론을 비판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가 주로 세공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펜로즈의 사유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가깝다기보다는 수학적 '실재론'에 기반을 둔 물리,수학론이기 때문에
Reality라는 용어를 실체로 번역한 것은 역자의 큰 판단착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과학저술번역가인 전대호씨의 경우는 <위대한 설계>등의 번역서에서 Reality를 실재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과학책의 번역이지만 역자의 철학적 소양에서 좀 아쉬움이 남는 케이스라고 해야 겠네요. 

그밖에도 몇권 더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요기까지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