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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의 타이중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에서 한국의 삼성 라이온즈가 2011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른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이한 이번 대회에는 한국, 일본, 호주와 개최국 대만의 프로리그 우승팀들이 참가했는데, 4개국 이상이 참가하기로는 다섯 번째다. 대회가 일본이 아닌 나라에서 개최되기는 처음이다. 거기에는 대만의 기후조건이 크게 한 몫을 했다. 대만은 한겨울에도 한낮의 기온이 섭씨 15~2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야구 경기를 하는 데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아시아시리즈는 국가대항전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명실상부한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나 올림픽과 달리 클럽 챔피언 대항전이기 때문에 참가팀들의 승부에 대한 집착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참가팀들의 몇몇 주력 선수들은 엔트리에서 아예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구나 아시아시리즈는 일본에서만 개최되어 왔고, 또 홈팀인 일본 프로팀이 우승을 독식했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사정이 아무리 그렇다 해도 각 나라의 리그가 모두 끝난 뒤 열리는 이 대회는 자국 리그 우승팀끼리의 대결이기 때문에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나라의 야구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회를 계속 유치해 왔던 일본은 한국이나 대만에 이기면 본전, 패하면 망신이라는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대회에 임해 왔던 것이다. 우리 역시 일본에게는 이기면 좋고 져도 본전이라는 편한 생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지만, 대만 전에서 만큼은 이기면 본전이고 패하면 망신이라는 부담을 쉽게 털어낼 수는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소프트뱅크는 베스트맴버로 나오지 않았다. 팀의 좌완 원투 펀치인 스기우치 토시야와 와다 츠요시, 그리고 코쿠보 히로키와 마츠나가 노부히코 등 투타의 핵심 선수들이 참가선수 명단에서 모두 빠졌던 것이다. 그건 팀 자체의 사정상 불가피한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핑계거리를 만들어 두고자 하는 속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정은 삼성도 마찬가지였다. 삼성 역시 안지만, 윤성환, 차우찬, 조동찬과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빠진 상태로 경기를 치렀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주력 포수인 진갑용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또 결승전 경기 초반에 공수에서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박한이 선수까지 파울 타구를 잡으려고 슬라이딩 하다가 무릎 부상으로 빠졌다. 말하자면 1.5군끼리 결승전을 치른 셈인데, 조건이 같았으므로 소프트뱅크로서는 패배의 변명거리를 찾기가 궁색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경기 내외적으로 부담이 적지 않았을 텐데도 적지에서 대만을 누르고 결승에 올라 일본까지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 삼성의 경기력은 단연 돋보였다. 특히 결승전을 염두에 두고 일본과의 예선전에 연막을 쳤던 류중일 감독의 전략도 결과적으로는 훌륭하게 들어맞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팀의 감독답게 버리는 경기와 꼭 잡을 경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팀을 탄력적으로 운영한 류중일 감독의 용병술에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아시아시리즈에서 우리 프로팀이 우승을 차지하기는 이번이 물론 처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일본에게 번번히 패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7년과 2008년 대회에서는 비록 예선전이기는 하지만 SK가 그해 일본시리즈 우승팀인 주니치 드래곤즈와 세이부 라이온즈를 이긴 적이 있다. 그리고 명실상부한 국가대항전인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우리는 일본을 두 차례나 연거푸 꺾은 바 있다. 또한 제2회 WBC에서도 또 다시 일본을 두 번 눌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베스트맴버로 맞붙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두 번 연속 승리하고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우리 선수들은 언제든 일본과 맞붙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대회가 끝난 후 류중일 감독도 "일본과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였다는 데 만족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과 일본의 야구 수준은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일본 프로야구 역사는 우리보다 무려 46년이나 앞서 있다. 야구장과 같은 인프라 하나만 놓고 보아도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일본은 힘보다는 기교를 앞세운 야구를 한다. 필자도 대학시절에 일본과 경기를 몇 차례 해 본 적이 있는데 일본팀 타자들은 큰 것 한방보다는 확실히 단타 위주다. 이런 타자들에게는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 한마디로 경기하기가 편하다는 얘기다. 지난 달 29일에 벌어진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도 컨트롤을 동반해서 자신 있게 공을 뿌린 장원삼의 피칭이 일본 타자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또 하나 일본의 전통적 아킬레스건은 한국의 좌 투수에게 큰 약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로 올라가면 이선희부터 구대성, 류현진, 김광현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왼손투수들에게 일본은 매번 발목을 잡혔다. 이는 물론 우리의 좌 투수들이 잘 던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주력 타자들 중 좌타자들이 많은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회에 일본 대표로 참가한 소프트뱅크의 경기 스타일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듯이 일본은 기본기와 데이터에 입각한 세밀하고 지키는 야구를 한다. 역대 기록을 보더라도 일본은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점수를 쉽게 내주지 않는 경기를 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은 이기든 지든 스코어가 많이 나지 않는 스몰야구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호쾌한 맛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상대의 약점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철저하게 파고들어 상대를 흔들어놓는 게 바로 일본 야구의 특성이고 강점이다. 이번 아시아시리즈 삼성과의 1차전에서도 그런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 선수들은 삼성 투수들의 킥모션이 크다는 것을 간파하고 도루를 무려 일곱 개나 성공시켜서 다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복싱으로 비유하면 잽을 수없이 날려 결국 판정승이나 TKO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일본 야구가 파워 면에서는 한국이나 대만에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즉 한국 야구는 일본에 비하면 기술과 파워를 겸비했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하드웨어에 힘을 더하고, 많은 경기 경험을 통해 기술이 붙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법이다. 일본이 한국 야구를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힘이다. 힘이 뒷받침되어야 투수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타자도 강하고 빠른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의 야수들은 공을 멀리 던질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 반면 일본의 야수들은 하나같이 송구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템포 빠른 중계플레이로 이를 커버한다.

여기서 다시 묻고 싶은 것은, 기술과 파워를 겸비했으므로 한국 야구는 세기를 위주로 하는 일본 야구와 이제는 대등한 수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이다. 성인 야구의 중요한 젖줄인 고교 야구팀 수를 비교해 보면 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의 고교 야구팀은 무려 4300여 개에 이른다. 우리는 고작 53개 고교에서 야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WBC에서 다른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팀을 최대 2~3개까지 만들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 일본 프로팀들은 보통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다. 그러면서도 1번과 6번 선발투수의 기량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는 WBC에 내보내는 국가대표 팀을 만들 때, 그와 같은 팀을 두 팀 만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다른 것보다도 바로 이 차이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한마디로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물론 대한야구협회나 KBO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밑으로 들어가는 문은 넓은데 나가는 문이 좁으면 어린 선수들은 일찌감치 야구를 그만두거나 아예 입문조차 포기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도 이제는 10번째 구단을 찾고 있다. 그와 더불어 초, 중, 고, 대학팀의 증설과 지원을 통해 야구 인구를 실질적으로 늘려야만 우리 야구를 일본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사족을 하나 달자면, 이번 아시아시리즈의 대만 개최와 관련해서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내년 대회의 한국 유치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내에는 아직 일본과 같은 돔구장이 전무하다는 점과, 대만과 같이 따뜻한 나라가 아니라 11월에 국제대회를 유치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대회 유치를 아예 시도해보지도 않고 매번 다른 나라에서 각종 예선이나 본선대회를 하는 것을 쳐다보기만 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11월 중순 쯤 치르는 국제대회 때 날씨가 다소 쌀쌀할 수도 있겠으나 부산쯤에서 경기를 하게 된다면 큰 무리 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다고 본다. 아무튼 KBO가 부단히 노력해 내년 말 쯤에는 국제대회를 국내에서도 봤으면 하는 바램 이다.



박노준 선수때는 좋아 했는데 왜 해설자가 되고 나서
비호감이 된건지

일본 타자 파워가 한국 대만보다 현저희 떨어 지다니
이거보고 그냥 안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