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은 아니고] 지리산 다녀오기.
- 작성일
- 10-10-11 11:31
N모사마께서 쪽지를 주셨습니다. 지리산 다녀오려 하는데 뭘 준비하면 좋을까...
저라고 똑별나게 남보다 아는 게 많을 리는 없으나 십시일반으로 아는 걸 보태보는 차원에서 올려봅니다.
다른 분들의 좋은 정보 역시 부탁드립니다.
N모사마의 질문은 여기 있네요.
http://www.baseballpark.co.kr/bbs/board.php?bo_table=bullpen2&wr_id=540764
I.
질문 올린 순서대로 의견을 말씀드리면,
1. 때는 가을 단풍철, 당연히 평소보다는 사람 많습니다. 주말에는 레알 아비규환. 정말로 앞사람 뒤통수만 보면서 따라 걷는 사태도 있지요.
다행(?)스러운 것은 지리산에 본격적인 단풍이 들 때까진 아직 2-3주 정도 시간이 남았으니 그 전에 평일 하루 잡아 후딱 다녀오시면 그런 사태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약간의 위험을 무릅쓴다면 이런 코스가 어떨까 추천해 봅니다. 지리산 '최후의 비경'으로 꼽히는 칠선계곡 탐방인데요. 워낙 험준한 코스로 악명 높아서 자연보호+산행객 안전을 위하여 평소에는 폐쇄해 놓다가 봄/가을에만 잠시 예약제로 개방하는 코스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 보시고.. http://ecotour.knps.or.kr/reservation/Chilsun.aspx
올라가기를 월/목에, 내려오기를 화/금에 하는데 10월까지만 시행하는 것이니 후딱 예약해 보시는 것도.(경쟁은 엄청납니다. 15일전 오전 10시 1초 이내 클릭 실패하면 예약하기 힘들 듯)
여행자보험에 가입해 놓고 가지 않으면 예약에 성공하더라도 안 끼워줄 정도로 빡센 코스니 잘 생각해 보심이ㅎㅎㅎ
2-1. 위에 추천한 칠선계곡 탐방을 '올라가기'로 신청할 경우 전날 추성리에 도착 민박을 한 뒤 아침에 출발하여 천왕봉을 찍고 곧바로 중산리로 하산하거나(대략 4시간) 장터목을 거쳐 백무동으로 하산하면(대략 5시간) 비박 준비는 안 해도 되겠으나 '내려가기'를 신청한다면 반드시 장터목에서 1박을 하셔야 합니다. 단풍철 장터목 예약은 Mission Impossible에 가까운 일이니 완전무장을 하고 반드시 비닐 커버 및 침낭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10월 장터목 온도는 영하권에서 논다고 보셔야 ㄷㄷㄷ
2-2. 질문의 취지에 맞추어 답을 하자면; 당일산행을 한다 하더라도 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진 알 수 없는 일이니 입지 않더라도 두툼한 옷과 방수 커버는 꼭 챙기셔야 합니다.
3. 백무동입구에서 직접 동서울로 가는 건 정식 시외버스 외에도 이맘때라면 길거리에 널려 있는 사설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괜히 동서울을 거쳐 돌아가는 건 여러 모로 귀찮지 않을까요?
백무동에서 수원 직행 차량을 찾기는 어렵겠습니다만, 함양터미널로 가면 수원(거쳐 안산, 인천으로 가는)행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막차가 18:30이라는 건데(소요시간 약 3시간) 이걸 놓치지 않으려면 백무동에서 17:30 이전에 함양 가는 버스를 타셔야 한다는 거. 당일종주로는 여러모로 빡센 일정을 소화하셔야 ㅎㅎㅎ
II.
자, 이제 당일종주를 위한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자면 ㅎㅎㅎ
(시속 3km 정도 달리는 걸 가정합니다)
1.
22:50 용산에서 구례구행 열차 탑승
03:23 구례구역 하차, 곧바로 구례터미널로 이동하여 04:00 구례터미널을 출발하는 성삼재행 버스에 올라탑니다.
4시까지 기다리기 귀찮다면 역 앞에 좌~악 서 있는 택시를 잡아타고 성삼재에 오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 3-4만원 정도 요구할 터이니 주변 아저씨 세 분을 잘 꼬드겨 요금을 뿜빠이하면 그럭저럭 너무 비싸지 않게 갈 수 있겠죠?
2. 노고단대피소까지는 그냥 아스팔트길이니 남자 한 명의 걸음으로 30분 이내로 오를 수 있을 겁니다. 넉넉잡아 노고단 도착 시각을 5시라 가정하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능선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첫번째 휴식의 포인트는 노고단에서 3.2km 거리의 임걸령. 한 시간 남짓 걸릴 겁니다.
중간에 음식을 먹을 장소가 마땅찮으니 아직 춥고 어둡더라도 여기서 아침을 해결하기를 권합니다. 임걸령 샘에서 수통에 물도 채우고. 그러면 휴식 포함하여 아침 7시 쯤.
3. 임걸령에서 화개재까지 3km 쯤 이동하고 잠시 쉽시다. 오전 8시 30분.
4. 화개재에서 연하천까지의 4.2km 가 가장 힘든 코스입니다. 그래도 당일종주를 하려면 늦추어서는 곤란-_-;; 10시.
5. 연하천대피소에서 벽소령대피소까지의 3.6km는 직전 코스에 비하면 탄탄대로. 여기는 1시간에 달려주셔야. 11시
6. 벽소령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까지 6.3km. 난이도는 큰 차이 없으나 그래도 꽤나 가파른 내리막이 많은 길입니다. 조심하시고.
아무리 급해도 끼니를 거르면 큰일납니다. 반드시 점심을 드세요. 13시.
7. 세석대피소에서 장터목까지 3.4km는 이제 몸이 완전히 적응되었을 것이므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달려갑니다. 14시 30분.
8. 장터목에서 가방을 아무 데나 던져놓고 천왕봉을 다녀옵니다. 편도 50분 정도 잡고 인증샷 찍는 시간까지 2시간 잡으면 16시 30분.
9. 장터목에서 백무동까지 5.9km는 힘들다기 보다는 위험한 길입니다. 계곡 옆의 바위를 달려내려가는 거라 굉장히 미끄럽거든요. 보통 2-3시간 정도 잡습니다.
이리 따져보니 17시 30분에 백무동-함양 버스를 타긴 어렵겠군요-_-;;; 따라서 18시 30분 함양-수원 버스도 꽝. 아마도 19시 함양-동서울 버스도 꽝-_-;;;
결론: 당일 종주를 하고 수원으로 컴백하는 건 제 걸음으론 어렵겠다.
나사마께서는 자신의 주력을 잘 생각해보신 후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III.
당일 귀가를 포기하기 어렵다면 과감하게 중간에 내려와야겠지요?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화개재 이전에서 하산하실 것 같진 않으니 그 이후 코스만 말씀드리면,
1. 벽소령에서 함양 음정으로 내려가실 수 있습니다. 처음 10분만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면 그 뒤로는 자동차도 다니는 포장도로 수준의 비포장 도로가 끝없이-_-;;; 펼쳐집니다. 이쪽으로 내려가심 아마 지겨워 쓰러지실 듯. 통제구역이기에 히치하이킹에 성공할 확률도 거의 없고.
2. 세석대피소에서 북으로는 백무동으로, 남으로는 거림 (어느쪽으로는 대략 6km 정도)으로 가실 수 있습니다. 거림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교통편은 극악이라 보셔야 하니 여기서 하산한다면 백무동으로 가셔야 할 듯.
3. 장터목까지 와서 천왕봉을 안 찍기는 무지 아쉬운 일이겠죠? 어쨌든 장터목에서 백무동은 물론, 중산리로 하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지리산에서 최단거리 하산코스로 꼽히는 곳이 중산리이니 정 시간이 급하면 이쪽을 이용해보셔도 되겠습니다. 중산리에서 버스 또는 택시를 타고(최하 3만원) 진주(또는 원지)까지 이동하면 서울행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막차는 수원행 19:30, 서울행 21:00 입니다.
진주로 가면 좋은 점 하나는 24:00에 출발하는 남부터미널행 심야우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략 새벽 3시 남짓하여 떨어지니 터미널 옆 찜질방에서 잠시 눈좀 붙였다가 아침에 수원으로 이동하시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즐 산행하시길.
저라고 똑별나게 남보다 아는 게 많을 리는 없으나 십시일반으로 아는 걸 보태보는 차원에서 올려봅니다.
다른 분들의 좋은 정보 역시 부탁드립니다.
N모사마의 질문은 여기 있네요.
http://www.baseballpark.co.kr/bbs/board.php?bo_table=bullpen2&wr_id=540764
I.
질문 올린 순서대로 의견을 말씀드리면,
1. 때는 가을 단풍철, 당연히 평소보다는 사람 많습니다. 주말에는 레알 아비규환. 정말로 앞사람 뒤통수만 보면서 따라 걷는 사태도 있지요.
다행(?)스러운 것은 지리산에 본격적인 단풍이 들 때까진 아직 2-3주 정도 시간이 남았으니 그 전에 평일 하루 잡아 후딱 다녀오시면 그런 사태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약간의 위험을 무릅쓴다면 이런 코스가 어떨까 추천해 봅니다. 지리산 '최후의 비경'으로 꼽히는 칠선계곡 탐방인데요. 워낙 험준한 코스로 악명 높아서 자연보호+산행객 안전을 위하여 평소에는 폐쇄해 놓다가 봄/가을에만 잠시 예약제로 개방하는 코스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 보시고.. http://ecotour.knps.or.kr/reservation/Chilsun.aspx
올라가기를 월/목에, 내려오기를 화/금에 하는데 10월까지만 시행하는 것이니 후딱 예약해 보시는 것도.(경쟁은 엄청납니다. 15일전 오전 10시 1초 이내 클릭 실패하면 예약하기 힘들 듯)
여행자보험에 가입해 놓고 가지 않으면 예약에 성공하더라도 안 끼워줄 정도로 빡센 코스니 잘 생각해 보심이ㅎㅎㅎ
2-1. 위에 추천한 칠선계곡 탐방을 '올라가기'로 신청할 경우 전날 추성리에 도착 민박을 한 뒤 아침에 출발하여 천왕봉을 찍고 곧바로 중산리로 하산하거나(대략 4시간) 장터목을 거쳐 백무동으로 하산하면(대략 5시간) 비박 준비는 안 해도 되겠으나 '내려가기'를 신청한다면 반드시 장터목에서 1박을 하셔야 합니다. 단풍철 장터목 예약은 Mission Impossible에 가까운 일이니 완전무장을 하고 반드시 비닐 커버 및 침낭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10월 장터목 온도는 영하권에서 논다고 보셔야 ㄷㄷㄷ
2-2. 질문의 취지에 맞추어 답을 하자면; 당일산행을 한다 하더라도 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진 알 수 없는 일이니 입지 않더라도 두툼한 옷과 방수 커버는 꼭 챙기셔야 합니다.
3. 백무동입구에서 직접 동서울로 가는 건 정식 시외버스 외에도 이맘때라면 길거리에 널려 있는 사설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괜히 동서울을 거쳐 돌아가는 건 여러 모로 귀찮지 않을까요?
백무동에서 수원 직행 차량을 찾기는 어렵겠습니다만, 함양터미널로 가면 수원(거쳐 안산, 인천으로 가는)행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막차가 18:30이라는 건데(소요시간 약 3시간) 이걸 놓치지 않으려면 백무동에서 17:30 이전에 함양 가는 버스를 타셔야 한다는 거. 당일종주로는 여러모로 빡센 일정을 소화하셔야 ㅎㅎㅎ
II.
자, 이제 당일종주를 위한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자면 ㅎㅎㅎ
(시속 3km 정도 달리는 걸 가정합니다)
1.
22:50 용산에서 구례구행 열차 탑승
03:23 구례구역 하차, 곧바로 구례터미널로 이동하여 04:00 구례터미널을 출발하는 성삼재행 버스에 올라탑니다.
4시까지 기다리기 귀찮다면 역 앞에 좌~악 서 있는 택시를 잡아타고 성삼재에 오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 3-4만원 정도 요구할 터이니 주변 아저씨 세 분을 잘 꼬드겨 요금을 뿜빠이하면 그럭저럭 너무 비싸지 않게 갈 수 있겠죠?
2. 노고단대피소까지는 그냥 아스팔트길이니 남자 한 명의 걸음으로 30분 이내로 오를 수 있을 겁니다. 넉넉잡아 노고단 도착 시각을 5시라 가정하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능선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첫번째 휴식의 포인트는 노고단에서 3.2km 거리의 임걸령. 한 시간 남짓 걸릴 겁니다.
중간에 음식을 먹을 장소가 마땅찮으니 아직 춥고 어둡더라도 여기서 아침을 해결하기를 권합니다. 임걸령 샘에서 수통에 물도 채우고. 그러면 휴식 포함하여 아침 7시 쯤.
3. 임걸령에서 화개재까지 3km 쯤 이동하고 잠시 쉽시다. 오전 8시 30분.
4. 화개재에서 연하천까지의 4.2km 가 가장 힘든 코스입니다. 그래도 당일종주를 하려면 늦추어서는 곤란-_-;; 10시.
5. 연하천대피소에서 벽소령대피소까지의 3.6km는 직전 코스에 비하면 탄탄대로. 여기는 1시간에 달려주셔야. 11시
6. 벽소령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까지 6.3km. 난이도는 큰 차이 없으나 그래도 꽤나 가파른 내리막이 많은 길입니다. 조심하시고.
아무리 급해도 끼니를 거르면 큰일납니다. 반드시 점심을 드세요. 13시.
7. 세석대피소에서 장터목까지 3.4km는 이제 몸이 완전히 적응되었을 것이므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달려갑니다. 14시 30분.
8. 장터목에서 가방을 아무 데나 던져놓고 천왕봉을 다녀옵니다. 편도 50분 정도 잡고 인증샷 찍는 시간까지 2시간 잡으면 16시 30분.
9. 장터목에서 백무동까지 5.9km는 힘들다기 보다는 위험한 길입니다. 계곡 옆의 바위를 달려내려가는 거라 굉장히 미끄럽거든요. 보통 2-3시간 정도 잡습니다.
이리 따져보니 17시 30분에 백무동-함양 버스를 타긴 어렵겠군요-_-;;; 따라서 18시 30분 함양-수원 버스도 꽝. 아마도 19시 함양-동서울 버스도 꽝-_-;;;
결론: 당일 종주를 하고 수원으로 컴백하는 건 제 걸음으론 어렵겠다.
나사마께서는 자신의 주력을 잘 생각해보신 후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III.
당일 귀가를 포기하기 어렵다면 과감하게 중간에 내려와야겠지요?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화개재 이전에서 하산하실 것 같진 않으니 그 이후 코스만 말씀드리면,
1. 벽소령에서 함양 음정으로 내려가실 수 있습니다. 처음 10분만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면 그 뒤로는 자동차도 다니는 포장도로 수준의 비포장 도로가 끝없이-_-;;; 펼쳐집니다. 이쪽으로 내려가심 아마 지겨워 쓰러지실 듯. 통제구역이기에 히치하이킹에 성공할 확률도 거의 없고.
2. 세석대피소에서 북으로는 백무동으로, 남으로는 거림 (어느쪽으로는 대략 6km 정도)으로 가실 수 있습니다. 거림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교통편은 극악이라 보셔야 하니 여기서 하산한다면 백무동으로 가셔야 할 듯.
3. 장터목까지 와서 천왕봉을 안 찍기는 무지 아쉬운 일이겠죠? 어쨌든 장터목에서 백무동은 물론, 중산리로 하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지리산에서 최단거리 하산코스로 꼽히는 곳이 중산리이니 정 시간이 급하면 이쪽을 이용해보셔도 되겠습니다. 중산리에서 버스 또는 택시를 타고(최하 3만원) 진주(또는 원지)까지 이동하면 서울행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막차는 수원행 19:30, 서울행 21:00 입니다.
진주로 가면 좋은 점 하나는 24:00에 출발하는 남부터미널행 심야우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략 새벽 3시 남짓하여 떨어지니 터미널 옆 찜질방에서 잠시 눈좀 붙였다가 아침에 수원으로 이동하시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즐 산행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