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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도 쓴 글인데,,,

슈퍼에이스님이 퍼온 위서 곽가전 中,

이런 구절이 있지요.

진수와 조조 모두 '곽가는 모략을 세우는데 뛰어났다'고 평합니다. 유교기반 사회인 한말에, 제아무리 난세였으나 저런 평을 하며 천자에게 표를 올려 공적을 기립니다.

특이한게, 보통 좨주(祭酒)라는 직책은 덕망과 연차가 오래된 사람이 맡는 직책인데, 곽가는 어린나이에 좨주직을 받았습니다. 군좨주직은 한자 그대로 군대가 출정하기 전에 술따르는 (제사지내는) 자리입니다. 일종의 명예직이지요.

실제 곽가가 종사했던 직무와는 좀 거리가 있어보이지요.

곽가는 조조군 진영에서 주로 밀정의 파견과 정보수집, 공작 등을 담당했을 확률이 많습니다. 원소와 손책에 대해 탁월한 통찰력을 보이며 곽가 말대로 일이 이루어지는데요, 곽가는 원소 밑에 잠시 있었던 적이 있으며 손책과는 조인 딸과 손견 아들 (손랑이던가,,) 이 혼인을 맺은 적이 있어서 자연스레 첩보원들이 스며들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추잡스럽고 비열한 일이라 일일이 기록하기는 뭐하지만, 조직의 리더에게는 매우 필요한 작업이지요. 당연히 그 공적을 기려 자리도 줘야하고 식읍도 올려줘야 하고요.


곽가는 깊은 통찰력이 있었고 모략(謀略)을 세우는 데 뛰어났으며, 사리와 인정(人情)에 대해서는 통달했다. 태조가 말했다.

“오직 봉효(奉孝 : 곽가의 자)만이 나의 뜻을 확실히 알 수 있소.”

나이 서른여덟에 유성으로부터 돌아왔는데 질병이 심했다. 태조는 그의 질병에 관해 물어보고 여러 차례 문병을 갔다. 곽가가 죽었을 때, 태조는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매우 슬퍼하면서 순유 등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의 나이는 모두 나와 동년배지만, 오직 봉효만이 가장 젊소. 천하를 평정하는 일이 끝나, 그에게 뒷일을 부탁하려고 했는데, 중년의 나이에 요절하였으니, 이는 운명이요!”

곧 이어 천자에게 표를 올려 말했다.

- 군좨주(軍祭酒) 곽가는 정벌에 따라 나선지 11년이 되었습니다. 매번 중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적을 만나면 변화에 대처하였습니다. 신의 책략이 결정되지도 않았을 때, 곽가는 문득 그것을 처리하였습니다. 천하를 평정하는데, 그의 모략과 공적은 높습니다. 불행하게도 명이 짧아 대업을 끝마치지 못했습니다. 곽가의 공을 거슬러 생각해 보면, 진실로 잊을 수 없습니다. 그에게 식읍을 8백호 증가시켜 주시어 이전의 것과 합쳐 1천 호가 되도록 해 주십시오.


예전에 제가 작성했던 가설이기도 한데,,,


다들 아시다시피


소패왕 손책은 허공의 듣보잡 킬러들에게 당해서 26살 젊은 나이로 세상을 하직했죠.

곽가가 손책의 죽음을 정확히 예견했다는 점이,,,

아래와 같은 의문을 증폭시키네요. 자칫 소설같은 이야기 일수도 있으나,, 일단 적어봅니다.




1. 당시 손책은 허도급습을 노리고 있던 차이다. 요새로 치면 동오지역에 계엄령을 발령한 상태로 손책 스스로도 경호에 만전을 기했을 것이다.


2. 그런데 듣보잡 허공의 자객들에게 당했다.


3. 손책은 사냥하다가 칼침을 맞았다는데,, 그 자객들은 손책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게다가 그 이동경로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듣보잡 치고는 상당히 세밀한 정보를 입수한 상태이다. 걔네들 자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고급정보의 입수이다.


4. 이러한 고급정보의 제공자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누구일까? 일단 대대로 손오와 적대적인 유표세력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굼뱅이 유표는 그런거 별로 신경 안쓴다. 그 스스로 유학자이므로 암살은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일단 제외.


다음으로 손책에게 털린 동오내부의 토호세력들이다. 손책에게 원한도 깊고 같은 동오에 사는만큼 손책의 이동경로에 대한 정보입수도 상당히 용이할 것이다. 그런데 암살할려고 마음먹었다면 진작 했다. 하필 손책이 동오를 평정한지 5년 정도가 지난 관도대전 즈음이라는 점도 의문이다. 그래도 유력한 용의자들이므로 일단 보류해놓자.


마지막으로 조조이다. 원소와의 결전을 앞둔 시점에서 배후의 손책은 크나큰 골칫거리이다. 허도급습을 노린다는 정보까지 들어온 상태이므로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 정략결혼 등을 통해 우호를 다지려고 그렇게나 애썼건만 손책은 도무지 말을 안들어처먹는다. 아들뻘되는 새파랗게 어린놈이 대사마자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조조도 아직 사공인데,,,)

드러내놓고 손책과 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책 외에 북방의 원소, 남방의 장수 등 사방이 적들 뿐이다. 일단 최대한 적을 줄여야 한다. 다행히 장수는 세력이 미미해서 먼저 쳐들어오지는 않으므로 패스. 남은건 손책인데,,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까...

고심하던 차에 곽가가 '곧 죽을겁니다.' 란다. 그것도 '이름없는 자객의 손으로...'라고,,
뜬금없이 웬 말이냐 싶지만 조조는 이내 그 뜻을 알아차린다.
조조가 어떤 인물인데 참모가 던진 말한마디로 이내 마음을 편히하여 원소와의 결전에만 주력하겠는가. 자칫하면 근거지를 잃을 판국에 단지 듣기좋으라고 한 립서비스가 통하겠는가. 곽가가 점쟁이도 아니고,,,조조는 곽가가 무엇인가 적극적인 공작을 해놓은 후 확신이 있으므로 저런 엄청난 소리를 한다는 판단이 선다.


5. 어떻게 죽였을까? 삼국지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곽가는 이상하리만치 조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내정을 다지는데에는 순욱보다 못하며 군사참모로는 정욱과 순유보다 그 활약이 쳐진다. 곽가의 이상과 조조의 이상이 들어맞아서일 수도 있지만 조조의 모사들 중 가장 나이어린 축에 속하는 곽가에 대한 조조의 대우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후하다.


곽가는 예언 비슷한 말을 많이 한다. 손책이 암살당할 것이라는 둥,,,원소의 자식들이 상속다툼을 할것이라는 둥,, 원상을 추격안해도 저절로 그 수급이 배달될 것이라는 둥,,,신기하게도 그 예견은 하나같이 다 들어맞는다. 사람들은 그저 곽가의 뛰어난 혜안이거니 하지만 기실 곽가는 중화일대에 방대한 스파이네트워크를 구축해놓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첩보망을 통해 들어오는 무수히 많은 정보들을 분석하고 때로는 거기에 맞춰 적극적인 공작을 펴기도 한다.


곽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만의 뛰어난 첩보망에서 나온 것이니만큼 신뢰할 수 있으며, 그 예언 비스무래한 말들은 곽가가 어떤 공작을 해놓았다는 뜻인 듯 싶다. 곽가의 공적은 이렇게 음지에서 나온 것이니만큼 순욱이나 순유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권자인 조조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귀한 참모는 없다.


손책의 일을 보자. 조조의 골칫거리였던 손책을 처리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건 역시 암살이다. 손오정권의 기반이 그다지 튼튼하지 못하므로 '소패왕'손책의 죽음은 동오지역에 엄청난 파급을 가져올 것이다. 허도급습은 자연스레 무마될 것이며 그 후계자는 내부단속에 치중하느라 외부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드러내놓고 암살하지는 못한다. 만약 드러난다면 조조군은 유표 이상으로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다. 따라서 동오내부의 손을 빌리는게 좋다. 그런 공작에 가장 탁월한 이는 누구일까... 정욱도 있겠지만 역시 곽가가 한 수 위다. 정욱은 군량을 조달한답시고 제 고향사람들을 죽여다가 병사들에게 인육을 먹여서 욕을 먹을대로 먹은 인물이다. 바꿔말하면 그 방법이 극단적이기는 하나 세밀하지는 못하다. 극단적인 방법도 불사하지만 절대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을만큼 치밀한 인물이 필요하다. 순욱 순유 등은 본래 유가에 그 뿌리가 깊은 사람들이니만큼 제외한다. 따라서 이 일에는 곽가가 제격이다.


손책의 암살에 절대 조조군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말이 있어서는 안된다. 동오내부의 협력자를 찾는 과정에서 때마침 허공이라는 유력한 호족이 손책에게 죽임을 당했다. 거의 구족을 멸했다고 하니 그 잔존인물들의 원한은 깊을데로 깊다. 곽가는 자신만의 첩보망을 동원하여 손책의 동선파악에 최대한 주력하여 마침내 그 정보를 입수하고 그 실행자로는 허공빠 듣보잡 킬러들로 삼는다. 킬러들은 손책을 도륙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삼엄하기 짝이없는 경호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던 차에 곽가의 첩자들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손책 암살에 성공한다. 물론 허공의 킬러들은 그 정보제공자가 곽가의 부하들이었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손책암살에 뜻을 같이 한 또다른 몰락호족의 잔당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곽가라면 그런 공작쯤 식은죽 먹기다. 설령 그 킬러들이 사로잡혀 문초를 당한다고 해도 절대 조조의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 세밀한 작업과 방법까지는 모르겠으나 손책정도 되는 인물이,, 허도침공을 앞둔 비상시국에 이름도 없는 킬러에게 당했다는 점은 이상하지 않나요? 비록 손책이 혈기방정한 20대 젊은이였다곤 하지만,,,엄연히 일국의 수장인데다가 평시도 아닌 전쟁준비상황에서 한가롭게 혼자 사냥이나 하다가 당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아마 치밀하게 손책의 행동반경을 조사한 후 찬스다 싶을때를 캣치할 만한 인물로는 아무래도 허공의 자객3인방은 무리이겠다 싶으며,, 당시 정세상황을 봐서도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역시 조조군의 곽가이겠지요. 곽가가 그 행보에 비해 지나치리만큼 조조의 후한 대우를 받았다는 점은 곽가가 주로 음지에서 활동하며 보이지 않는 공훈을 세웠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고 봅니다.


물론 이런 내용은 사서에 남을만한 성질의 것도, 남겼을리도 만무한 것이라서..어디까지나 가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