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대표의 경우에는 처한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다는 거 알고 또 이해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정말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그가 취한 입장때문이 아니라 일관성이 부족한 일련의 태도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정희 대표에게 많은 사람들이 사상검증을 말하는 것은 실은 당내 일부 종북파에 대해서 원칙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태도로 대하지 못하고 당내 구도에 매몰되어 가는 그의 모습에 대한 비판을 하고자 함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한 편으로 듭니다.

이정희대표에게 사상검증이란걸 요구하는 주체가 누구냐를 먼저 구별해야겠죠. 좌빨드립으로 먹고사는 수구세력이냐 혹은 같은 진보파로서 종북노선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요구하는 사상검증이냐. 이 양자은 분명 구별해서 보아야합니다. 님말씀처럼 후자의 경우는 민노당내의 종북노선에 끌려다니는 이정희대표에 대한 비판으로 볼수도 있는 것이지요.

저는 솔직히 종북파의 사상 그 자체에 대해 그다지 큰 위험을 느끼지는 못합니다.(그런 면에서 사상검증 논쟁에는 큰 관심 없어요)
단지 소위 민노당내 종북파가 보이는 패권주의에 대해 이정희 의원이 대놓고 그런 건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게 화납니다.
몇 달 전인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다시 합쳐져야한다는 내용에 대해 라디오 인터뷰 중 진행자가 거기에 대해 묻자 정색을 하시며
그런 거 없다며 '도대체 뭐가 문젭니까, 아무 문제 없지 않습니까'하더군요.
진보신당과 갈라서기 전의 민노당 시절부터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정말 웃음 밖에는 안 나오더군요.
이정희의원은 좋은 자질을 가진 정치인입니다. 가끔은 그 속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북한과 관련된 이 부분은 언젠가 큰 돌부리가 될 겁니다. 여긴 한국이고 이정희의원은 대중정치인이니까요. 거기에 채여 넘어지느냐 그것을 딛고 넘어서느냐 이게 문제인 거죠.

사상검증은 자유민주주의이념과 기본질서에 반하는 위헌적인 행위입니다.
그 누구도 나의 사상을 검증할 자유는 없으며 그 누구의 요구에 대해 나의 사상을 표명할 의무는 없습니다.
이건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이므로 모든 국민이 명확하게 인지하고 계셔야 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은 사상검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남북문제에 대한 그 사람의 정치적 입장을 묻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입장을 가지고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겠지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저 질문은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하나는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는 입장에서 저런 질문을 하는 경우인데 주로 파란당에서 제기하고 있죠
이들이 저 질문을 하는 이유는 펑크롸커님이 말씀하신 일종의 메카시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보는 입장에서의 질문인데 종복을 우려하는 진보진영 사람들이 제기하는 것이죠

북한은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에겐 상당히 어정쩡한 위치에 있습니다.
일련의 무력충돌사태에서 보듯 언제든 남을 타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집단인 동시에
대화를 통해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할 파트너로서의 지위도 가지고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여의도와 삼청동에서 하는 행태를 보고 많이들 실망하지만 그래도 정치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한국사회의 맥락에서는 바로 이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남북문제만큼 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영역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노무현이 남북문제만 잘 해결하면 나머진 다 깽판쳐도 된다고 한적이 있던것같은데 그 말은 이런 맥락일 것입니다)

이정희의원이 어정쩡해보이는건 아마 앞서얘기한 북한의 이중적 지위에 대한 고민때문이라고 선해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불만은 남습니다. 정치인이라면, 북한문제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저런 질문에 대해 혹은 종북을 비판하는 진보신당과의 재결합에 대해 별 문제의식이 없다는 투의 반응은
뭔가 상당히 많이 부족해보입니다.
좀 더 분명한 북한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을 내놓기를 바랍니다. 이정희의원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오... 저와 비슷한 관점을 이렇게 설득력있게 얘기하실줄이야 ㅇ_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