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피겨} 심판의 눈으로 읽는 그랑프리 여자 싱글 전반부
- 작성일
- 09-11-02 00:09
퍼와봅니다.
원래는 뒤에 내용이 더 있는데 그건 어제 우승자인 스즈키 아키코양에 대한 이야기라서 제 임의로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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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시리즈가 어제로써 딱 절반을 마쳤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이 선수들의 프로그램과 기술 및 연기의 성장이 궁금한 것은 비단 팬들만이 아닙니다. 심판들도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 워낙 김연아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격이 다른 연기와 성적을 보여주고 있어 저도 조금 마음 편하게 피겨 경기의 또 다른 면을 감상하실 수 있는 부분을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심판의 눈을 읽자 - PCS 보기
흔히 신채점제가 구채점제의 기술성과 예술성으로 반분되어 있던 것을 기술 요소 점수(TES)와 프로그램 구성 요소(PCS)로 바뀌었다고 단순히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신채점제에서 크게 바뀐 부분은 그것보다는 심판이 테크니컬 패널과 저지로 이원화하고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먼저 이해하셔야 힙니다. 기술 요소 점수는 테크니컬 패널이 각 기술 요소의 성공 여부와 레벨을 결정하고 흔히 말하는 심판(Judge)은 거기에 수행 등급 (GOE)만을 부여합니다. 따라서, 기술 요소 점수에서는 테크 패널이 주인공, 심판은 조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구성 요소(PCS)는 오로지 심판들이 채점합니다. 그래서 심판의 눈은 이 PCS를 봐야 합니다. 다만 5개의 독립 부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스케이팅 기술(ss), 트랜지션(tr), 연기(pe), 안무(ch), 음악 해석(in)인데요 이 각각에 대하여 10점 만점으로 채점합니다. 그리고는 여자 선수들은 그 점수의 0.8배(소트), 또는 1.6배(프리)를 하는데 이는 보통 기술점 취득 점수(쇼트 30점대, 프리 60점대)와 PCS 점수를 대충 5대5에 가깝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평균 기술 요소 취득점이 좀 더 높은 남자 경기는 그대로 쇼트는 1배, 프리는 2배로 채점하지요.
그런데 가만 보면 선수들이 점프에 실수하거나 해서 기술 점수가 매우 낮은 경우라도 이 PCS는 상당히 높은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 날의 연기만이라면 일단 넘어지기도 하고 했으니 PCS도 낮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더라는 말이죠. 예를 들어 이번 컵 오브 차이나의 카롤리나 코스트너 선수의 프리 점수는 기술점이 불과 38.38인데 PCS는 55.68이나 되었고 지난 번 러시아 컵의 아사다 마오 선수도 기술점은 41점인데 PCS가 58점대였죠. 보통 구채점제에서는 기술점이 5.5면 예술점은 0.2 정도의 편차만 보이니까 신채점제 식으로 환산하면 프리의 경우 약 5점 정도의 편차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신채점제에서는 이처럼 극심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소위 PCS 불변의 법칙 이라 불리는 이런 경향은 첫째 구채점제의 6.0 만점 시스템에서는 총론적인 점수(어떤 난이도의 프로그램을 (기술성) 얼마나 잘 표현했느냐(예술성))를 주는 데 반해 신채점제는 각론의 합계(기술요소, 구성 요소마다 점수를 주어 합계를 냄)라는 시스템적 차이가 있는 것이 하나, 그리고 PCS의 요소 중 일부는 이미 선수마다 거의 결정지어지는 고정적 요소라는 점에서 비롯됩니다.
스케이팅 스킬(ss)은 엣지의 활용, 충분한 스피드, 활주 궤적 등을 보게 되므로 선수마다 거의 고정적인 점수를 갖고 갑니다. 안무(ch)는 한 번 프로그램이 짜여지면 역시 거의 고정적입니다. 음악 해석 역시 당일 음악과 거의 동떨어지는 연기를 펼치지 않는 한 거의 고정적이어서 60%의 고정점수와 40%(연기, 트랜지션)의 가변 점수를 갖고 있는 시스템임을 이해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2. 그랑프리 전반부의 PCS 분석
그렇기에 PCS는 곧 심판의 선수에 대한 선입견이라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심판들도 호불호가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PCS 각 요소의 채점은 0.25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심판마다 한 등급의 차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두 등급(0.5)의 차이는 잘 나지 않구요, 이 5개 요소들의 평균 점수(10점 만점으로 본)를 살펴 보면 심판들이 선수의 격을 대략적으로 분류해 놓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PCS가 주관적 채점 체계를 갖고 있는 한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이것은 상위권 선수들에게는 보험 같은 역할을 하기에 중위권 선수가 치고 올라오려면 아무래도 기술 요소 점수를 높여 도전해야 합니다. 해서 고참 혹은 평판이 높았던 선수가 매우 유리하게 되어 있는데 이건 사견이지만 이 부분도 심판이라는 계층이 피겨라는 스포츠의 최고 관계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 시즌의 선수들의 첫 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저는 누가 몇 등을 했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그랑프리 파이널 진출 여부) 그 선수들의 연기와 프로그램을 보고 심판들이 어떤 등급을 부여했는가를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림픽 무대는 피겨 팬 과 관중 뿐 아니라 세계 수억 명에게 생중계됩니다. 이 스포츠의 팬 층을 넓히고 관련 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따라서 올림픽 시즌에 나오는 프로그램을 심판들이 볼 때는 아무래도 보다 보편적 소통, 팬과 관객 뿐 아니라 TV 시청자까지 포함해서, 이 가능해 보이는 스케일이 크거나 아름다운 프로그램에 PCS 등급이 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분석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자리에 표가 있어야 하는데-_-;;;;;;;;;;;;;;;;)
여기서 '평균' 부분을 보시면 김연아 선수와 2위 마오 선수의 평균 차가 0.75(채점시 3 등급 차이)임을 보실 수 있고 파란 색으로 표시된 2~6위 선수가 0.5 편차 내에 있으며 그 외 11명 선수가 또한 0.5 이내에 위치함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것이 그랑프리 시리즈 전반부가 끝난 현재 심판이 선수들에게 알려 주는 개별 등급표입니다. 올림픽까지 약 110일이 남았으니 기술적, 체력적으로 덜 완성된 선수들은 그 기간 중 충분히 보완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PCS 부분은 다시 대회에 나와 이렇게 나아졌다 라고 보여주기 전에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대체로 한 시즌 동안 비슷하다가 시즌 막바지에 변화가 옵니다.
이제 그 옆의 비교치 부분을 보십시오. 각 선수의 지난 시즌 마지막 대회의 PCS 점수와 비교했습니다. 그리고 그 편차(지난 시즌 - 이번 전반기 시즌)를 보여드립니다. 대상 17명 선수가 평균적으로 지난 시즌의 마지막 대회보다 PCS 평균 점수가 0.23점(한 등급) 낮습니다. 이는 지금은 시즌 오픈이고 앞으로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 선수마다 향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올림픽 때는 PCS 등급이 하나(0.25) 또는 둘 (0.5) 높아질 것입니다. PCS 한 등급은 쇼트 1점 프리 2점에 해당합니다. 이번 TEB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의 PCS가 쇼트 32점대 프리 66점대 였으니 완성도를 높이면 쇼트 34점(이러면 세계 기록입니다 이 부문에서) 프리 69점까지 가능하다는 거죠.
편차 부분에서 적색으로 표시된 선수들은 이미 지난 시즌 PCS 정도 혹은 그 이상을 얻은 선수들입니다. 특히 세바스티앙, 코르피, 와그너 세 선수는 작년 기준이라면 다른 선수들보다 등급이 낮은 선수들인데 플랫 나가수 등과 동급으로 올라선 '발전을 심판들이 인정한' 선수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녹색으로 표시된 선수들은 시즌 전반부 평가로 볼 때 작년 마지막 경기보다 퇴보라고 심판들이 '경고' 주는 선수들입니다. 이 선수들의 다음 대회에서 PCS가 더 나아지지 않는 경우 그 선수들의 올림픽 PCS는 그 정도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PCS는 피겨 관계자이자 전문가인 심판들이 개별 선수들과 그 코치들에게 전달하는 메세지입니다.
아직 선보이지 않은 주요 선수인 레피스토와 사라 마이어 선수의 지난 시즌 PCS를 보시고 이제는 이번 4차 대회 PCS의 범위를 대체로 예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