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새 창 열고 듣기

피겨 스케이팅의 상위 선수들이 올해부터 올림픽까지를 위해 준비한 음악들을 몇 골라보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스포츠 행사의 정점에 올림픽이 있다는 건 불문가지의 사실인데, 실은 올림픽은 선수 개인의 대결 뿐 아니라, 각국의 정치력(?) 대결의 장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피겨, 그 중에서도 여자단식은 그런 정치적인 색채가 아주 강하기도 하지요

그러다보니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 시즌의 음악은 대단히 신중하게, 또한 보수적으로 고르는 성향이 있습니다. 일단 엄청난 수의 관중에 대한 호응을 이끌어내려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음악을 사용하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저 개인의 선호도는 원래 아이스댄싱>>>>>남자단식>>>>>>>>>>>남녀혼합복식>>>>>>>>>>>>>여자단식이었지만, 여자단식에도 제가 모르던 매혹적인 세계가 있음을 알려준 울 연아냥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군요.

아이스댄싱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종목이야말로 볼거리-노골적으로 말해서 눈요기거리-는 동계올림픽 최강이라고 할만 합니다. 비쩍 마른 어린이들의 점프판 같아 보이던 여자단식이나 혼합복식에 비해 늘씬한 몸매의 남녀가 어우러지며 내뿜는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지요.
유력한 메달 후보인 캐나다의 버츄-모이어, 미국의 밸빈-아고스토, 러시아의 돔니나-샤발린 세 커플의 사진을 한번 찾아보시면 제 말에 공감하실 겁니다.
     러시아 커플
 캐나다 커플(이번 파리 대회 우승팀이기도)
미국 커플

다만, 러시아 커플은 남자 선수의 무릎 부상 에 따른 수술 때문에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를 몽땅 건너뛴답니다. 어쩌면 올림픽까지도 지장 있을 듯. 2006 토리노에서 '쟤네들이 다음 올림픽 금이다'라고 찍었던 커플인데ㅠ.ㅠ


이야기가 잠시 샜는데, 그래도 우리의 관심은 연아냥이 나설 여자단식이 일단 가장 먼저겠지요?
우리의 눈높이가 연아냥 때문에 이제는 하늘을 찌르게 되었지만 실제로 가서 직접 보면 그 못생기고 스케이팅도 허접지근해 보이는 선수들도 모두 요정 같이 예쁘고 시원시원하게 잘 탄다고 합니다.

올림픽 때는 다른 선수들도 모두 실수 없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 응원하는 이들은 물론, 그냥 피겨 스케이팅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을 기쁘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여자단식에서 상위권에는 들겠지만 아쉽게도 메달까지는 어려울 것 같은 선수들이 선택한 음악입니다.


첫번째로, 일본의 나가노 유가리. 인상도 좋은 시원시원한 연기의 처자인데, 좀 이상한 자세의 점프 때문에 어색함을 주기도 하지요.

그녀의 올해 프로그램은

SP: 유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었고,
LP: 사진의 '불닭' 뽀스로 충격을 준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불새'입니다.

저의 예상 순위: 5-6위

中野友加里 Nakano Yukari

LP - Igor Stravinsky: 불새 L'Oiseau de feu 마지막 장면

다음은 지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미국의 사샤 코헨.

토리노에서 SP 1위를 하고도 LP에서 첫 두 점프를  날리며 금메달까지 모두 날려버린 본인의 아쉬움과, 현재 내세울 만한 스타를 갖지 못한 미국 피겨 협회의 조급함이 맞물려 전격 복귀 선언을 하고 올림픽에 맞추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지만, 석연치 않은 부상을 이유로 첫 대회였던(연아냥이 우승한) 파리 대회를 기권해버려서 혹시나 했던 많은 팬을 실망시켰습니다. 이대로는 과연 미국 선발전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는 얘기도 있지만, 미국이 워낙 ㅅㅁ 상태라서리....

어쨌든 그녀의 올 프로그램은

SP: 미공개
LP: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 아직 안무도 완성되지 않았다는 말도 있네요.

저의 예상순위: 올림픽 불참 혹은 7-8위.

Sasha Cohen

LP - Ludwig van Beethoven: 피아노 소나타 14번 c sharp단조 op.27-2 '달빛'

다음은 미국이 열심히 키우고 있는 유망주인 중국계 소녀 캐롤라인 장.

유연한 신체로 인상적인 스핀을 보여주는 처자인데, 아직은 어린 티를 벗지 못한 듯한 연기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점프 높이가 너무 낮은 것이 결국에는 한계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그래서인가 음악은 최대한 '안전빵'으로 골랐네요.

SP: 사라사테의 '집시의 노래' 짜깁기
LP: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마지막 2인무

저의 예상 순위: 7-8위

Caroline Zhang

SP: Pablo de Sarasate                                   LP: Pyotr Ilych Tchaikovsky

집시의 노래Zigeunerweisen                 호두까기 인형 op.71 - 2인무 Pas de deux

오늘의 마지막은 유럽에서는 가장 잘 타는 처자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입니다. 사실 보기보다 예쁘기도 하고 잘 타는 처자인데 하필이면 두 대회 연속으로 연아냥 뒤에 줄을 서는 바람에 ㅅㅁ해버렸다는게 문제. 그러게 누가 랭킹 1위를 하고 있으랬나-_-;;;

어쨌든 같은 왼손/왼발잡이로서 그녀도 좀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이 약간 있습니다.

SP: 쇼팽 녹턴 20번+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 막판 짜깁기
LP: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에르'+ 비발디 첼로협주곡(?) 짜깁기

저의 예상 순위: 6-7위

Carolina Kostner

SP - Frédéric Chopin                             Pyotr Ilych Tchaikovsky                       LP - Johann Sebastain Bach

녹턴 Nocturne 20번 c sharp단조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 3악장                관현악 모음곡 3번 C장조 BWV 1068 - 2. 에르 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