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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올리는 오페라는 서양 음악에 관심이 별로 없는 분들에게는 제목조차 생소한 작품입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 키테주와 소녀 페브로냐의 전설'(헥헥, 제목이 조금 길죠? 근데 이게 가장 긴 제목의 오페라가 아니라는 거ㅡ,.ㅡ;;;;)은,
요즘 김연아양이 LP에서 쓰고 있는 '셰헤라자데'로 우리에게 친숙한 러시아의 '5인조' 중 하나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15개의 오페라 중 14번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제재가 된 설화 및 전설은 상당히 복잡한데, 대충 나열해 보면

1) 신통력을 지닌 순수한 소녀 (페브로냐)와 왕자님의 사랑에 대한 전설

2) '보이지 않는 도시' (러시아 정교회의 순수한 믿음을 간직한)에 대한 전설

3) 러시아 역사상 가장 큰 위기라 할 수 있었던, 몽골의 침입으로 인한 온 나라의 초토화 (수많은 도시들이 이때 지도에서 사라져 버렸죠)

정도가 되겠습니다. 하여 이 작품은 고대 설화를 소재로 한 애국심 및 정교에 대한 믿음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작품으로 태어나게 되었다는 말씀.

때문에 ('서양음악사'의 교재로 유명한 그라우트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바그너의 '파르지팔'과 비교하곤 합니다. 작곡자 본인은 바그너를 혐오한다고 밝히며 그와의 연관성을 그토록 부정했지만 말입니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피하기로 하고,

지나치게 러시아에 특화된 소재 때문에 러시아 외부 세계에서는 상당히 인기 없는 오페라이지만 버리기 아까운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찬 오페라, '보이지 않는 도시...'의 앞부분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애초에는 오늘 1막과 2막을 올리려고 했는데 가사 번역이 너무 힘들군요. 하여 1막만 올리렵니다. n이 얼마가 될지는 저도 모르겠네요ㅡ.ㅡ;;;

1막 줄거리입니다.

0) 서곡: '대자연에의 찬미'라는 부제가 붙은 눈물나게 아름다운 곡입니다. 연주회장에서 실제로 이 곡을 들었을 때는 정말...

1) 막이 오르면 볼가강 근처 키테주에서 멀지 않은 숲속에서 소녀 페브로냐가 숲속의 짐승들과 놀면서 노래합니다. 내용 역시 서곡의 '대자연에의 찬미'의 연장선상이지요. 그녀는 숲속에서 태어나 숲속에서만 자란 관계로 같이 사는 오빠 외에는 어떤 인간도 접촉한 일이 없고 따라서 숲속의 짐승들이 그녀의 유일한 친구랍니다.

2) 이때 키테주의 브셰볼로드 왕자님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나타나서 페브로냐의 치료를 받습니다. 아직까지 왕자님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지요.

3) 드라마가 당연히 그래야 하듯, 젊은 남녀는 뿅~ 하고 눈이 맞고 맙니다. 1막 전체의 내용은 이들이 주고받는 작업성 멘트로 가득합니다.

4) 만난지 30분도 안 되어 이들은 결혼을 약속하고, 왕자님은 후일을 기약하며 가버립니다.

5) 이윽고 왕자님의 똘마니들이 나타나서 그녀에게 왕자님의 행방을 묻습니다. 아직 왕자의 신분을 모르는 소녀, 그가 누군지 묻자 사람들은 왕자도 모르냐고 퐝당해 하고 그 대답을 들은 페브로냐 역시 퐝당해 하며 막이 갑자기, 그야말로 갑자기 내립니다.

Nikolai Rimsky-Korsakov
The Legend of Invisible City of Kitege and the Maiden Fevroniya

Act 1

0) 서곡: 대자연에의 찬미

Valery Gergiev

1) 페브로냐의 노래
(이하에서 러시아어 가사는 모두 생략합니다. 도무지 원문 가사를 구할 길이 없어요ㅠ.ㅠ)

아, 너 숲, 나의 숲, 아름다운 자연아,
너 떡갈나무 숲, 푸르름의 왕국아!
너는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와 같이
나를 키워주고 돌보아 주었지.
네 아이를 재미나게 해주고
네 순진한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고
낮에는 다정한 노래를,
밤에는 흥미진진한 동화를 속삭여주지 않았니?
너는 내게 날짐승과 들짐승을 친구로 주었고,
그것들과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잠의 환영을 불러와
나뭇잎의 사각거림과 함께 나를 재워주었지.
아, 고마워, 자연아, 이 모든 것이,
한낮은 태양 속의 청량함이,
촉촉하고 따스한 밤이,
저녁의 잿빛 안개가,
아침의 진주 같은 이슬이,
적막함과 긴 사색이,
길고 고요하며 즐거운 상상이.

Galina Gorchakova(Febroniya)

3) 두 남녀의 작업

페브로냐
낮이나 밤이나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지요.
낮이나 밤이나 약초를 캐고
낮에는 눈부신 태양이 우리를 비추고
밤에는 작은 촛불처럼 별들이 빛나요.
낮이나 밤이나 다정한 노래를 불러요,
수많은 소리들이 환호하듯.
새들도, 짐승들도,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이
주님의 아름다운 세계를 찬양하지요.
빛나는 천국에게 영광을,
주님과 그의 지고한 왕좌에 영광을!
그리고 같은 영광을 어머니 대지에게,
당신이 주님을 단단히 떠받치고 계시니까요!

브셰볼로드 왕자
잘 말해주셨소, 아름다운 아가씨!
당신의 소박한 말이 나를 매료시켰소,
기쁨과 빛나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지요.
하지만 옛 사람들이 말하길
'속세의 기쁨을 탐하지 말라,
대지 위에서 우리는 슬퍼하고 눈물흘려야 한다.'
나 역시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싶소.
하지만 내 젊음과 무모함이 그걸 막고 있어요.
언제나 크나큰 환락을 갈망하고 있지요.

Yuri Marusin(Prince Vsevolod)

3-2) 왕자를 녹이는 소녀

페브로냐
(왕자의 손을 잡고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다정하게)
내 사랑, 어떻게 기쁨 없이 살 수 있겠어요,
어떻게 즐거움 없이 지낼 수가 있나요?
보세요. 새들이 지저귀고,
떠돌아다니는 짐승들도 즐겁게 뛰어놀아요.
날 믿어요, 구원의 눈물은
슬픔과 분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예요,
오직 주님의 기쁨의 이슬이 되는 눈물만이
구원의 눈물이예요.
그리고 내 사랑, 죄를 두려워하지 말아요.
서로의 그대로를 사랑하도록 해요.
비통한 죄인이든, 고결한 사람이든.
주님의 아름다움은 모든 영혼을 아우른답니다.
우리가 누굴 만나든 그건 주님이 보내신 거예요.
누군가 슬퍼하면, 그는 몹시 가난한 것이니
그를 돌보세요, 그가 악마 같은 이라 할지라도.
천국의 기쁨으로 그를 위로하세요,
그러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예요.
만물이 아름답게 꾸며질 거예요.
놀라운 정원처럼 세상은
천국의 백합이 만발하여 넘쳐날 거예요.
기쁨의 새, 은혜의 새들이
여기로 날아들어
나무 사이에서 그 천사같은 소리로 노래부르겠지요.
그리고 성스런 하늘에서는 부드러운 종소리가 들려오고
구름 뒤에서 형언할 수 없는 빛이 퍼져내려올 거예요.

Galina Gorchakova

4) 마침내 터져나오는 사랑의 2중창

페브로냐
주님께서 내려주신 내 사랑!
당신을 위해서, 내 사랑, 당신을 위해서, 내 사랑,
내 삶을 바치겠어요, 오직 그 말 밖에는-
무덤에 산 채로 누워서라도.
난 당신을 가르치거나 충고할만한 힘이 없어요.
그건 내 지혜 밖의 일이고 그럴 만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답니다.

브셰볼로드 왕자
내 작은 비둘기, 작은 비둘기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여!
난 당신의 순수함에 어울릴 만한 가치가 없어요,
난 당신의 순진함에 어울린 만한 가치가 없어요.
우울한 느낌으로부터 날 지켜줘요.
내 영혼에게 주님의 기쁨을 주오,
내 영혼에게 주님의 기쁨을!

Galina Gorchakova, Yuri Marusin

이 참에 1막 전곡을 한꺼번에 들어보시지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요ㅡ,.ㅡ;;;

Galina Kalinina(Febroniya), Evgeny Raikov(Prince Vsevolod), Evgeny Svetlanov(C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