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키보드로 글쓰기를 대체한 지 수십여 년이 지나고
이제는 키보드마저 귀찮아서 터치펜으로 특정 문자를 기입하면 평소 자주 쓰는 어구 또는 문장이
주르륵 나열되는... 아이콘으로 링크화가 진행되고 있는 요즈음

손에 펜을 잡고 글쓰기를 직접 한다는 것이 참 힘듭니다.
속도도 느리고, 무언가 깔끔해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책을 많이 읽는 정혜윤 PD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개인적으로 엄지와 검지 사이 손부분을 몸에서 제일 좋아한다.
 이 부분에 무엇을 움켜쥐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은 책이었다."

이 멋진 말에 매우 공감하며 저는 한 가지 더.. 펜을 추가하고 싶더군요.

저는 여러가지 글쓰기 도구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돈이 없던 시절엔 샤프 펜슬을 모았고
최근에는 무리해서라도 만년필들을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쥐어보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펜 종류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만
쓰다 보니 펜에 따라 쓰는 방법도 달라지고 느낌도 다르고
(심지어 어떤 녀석은 평소 제 글쓰는 습관을 거부하고 오히려 저를 길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글은 이 펜으로 또 저런 글은 저 펜으로
마치 기분 따라 먹고 싶은 음식과 헤어스타일이 달라지듯... 그렇게 되더군요..

훌륭한(결코 비싼 펜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펜을 손에 쥐면
이 녀석에 어울리는 좋은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에 괜시리 더 집중을 하게 되고
혹시라도 나쁜 말을 쓰게 되지는 않을까 저어하게 됩니다.

사각사각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제각각으로 모양이 틀어지는 글들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며
한 줄 한 줄 써내려갈 때면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단정하고 조용한 습관이 들게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좋은 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쉽게 거짓된 생각과 삶을 살지 않게 만들어 준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남을 위해서도
스스로의 내면을 위해서도 좋은 글쓰기...

책읽기와 함께 참 좋은 버릇인 것 같아요..


사진은 주제넘지만... 많이 아끼는 펜입니다. (같은 모델 퍼 온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