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구이에 대한 우리와 일본의 견해 차이
- 작성일
- 09-09-23 00:19
깅수는 그다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생선 전어. 경상도 쪽에서는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고,
전어 구이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할 정도로 별미로 여기고, 이게 서울에도 퍼져서
가을만 되면 전어를 먹어야 하는 풍습이 슬쩍 생기려고 하고 있는디 말입니다.
우리는 전어를 구이나 회로 먹는데, 아무래도 고소한 맛을 느끼려면 구이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져.
그런데 9월자 과학동아를 보니 일본은 주로 생선초밥용으로만 쓰는데, 구이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심하다고 하면서 하는 얘기가 아래와 같더군요.
'예전 귀족 가문의 딸이 집 안에서 정해준 정혼자를 마다하고 혼자서 새로운 남자를 만나서
애까지 낳았다고 한다. 여자 집에서는 정혼자 집안에서 화를 낼 것이 두려워 딸이 죽었다고
거짓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관이 비어 있으면 화장을 할 때 사람들이 눈치챌 테니 관 속에 전어를 넣어두었다.
화장이 진행되면서 불이 타오르자 전어가 구워지는 냄새가 나고 사람들은 그 냄새를 사람이
타는 냄새로 생각하고 믿었다고 한다'
유교식 장례문화인 매장에 익숙한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불교식 장례문화인 화장이 더 익숙했을
것이고, 그만큼 화장할 때의 시신 냄새가 더 익숙했는데, 전어구이 냄새를 그것과 동일하게
여기는, 즉 혐오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는 거죠.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단백질이 타는 냄새는 어디나 비슷하져.
전에 화장장을 어디에 설치하느냐로 말이 많을 때, 시사프로그램에서 예전의 벽제 화장장 주위
주민들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생선구이를 잘 못먹어요. 그 냄새가 연상돼서'
이 얘기 꺼내니, 부산 당감동에서 잠시 사셨던 저희 어머니께서도 '좀 비슷한 면이 있지'라고도
하시네요.
결국 그 냄새는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느낄 만큼 비슷한데, 다만 우리는 그걸
잘 몰랐던 문화라 전어구이를 잘 먹었고, 일본인들은 그걸 알기 때문에 못먹었겠지요.
현대식 화장장은 그런 냄새를 거의 못느끼게 한다니, 더욱 더 비교할 길없이, 그저 그 냄새를
전어냄새로만 알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