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이지호 전 감독이 곰 TV 영어 해설을 했었네요.
- 작성일
- 09-03-10 00:27
IEG에서는 왜 나왔을런지 -_- 영전이니 뭐니 그런 얘기도 있었는데 실상은 아니었는듯
[포모스=강영훈 기자]다른 국적이지만 같은 꿈을 꾸는 두 남자 이야기
지난 1일, 저그전을 가장 잘하는 프로토스 김택용(SK텔레콤)과 현존 최고의 저그 이제동(화승)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곰TV 스페셜 매치 최강자전’이 결국 3:2 박빙의 승부 끝에 이제동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 신정동 서울 영상 고등학교 곰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이번 대회 취재 현장에서 뜻밖에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곰TV 리그에서 영어 해설을 맡고 있는 전 이스트로 감독 이지호 씨다.
이지호 해설은 약 한 달 전부터 곰TV 리그에 합류해 원래부터 영어 해설을 하고 있던 닉(Nicholas Plott)과 함께 공동 해설을 맡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지호 해설과 오랜만에 회포도 풀 겸 근처 호프집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운 좋게도 평소 궁금했던 잘생긴 서양청년 닉과 여전히 e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이지호 해설을 동시에 인터뷰 할 수 있었다.
닉과의 대화는 이지호 해설의 동시통역으로 진행됐고 닉의 시원시원한 성격 덕분인지 끝날 때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 닉=이름은 닉이고 풀네임은 Nicolas Plott,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고 1984년생이다.
- 어떤 계기로 한국에 와서 해설을 하게 됐는지
▲ 닉=미국에서 게이머를 하다가 2005년 WCG에서 탈락했었다. 대회 때 스타크래프트를 해설하는 친구들에 게이머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해설을 돕고 싶다고 말했고 그게 해설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 다음부터는 TV네트워크에서 일을 좀 하다가 곰TV와 인연이 닿아 한국에 오게 됐다. 대학교 졸업 즈음이었는데 인생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국에 오게 됐다. 원래는 철학 전공으로 대학교수가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다른 꿈을 찾게 됐다.
-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 닉=두 살 어린 동생 때문에 스타를 하게 됐다. 동생은 미국에서 챔피언을 할 정도로 스타를 잘했다. 동생이 WCG 결승전에서 한국의 서지훈(CJ)에게 진 적이 있다.
-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운지
▲ 닉=어떤 기대를 했다기보다는 한국에 와서 단지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굉장히 맛있다. (이때 이지호 해설은 닉이 김치는 물론 쌈장을 한국 사람보다 더 잘 먹는다고 거들었다.).
-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 닉=반반이었던 것 같다.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좀 도와줬는데 이제는 모두 갚았다. 지금은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것 같아서 가족들도 기뻐하고 있다. 친구들이 가장 많이 도와줬고 한국 친구들에게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 해설 이외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 닉=책을 많이 읽고 다른 스포츠 해설하는 걸 보면서 해설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다. 또 스타크래프트도 많이 플레이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닉은 한국 나이로는 스물 여섯 살이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외국 생활을 결심하고 잘 적응하고 있는 닉은 굉장히 활발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의 소유자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마치고 해설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를 돌렸을 때 예상대로 닉이 스물 여섯의 청년답게 즐거운 자세로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바로 옆에 앉은 또 다른 해설자 이지호 씨에게 질문이 넘어 갔을 때는 ‘내가 너무 가볍게 질문을 꺼낸 것이 아닌가’하는 미안함마저 들 정도로 진지함과 열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 혼자 해설할 때와 둘이 해설할 때의 차이점이 있다면
▲ 닉=혼자서 할 때는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해설하면서 생각할 시간도 있고 서로의 멘트에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굉장히 편하고 좋아졌다.
- 한 달 전부터 영어 해설을 합류 하게 됐는데 계기가
▲ 이지호=IEG에서 SCforALL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그런 상태에서 곰TV쪽에서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 왔고 원래 영어 해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 해설해보니 어떤가
▲ 이지호=감독 자리에 있을 때만큼 경기를 많이 보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된다. 한국 해설진들이 닦아 놓은 노하우를 많이 응용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어 소위 '노가다 드롭'이라고 표현하는 플레이의 경우 외국에서는 엘리베이터 드롭이라고 하는데 나는 '노가다 드롭'을 단어 그대로 직역해서 메뉴얼 레이버(manual labor) 드롭이라고 하면 굉장히 재미있어 하는 식이다. ‘바카닉’이란 단어도 처음에는 내가 발음을 잘못한 줄 알더라. 그래서 바이오닉과 메카닉의 조합이라고 얘기를 해줬더니 역시 재미있어했다. 한국 해설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그럼 혹시 속칭 '뮤탈 짤짤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하는지
▲ 이지호=특별히 직역하는 표현은 아직까지 없다. 그냥 뮤탈 마이크로(micro)라고 한다.
▲ 닉=모든 마이크로 컨트롤 중 가장 하기 힘든 마이크로가 뮤탈 마이크로다.
- 닉은 해설하면서 재미 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 닉=시즌 1에서는 카메라가 나를 비추지 않았었다. 해설을 하는 도중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마이크를 들고 화장실에 가면서 해설을 한 적이 있다.
- 해설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 닉=미국은 팬 층이 다양하다. 아예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사람부터 아주 잘 아는 사람까지 다양한 층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
▲ 이지호=한국에서는 해설을 조금만 잘못해도 지적을 받는 것 같은데 외국에서는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다.ㅣ
- 해설하면서 인기도 많이 얻었을 것 같은데
▲ 닉=거의 매일 응원 e메일을 받고 있다. 또 가끔씩 해외에 나가면 직접 느끼기도 하는데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난 행운아다.
- 한국 게이머 중에서 현재 누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지
▲ 닉=송병구(삼성전자)에게 많이 배우지만 이제동(화승)이 현재 가장 잘한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을 받고 잠시 동안 고민하던 닉은 갑자기 STORK!(송병구의 아이디)를 외쳤다. 외국인들의 경우 선수들의 이름 보다는 아이디를 많이 부르고 익숙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프로토스 유저인 닉은 송병구의 플레이를 보면서 가장 많이 공부(Study)가 된다고 했고 현재 최고(Best)의 선수로는 이제동을 꼽았다. 문득 프로게이머들을 보는 닉의 시선이 우리와 어떻게 다를 지 궁금해졌다.
- 한국게이머들을 많이 만나봤는지
▲ 닉=많이 만났었고 강민(KTF) 선수 같은 경우 외국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 줘서 기억에 남는다.
-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가 있나
▲ 닉=팀보다는 선수 개인들을 좋아하고 팬이라기보다는 배울 점이 많은 선수들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로보트처럼 하는 게임보다 머리로 승부하는 전략적인 게임이 재미있다. ‘Think out of the box’라는 말이 있는데 그 얘기를 하고 싶다. 자신의 개성을 살려서 이겨야 한다. ‘Narla’(강민)이 대표적인 선수였고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July(STX 박성준)가 스타일리쉬한 경기를 보여 주는 것 같다.
- 프로게이머들의 이름보다는 아이디가 친숙한거 같은데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아이디가 있나
▲ 닉=외국인들은 ‘Savior’(CJ엔투스 소속 마재윤 선수의 아이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개인적으로 ‘Reach’(공군 소속 박정석 선수의 아이디)라는 아이디를 좋아한다. 위를 향해서 뻗는다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프로게이머의 아이디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Nalra(KTF 소속 강민의 아이디)라는 아이디를 들었을 때 RA가 이집트의 태양신이라고 생각했다. 넥서스가 피라미드처럼 생기기도 했고 강민 선수의 아이디답다는 생각 때문에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만났을 때 직접 얘기해 봤는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더라. 나중에 ‘날다(flying)’라는 뜻인 줄 알았다.
▲ 이지호 감독=외국인들이 아이디를 부르는 것은 맞지만 그 뜻을 대부분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도 해설할 때 얘기해 주곤 한다. 김택용(SK텔레콤)의 아이디 ‘Bisu’의 경우에도 닌자들이 쓰는 암살용 칼’정도로 설명해 주지 않으면 잘 모른다. 허영무(삼성전자)의 ‘Jangbi’라는 아이디로 삼국지를 접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모를 수 밖에 없다.
이지호 해설은 외국 팬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눈동자를 빛냈다. 곰TV가 외국에도 생중계되기 때문에 외국 팬들은 그 자체로 감동을 받고 호응을 하고 있다는 것. 이지호 해설은 우리나라 프로게이머들의 위상이 외국 팬들에게 얼마나 높은지, e스포츠에 대한 해외의 팬베이스(fan base)에 대해 얘기했다.
- 우리 프로게이머들의 위상이 높다고 했는데
▲ 이지호= 예전부터 해외 사이트들의 피드백을 항상 봐 왔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더욱 뜨겁다고 볼 수 있다. 외국에서는 스포츠 선수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 자연스럽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유니폼도 입고 싶어한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팬베이스가 존재하지만 거기에 대한 우리의 ‘e스포츠 글로벌화’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었다. 만약 스타2가 나온다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노하우를 살려서 전세계인이 참가하는 e스포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프로게이머가 한류 스타가 되는 날이 분명히 올 수 있다. 나 역시 그 때가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e스포츠의 글로벌화는 내 인생을 걸고 해 보고 싶은 일이다.
- 스타2가 나오면 e스포츠 글로벌 리그로 성공할 수 있을까
▲ 닉=게임 개발이 끝나지 않았기에 말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게임성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블리즈콘에 가서 다시 해 보니 굉장히 재미있었다. 중요한 것은 블리자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운영할 것인가에 달렸다. 나 역시 기대되고 잘 됐으면 좋겠다.
▲ 이지호=인터넷 콘텐츠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고 그럴 자신이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 닉=난 재미 있는 사람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게임을 소재로 한 코메디 쇼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 한국말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인터뷰 해줘서 고맙고 난 착한 사람이니까 언제든지 찾아와서 아는 척 해줬으면 좋겠다. 또 인터뷰를 계기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도움을 준 기욤 패트리와 댄,. 스퍼키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 이지호=애초부터 (한국말로) 해설할 생각은 없었다. 경쟁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웃음) 하지만 e스포츠인으로서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영어 해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이다. 난 늘 우리 e스포츠의 우수함을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SCforAll을 6개월간 운영하면서 외국 친구들을 많이 불러서 일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훌륭한 콘텐츠를 국내에서만 활용한다는 점은 굉장히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일이다.
감독 시절부터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외국인들이 e스포츠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영어 해설을 통해 e스포츠 알리기에 일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앞으로도 e스포츠라는 보물을 세계 속에서 빛내기 위해 내가 가진 힘을 모두 쏟고 싶다”
[포모스=강영훈 기자]다른 국적이지만 같은 꿈을 꾸는 두 남자 이야기
지난 1일, 저그전을 가장 잘하는 프로토스 김택용(SK텔레콤)과 현존 최고의 저그 이제동(화승)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곰TV 스페셜 매치 최강자전’이 결국 3:2 박빙의 승부 끝에 이제동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 신정동 서울 영상 고등학교 곰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이번 대회 취재 현장에서 뜻밖에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곰TV 리그에서 영어 해설을 맡고 있는 전 이스트로 감독 이지호 씨다.
이지호 해설은 약 한 달 전부터 곰TV 리그에 합류해 원래부터 영어 해설을 하고 있던 닉(Nicholas Plott)과 함께 공동 해설을 맡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지호 해설과 오랜만에 회포도 풀 겸 근처 호프집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운 좋게도 평소 궁금했던 잘생긴 서양청년 닉과 여전히 e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이지호 해설을 동시에 인터뷰 할 수 있었다.
닉과의 대화는 이지호 해설의 동시통역으로 진행됐고 닉의 시원시원한 성격 덕분인지 끝날 때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 닉=이름은 닉이고 풀네임은 Nicolas Plott,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고 1984년생이다.
- 어떤 계기로 한국에 와서 해설을 하게 됐는지
▲ 닉=미국에서 게이머를 하다가 2005년 WCG에서 탈락했었다. 대회 때 스타크래프트를 해설하는 친구들에 게이머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해설을 돕고 싶다고 말했고 그게 해설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 다음부터는 TV네트워크에서 일을 좀 하다가 곰TV와 인연이 닿아 한국에 오게 됐다. 대학교 졸업 즈음이었는데 인생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국에 오게 됐다. 원래는 철학 전공으로 대학교수가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다른 꿈을 찾게 됐다.
-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 닉=두 살 어린 동생 때문에 스타를 하게 됐다. 동생은 미국에서 챔피언을 할 정도로 스타를 잘했다. 동생이 WCG 결승전에서 한국의 서지훈(CJ)에게 진 적이 있다.
-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운지
▲ 닉=어떤 기대를 했다기보다는 한국에 와서 단지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굉장히 맛있다. (이때 이지호 해설은 닉이 김치는 물론 쌈장을 한국 사람보다 더 잘 먹는다고 거들었다.).
-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 닉=반반이었던 것 같다.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좀 도와줬는데 이제는 모두 갚았다. 지금은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것 같아서 가족들도 기뻐하고 있다. 친구들이 가장 많이 도와줬고 한국 친구들에게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 해설 이외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 닉=책을 많이 읽고 다른 스포츠 해설하는 걸 보면서 해설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다. 또 스타크래프트도 많이 플레이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닉은 한국 나이로는 스물 여섯 살이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외국 생활을 결심하고 잘 적응하고 있는 닉은 굉장히 활발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의 소유자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마치고 해설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를 돌렸을 때 예상대로 닉이 스물 여섯의 청년답게 즐거운 자세로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바로 옆에 앉은 또 다른 해설자 이지호 씨에게 질문이 넘어 갔을 때는 ‘내가 너무 가볍게 질문을 꺼낸 것이 아닌가’하는 미안함마저 들 정도로 진지함과 열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 혼자 해설할 때와 둘이 해설할 때의 차이점이 있다면
▲ 닉=혼자서 할 때는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해설하면서 생각할 시간도 있고 서로의 멘트에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굉장히 편하고 좋아졌다.
- 한 달 전부터 영어 해설을 합류 하게 됐는데 계기가
▲ 이지호=IEG에서 SCforALL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그런 상태에서 곰TV쪽에서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 왔고 원래 영어 해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 해설해보니 어떤가
▲ 이지호=감독 자리에 있을 때만큼 경기를 많이 보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된다. 한국 해설진들이 닦아 놓은 노하우를 많이 응용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어 소위 '노가다 드롭'이라고 표현하는 플레이의 경우 외국에서는 엘리베이터 드롭이라고 하는데 나는 '노가다 드롭'을 단어 그대로 직역해서 메뉴얼 레이버(manual labor) 드롭이라고 하면 굉장히 재미있어 하는 식이다. ‘바카닉’이란 단어도 처음에는 내가 발음을 잘못한 줄 알더라. 그래서 바이오닉과 메카닉의 조합이라고 얘기를 해줬더니 역시 재미있어했다. 한국 해설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그럼 혹시 속칭 '뮤탈 짤짤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하는지
▲ 이지호=특별히 직역하는 표현은 아직까지 없다. 그냥 뮤탈 마이크로(micro)라고 한다.
▲ 닉=모든 마이크로 컨트롤 중 가장 하기 힘든 마이크로가 뮤탈 마이크로다.
- 닉은 해설하면서 재미 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 닉=시즌 1에서는 카메라가 나를 비추지 않았었다. 해설을 하는 도중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마이크를 들고 화장실에 가면서 해설을 한 적이 있다.
- 해설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 닉=미국은 팬 층이 다양하다. 아예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사람부터 아주 잘 아는 사람까지 다양한 층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렵다.
▲ 이지호=한국에서는 해설을 조금만 잘못해도 지적을 받는 것 같은데 외국에서는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다.ㅣ
- 해설하면서 인기도 많이 얻었을 것 같은데
▲ 닉=거의 매일 응원 e메일을 받고 있다. 또 가끔씩 해외에 나가면 직접 느끼기도 하는데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난 행운아다.
- 한국 게이머 중에서 현재 누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지
▲ 닉=송병구(삼성전자)에게 많이 배우지만 이제동(화승)이 현재 가장 잘한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을 받고 잠시 동안 고민하던 닉은 갑자기 STORK!(송병구의 아이디)를 외쳤다. 외국인들의 경우 선수들의 이름 보다는 아이디를 많이 부르고 익숙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프로토스 유저인 닉은 송병구의 플레이를 보면서 가장 많이 공부(Study)가 된다고 했고 현재 최고(Best)의 선수로는 이제동을 꼽았다. 문득 프로게이머들을 보는 닉의 시선이 우리와 어떻게 다를 지 궁금해졌다.
- 한국게이머들을 많이 만나봤는지
▲ 닉=많이 만났었고 강민(KTF) 선수 같은 경우 외국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 줘서 기억에 남는다.
-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가 있나
▲ 닉=팀보다는 선수 개인들을 좋아하고 팬이라기보다는 배울 점이 많은 선수들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로보트처럼 하는 게임보다 머리로 승부하는 전략적인 게임이 재미있다. ‘Think out of the box’라는 말이 있는데 그 얘기를 하고 싶다. 자신의 개성을 살려서 이겨야 한다. ‘Narla’(강민)이 대표적인 선수였고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July(STX 박성준)가 스타일리쉬한 경기를 보여 주는 것 같다.
- 프로게이머들의 이름보다는 아이디가 친숙한거 같은데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아이디가 있나
▲ 닉=외국인들은 ‘Savior’(CJ엔투스 소속 마재윤 선수의 아이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개인적으로 ‘Reach’(공군 소속 박정석 선수의 아이디)라는 아이디를 좋아한다. 위를 향해서 뻗는다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프로게이머의 아이디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Nalra(KTF 소속 강민의 아이디)라는 아이디를 들었을 때 RA가 이집트의 태양신이라고 생각했다. 넥서스가 피라미드처럼 생기기도 했고 강민 선수의 아이디답다는 생각 때문에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만났을 때 직접 얘기해 봤는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더라. 나중에 ‘날다(flying)’라는 뜻인 줄 알았다.
▲ 이지호 감독=외국인들이 아이디를 부르는 것은 맞지만 그 뜻을 대부분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도 해설할 때 얘기해 주곤 한다. 김택용(SK텔레콤)의 아이디 ‘Bisu’의 경우에도 닌자들이 쓰는 암살용 칼’정도로 설명해 주지 않으면 잘 모른다. 허영무(삼성전자)의 ‘Jangbi’라는 아이디로 삼국지를 접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모를 수 밖에 없다.
이지호 해설은 외국 팬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눈동자를 빛냈다. 곰TV가 외국에도 생중계되기 때문에 외국 팬들은 그 자체로 감동을 받고 호응을 하고 있다는 것. 이지호 해설은 우리나라 프로게이머들의 위상이 외국 팬들에게 얼마나 높은지, e스포츠에 대한 해외의 팬베이스(fan base)에 대해 얘기했다.
- 우리 프로게이머들의 위상이 높다고 했는데
▲ 이지호= 예전부터 해외 사이트들의 피드백을 항상 봐 왔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더욱 뜨겁다고 볼 수 있다. 외국에서는 스포츠 선수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 자연스럽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유니폼도 입고 싶어한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팬베이스가 존재하지만 거기에 대한 우리의 ‘e스포츠 글로벌화’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었다. 만약 스타2가 나온다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노하우를 살려서 전세계인이 참가하는 e스포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프로게이머가 한류 스타가 되는 날이 분명히 올 수 있다. 나 역시 그 때가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e스포츠의 글로벌화는 내 인생을 걸고 해 보고 싶은 일이다.
- 스타2가 나오면 e스포츠 글로벌 리그로 성공할 수 있을까
▲ 닉=게임 개발이 끝나지 않았기에 말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게임성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블리즈콘에 가서 다시 해 보니 굉장히 재미있었다. 중요한 것은 블리자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운영할 것인가에 달렸다. 나 역시 기대되고 잘 됐으면 좋겠다.
▲ 이지호=인터넷 콘텐츠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고 그럴 자신이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 닉=난 재미 있는 사람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게임을 소재로 한 코메디 쇼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 한국말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인터뷰 해줘서 고맙고 난 착한 사람이니까 언제든지 찾아와서 아는 척 해줬으면 좋겠다. 또 인터뷰를 계기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도움을 준 기욤 패트리와 댄,. 스퍼키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 이지호=애초부터 (한국말로) 해설할 생각은 없었다. 경쟁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웃음) 하지만 e스포츠인으로서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영어 해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이다. 난 늘 우리 e스포츠의 우수함을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SCforAll을 6개월간 운영하면서 외국 친구들을 많이 불러서 일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훌륭한 콘텐츠를 국내에서만 활용한다는 점은 굉장히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일이다.
감독 시절부터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외국인들이 e스포츠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영어 해설을 통해 e스포츠 알리기에 일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앞으로도 e스포츠라는 보물을 세계 속에서 빛내기 위해 내가 가진 힘을 모두 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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