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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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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꼭 그런 것도 아니지만도, 제게 있어서 '이탈리아 오페라'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sangue(피), vendetta(복수), traditore(배신자)

뭐 이런 거였습니다. 아마도 19세기말~20세기초를 휩쓴 베리스모(사실주의라고 합시다) 오페라의 열풍 때문이 아닐까 싶긴 한데 그래도 웬만한 이탈리아의 오페라에는

1. 오페라에 빠질 수 없는 남녀의 사랑 + 삼각관계
-삼각관계라기보다는 권력자(주로 바리톤)+그가 사랑하는 여자(소프라노)+여자가 실제로 사랑하는 남자이자 권력자의 정적이자 연적(주로 테너)

2. 오래된 원한과 그 원한을 갚기 위한 몸부림

3. 우짜둥둥 마지막에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죽어 나자빠진다...

뭐 이런게 장구한 세월을 두고 내려온 것이 사실이고, 이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국의 일일/주간/주말드라마에 살짝살짝 형태만 바꾸어 등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 오늘 올리는 베르디의 오페라 '음유시인(일 트로바토레 라 하죠)'에는 지금까지 열거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답니다, ㅎㅎㅎ

줄거리가 너무너무너무 복잡해서-이것도 한국 드라마처럼???- 요약이 잘 될까 모르겠는데, 암튼...

Giuseppe Verdi

Il Trovatore

Act 1: 결투 Il Duello

몇줄 요약:

1) 백작(바리톤)의 부하들, 백작네 집안의 옛이야기를 쑥덕대다. 백작의 아버지가 집시여자를 마녀로 몰아 화형시켰는데 화형당한 여자의 딸이 백작의 둘째아들을 납치해서 불에 던져버렸다카더라고.

2) 레오노라(소프라노, 따라서 여주인공), 음유시인(테너, 물론 남주인공)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다.

3) 백작, 레오노라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려 하는데, 그녀는 백작을 음유시인인줄 착각하는 바람에 두 남자 모두 잠시 퐝당~함을 느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보통 열받는 일이 아닌 거라, 두 남자, 한판 붙고 맙니다.


1막에서 하일라이트로 들으실 대목:

2) 레오노라의 노래.

Leonora
Tacea la notte placida    
e bella in ciel sereno
La luna il viso argenteo
Mostrava lieto e pieno...
Quando suonar per l'aere,
Infino allor si muto,
Dolci s'udiro e flebili
Gli accordi d'un liuto,
E versi melanconici
Un Trovator canto.
Versi di prece ed umile
Qual d'uom che prega Iddio
In quella ripeteasi
Un nome... il nome mio!...
Corsi al veron sollecita...
Egli era! egli era desso!...
Gioia provai che agli angeli
Solo e provar concesso!...
Al core, al guardo estatico
La terra un ciel sembro. 

레오노라
어느날... 달은 밝게 비추던
평화로운 조용하던 날 밤에,
갑자기 어디선가
류트 소리가 들려왔어.
그리곤 한 음유시인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지.
그의 목소리는
신을 향하여 숭고한 기도를 드리더니,
그 다음에는 내 이름을 불렀어,
내 이름을!
나는 발코니로 뛰어갔지!
그는 바로
그 이름없는 기사였던 거야!
그를 보는 순간,
나는 천사만이 느낄 수 있을 듯한
그런 행복감을 느꼈어.
그러한 내 눈에
하늘은 갑자기
행복만으로 가득찬 공간으로
보였고...

Di tale amor che dirsi
Mal puo dalla parola,
D'amor che intendo io sola,
Il cor s'inebrio! Il mio destino compiersi
Non puo che a lui dappresso...
S'io non vivro per esso,
Per esso io moriro!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사랑이
나에게 다가온거야.
내 운명은 그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지.
그를 위해서 살 수 없다면
내 삶은 무가치한 거야..

Maria Callas                                      Leontyne Price

3) 세 남녀가 티격태격하는 부분 - 말 그대로 3중창

CONTE
Di geloso amor sprezzato
Arde in me tremendo il foco!
Il tuo sangue, o sciagurato,
Ad estinguerlo fia poco!
Dirgli, o folle, - Io t'amo - ardisti!...
Ei piu vivere non puo...
Un accento proferisti
Che a morir lo condanno!

백작
듣지 않겠소! 나의 좌절된, 질투에 불타는 사랑이
나를 무서운 불길로 태우고 있소.
피를 보지 않는 한
나의 분노는 풀릴 수 없소.
어리석은 여자, 당신이 감히 저놈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거요? 나는 그를 반드시 죽여야겠소.
당신이 내뱉은 그 말이 바로 그의 사형선고요.

LEONORA
Un istante almen dia loco
Il tuo sdegno alla ragione...
Io, sol io, di tanto foco
Son, pur troppo, la cagione!
Piombi, ah! piombi il tuo furore
Sulla rea che t'oltraggio...
Vibra il ferro in questo core,
Che te amar non vuol, ne puo.

레오노라
잠시만, 잠시만이라도
제 말을 들어주세요.
당신을 화나게 한 것은 바로 저예요.
제게 죄가 있는 것이니
그 칼로 차라리 저를 베어 주세요.
당신이 아무리 이러셔도,
전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게 될 수는 없어요!

MANRICO
Del superbo vana e l'ira;
Ei cadra da me trafitto.
Il mortal che amor t'ispira,
Dall'amor fu reso invitto.
(al Conte)
La tua sorte e gia compita...
L'ora ormai per te suono!
Il suo core e la tua vita
Il destino a me serbo!

만리코
그는 어리석고도
비천한 정신의 소유자!
걱정 마시오.
그는 내 칼에 쓰러질 것이오!
(백작에게)
너의 운명이 지금 결정되었다.
결국 지금까지의 너의 삶은
나의 만족을 위해서
존재하던 것이었구나!

Leontyne Price                                   Plácido Domingo                                            Sherrill Milnes


Gabriella Tucci                                                 Franco Corelli                                                 Robert Merrill
(아따, 훈남이로다...)


Act 2, 집시 La Gitana

2막 (집시) 몇줄 요약:

1) 집시들이 모여서 한가롭게 노래하다.(아주 유명한 합창이죠, 십수년전 '아로나민 골드'던가 하는 약광고에도 등장하는^^;)

1-2) 아주체나(메조소프라노, 모든 분란의 근원이 된 여자). 복수를 노래하다. 그리고 멍한 상태에서 만리코(1막의 음유시인)에게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내가 백작의 아이를 납치해서 불에 던져넣으려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아이를 던졌노라고. 그리고 백작의 아이를 자기 자식 대신 키웠는데, 그게 바로 너다!!!

만리코가 '정말요?' 하고 묻자,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아니, 오해였어~'

2) 만리코, 백작에 대한 반란을 준비하다가 레오노라가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수녀원에 들어가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란이고 나발이고 다 팽개치고 그녀에게 달려간다.

3) 백작, 수녀원에 가려는 그녀 몰래 자신과 그녀의 결혼식을 준비하다.

4) 수녀원에 가던 그녀를 붙잡고 강제로라도 결혼식을 올리려 하나, 때맞춰 나타난 만리코 때문에 실패.


들으실 부분:

1) 집시들의 합창

ZINGARI
Vedi! Le fosche notturne spoglie
De' cieli sveste l'immensa volta;
Sembra una vedova che alfin si toglie
I bruni panni ond'era involta.
All'opra! all'opra!
Dagli, martella.
(Danno di piglio ai loro ferri del mestiere)
Chi del gitano i giorni abbella?
La zingarella!

집시들
보라! 끝없는 하늘을!
남편을 잃은 슬픈 여인이 걸친 검은 베일처럼
하늘하늘 펼쳐져 있구나.
자! 일해야지.
두드려라. 가만!
내 망치를 어디에 두었지?
(연장들을 집어들면서)
누가 우리 집시의 삶을 기쁘게 해 주는가?
그것은 바로, 집시 여인들!

UOMINI
(alle donne, sostando un poco dal lavoro, e dicono alle donne)
Versami un tratto; lena e coraggio
Il corpo e l'anima traggon dal bere.
(Le donne mescono ad essi in rozze coppe)

남자들
(일을 잠시 멈추고, 여자들에게)
자! 내게도 한 잔 따라주시오.
술을 마셔야 힘을 다시 얻게 되지요.
(여자들이 조잡하게 생긴 컵에 술을 따라 건넨다)

TUTTI
Oh guarda, guarda! del sole un raggio
Brilla piu vivido nel mio/tuo bicchiere!
All'opra, all'opra...
Dagli, martella...
Chi del gitano i giorni abbella?
La zingarella!

함께
오! 보세요.
당신의 유리잔에
햇빛이 반짝이는군요.
자, 자! 다시 일해야지요!
누가 우리 집시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까?
그것은 바로 집시여인들!

Herbert von Karajan

1-2) 아주체나의 이야기

Azucena
Stride la vampa! - la folla indomita
Corre a quel fuoco - lieta in sembianza;
Urli di gioia - intorno echeggiano:
Cinta di sgherri - donna s'avanza!
Sinistra splende - sui volti orribili
La tetra fiamma - che s'alza al ciel! 

아주체나
불꽃이 타오른다! 불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또 다른 불꽃이 피어난다.
기뻐 소리치는 비명들이 들리고,
살인자들은 여인을 불꽃 속으로 밀어넣는다.
살인자들의 피를 부르는 얼굴 위로
악마의 기운이 보이는구나.

Stride la vampa! - giunge la vittima
Nerovestita, - discinta e scalza!
Grido feroce - di morte levasi;
L'eco il ripete - di balza in balza!
Sinistra splende - sui volti orribili
La tetra fiamma - che s'alza al ciel!

불꽃이 타오른다!
검은 옷을 입은 맨발의 여인은
화형대로 끌려오고,
죽어가는 여인의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진다.
살인자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저 잔인함을 봐라.

        Fedora Barbieri                                      Fiorenza Cossotto

AZUCENA
Condotta ell'era in ceppi al suo destin tremendo!
Col figlio sulle braccia, io la seguia piangendo.
Infino ad essa un varco tentai, ma invano, aprirmi...
Invan tento la misera fermarsi e benedirmi!
Che, fra bestemmie oscene, pungendola coi ferri,
Al rogo la cacciavano gli scellerati sgherri!
Allor, con tronco accento: Mi vendica! esclamo.
Quel detto un'eco eterna in questo cor lascio.

아주체나
그들은 너의 어머니를 묶어 끌고 갔어.
나는 나의 아기를 안고 울면서 그녀를 따라갔지.
난 끝까지 어머니를 따라가려 했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어. 어머니는 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기도를 부탁하려 했지만,
그들은 어머니를 칼로 쿡쿡 찌르며
화형대로 끌고갔지...
어머니는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어.. "복수해줘"

MANRICO
La vendicasti?

만리코
복수를?

AZUCENA
Il figlio giunsi a rapir del Conte:
Lo trascinai qui meco...
Le fiamme ardean gia pronte.

아주체나
나는 백작의 아이를 납치했지.
그리고..
불꽃이 타오르고 있을때..

MANRICO
Le fiamme!... oh ciel!... tu forse?...

만리코
불꽃? 오... 세상에!

AZUCENA
Ei distruggeasi in pianto...
Io mi sentiva il core dilaniato, infranto!...
Quand'ecco agli egri spirti, come in un sogno, apparve
La vision ferale di spaventose larve!
Gli sgherri ed il supplizio!... La madre smorta in volto...
Scalza, discinta!... il grido, il noto grido ascolto...
Mi vendica!... La mano convulsa tendo... stringo
La vittima... nel foco la traggo, la sospingo...
Cessa il fatal delirio... L'orrida scena fugge...
La fiamma sol divampa, e la sua preda strugge!
Pur volgo intorno il guardo e innanzi a me vegg'io
Dell'empio Conte il figlio... 

아주체나
아이가 울기 시작했어.
나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지만,
갑자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고..
마치 꿈결처럼 느껴졌어.
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화형대와 살인자들 뿐이었어.
그 때 갑자기, 어머니의 날카로운 비명이
"복수해 줘!" 잊지못할 그 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백작의 아기의 손을 잡고,
그 아기를 화형대에 밀어넣었어.
모든 것이 화염에 둘러싸였고,
그들의 전리품도 사그라들었지.
그런데.. 내가 정신을 차리고
내 옆을 보니...
저주받을 백작의 아이가 그대로 서 있었어..

MANRICO
Ah! come? 
 
만리코
아.. 무슨 말이에요!

AZUCENA
Il figlio mio,
Mio figlio avea bruciato!

아주체나
난.. 백작의 아들이 아닌
내 아이를 불길 속에 던져 넣었던 거야!

MANRICO
Che dici! quale orror!

만리코
세상에... 그런 일이!

AZUCENA
Sul capo mio le chiome
Sento rizzarsi ancor! 

아주체나
난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머리칼이 다 곤두선다.

Fiorenza Cossotto

3) 백작의 나름 절절한 사랑 고백

Conte
Il balen del suo sorriso
D'una stella vince il raggio!
Il fulgor del suo bel viso
Novo infonde in me coraggio!...
Ah! l'amor, l'amore ond'ardo
Le favelli in mio favor!
Sperda il sole d'un suo sguardo
La tempesta del mio cor. 

백작
그녀가 미소를 지으면, 별빛도 그 힘을 잃고,
그녀의 얼굴에 떠오르는 청초함을 보면
나는 내 마음속에
용기가 솟구침을 느낄 수 있지.
아! 내 마음속에 불타는 사랑이
그녀에게 전해질 수 있다면!
그녀가 나에게 한 번만이라도 미소짓는다면
내 마음속의 상처가 모두 사라질텐데..

Rolando Panerai                              Ettore Bastian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