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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오프닝 씬처럼 트릭이 숨겨져 있는게 아니라서 비밀이라고 하기엔 좀 뭐합니다.
네. 이게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씬 중에 하나이지요. 서핑을 좋아하는 미치광이 킬고어 대령이 헬리콥터로 베트콩 마을을 습격하는 장면입니다.

킬고어는 클래식 광이기도 합니다. 그는 바그너의 <발퀴리의 기행>을 헬리콥터 공격에 배경 음악으로 사용합니다. 미치광이 킬고어는 지금 전쟁을 하는게 아니라 서핑 게임을 하는 것이죠. 사실 여기에 비치 보이스의 Surfin' USA같은 곡이 더 어울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코폴라는 바그너를 택했습니다. 그것이 이 씬의 비밀이라면 비밀입니다. 이유는 바로 히틀러가 가장 좋아했던 인물이 바그너였기 때문입니다.

1분 20초에 이 음악이 갑자기 뚝 끊어지고 베트남 마을의 학교를 보여줍니다. 새소리가 들리는 평화로운 학교입니다. 하얀 아오자이를 입은 여선생님들이 보이고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헬리콥터 소리를 듣고 도망을 갑니다. 그때 서서히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이 이 마을을 덮어버리지요.

그건 서구 문명이 동양을 공격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서양남자가 동양 여성을 강간하는 것과도 같은 장면입니다. 헬리콥터에서 군인들이 하는 대화를 들어보십시오. 고환과 관련된 농담을 합니다. 어떤 군인은 헬기에 장착된 폭탄을 스다듬는데 그것은 남자 성기를 과시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1분 59초에 파도가 밀려오면서 킬고어의 헬리콥터 부대가 나타납니다. 그들은 서핑을 타듯이 민간인 학살을 합니다. 이때 여성의 목소리가 아리아로 깔리는데 그게 <발키리의 기행>에서 영혼을 저승으로 끌고가는 여신의 목소리입니다. 죽음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을 시청각적으로 게다가 오페라라는 문화적으로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코폴라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했던 바그너. 그 중에 영혼을 앗아가는 여신이 등장하는 <발퀴리의 기행>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은 미군의 월남전 참전이 나치의 행동만큼이나 비난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p.s.) 전투기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중에 마이클 베이의 <진주만>이 있습니다. 전투기 공습 전 지금 이 씬과 유사하게 평화로운 일본의 도심을 비춰줍니다. 그리고 미군의 엄청난 공습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 영화에서는 민간인 학살을 마치 당위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천재와 어설픈 재주꾼이 만든 영화의 차이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