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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도입부는 다시 봐도 탁월합니다. 오프닝 씬은 알고봐도 속는 부분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청각적인 면에서 함정에 빠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글에 네이팜탄이 터질 때 폭탄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네이팜탄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영화를 꼼꼼하게 보는 분들은 우쭐해하며 도어즈가 부르는 "The End"와 헬리콥터 소리만 들렸다고 할 겁니다.

그런데 그것도 틀렸습니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아니라 호텔방 위에 달린 선풍기 팬이 돌아가는 소리였습니다. 선풍기의 팬은 1분 40초에 디졸브로 보여주고 3분 40초에 다시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소리는 헬리콥터에서 나온게 아니라 팬이 돌아가는 소리였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4분대에 실제 헬리콥터 소리가 들립니다. 윌라드 대위가 있는 호텔 밖에서 나오는 소리지요. 이 소리와 선풍기 팬 소리를 한번 비교해 보십시오. 확실히 다르죠?

자 여기서 우리는 두번째 착각에 빠집니다. 윌라드가 있는 호텔 밖으로 헬리콥터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이 영화는 이런 트릭이 있는 것입니다. 실제 헬리콥터를 보여줄 때는 선풍기 팬 소리를 들려주고, 실제 헬리콥터 소리를 들려줄 때는 헬리콥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호텔 밖에서 군악대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줬는데 우리는 군악대가 지나간 것을 본 것처럼 느낍니다. 이제 호텔 안에서 정글의 풀벌레 소리가 들립니다.

이 씬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습니다. "잠에서 깰 때마다 정글을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서는 정글을 생각했고.. 정글에서는 집을 생각했다" 윌라드 대위의 대사를 들어보십시오.

이 영화의 편집과 사운드 디자인을 한 사람은 헐리우드의 신화적 존재인 월터 머치입니다. 그는 이  씬에서 몸은 후방에 있지만 정신은 정글 속에 있는 인물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운드와 영상을 트릭처럼 꾸민거지요. 게다가 반전의 상징인 도어즈의 "The End"까지 함께 흘러나오니 정말 이처럼 멋진 오프닝 씬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위대한 영화는 이처럼 위대한 솜씨가 드러나는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