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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음악글을 올리다보면 '이번엔 뭘 올릴까'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왜' 올리느냐는 질문은 애써 회피합니다. '기냥' 이상의 답이 안 나올 것 같아서ㅡ,.ㅡ;;;)

이럴 때 역시 편한(?) 것은 기획물을 올리는 겁니다. 특정 작곡가, 특정 분야 혹은 특정 연주자를 택해서 죽 훑어나가는 것이지요. 이 기회에 저도 한동안 치워놓았던 곡을 들어볼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인 연주자 중에서는 가장 먼저 세계적인 연주자가 된 이라고 할 수 있는 정경화씨의 연주를 선택했습니다. 국내에서 음반을 살 때는 이분 연주 외의 것을 구하기 쉽지 않던 시절도 있었으니 어렸을 때는 정경화가 연주한 음반이 동 레퍼토리의 기준 연주가 될 수밖에 없었기도 했지요.

정경화씨는 예전에는 데카와, 후에는EMI에서 녹음을 남겼는데 가급적 녹음 시기에 맞추어서 한곡씩 올리려고 합니다. 오후 게시글이 너무 길면 안 그래도 썰렁한 글이 더욱 싸늘해질 것 같아서ㅠ.ㅠ

그래서 첫 순서로 등장하는 곡은 그녀의 데뷔 녹음이자 한국의 첫 클래식 레이블인 성음레코드의 라이센스 LP 1번 (번호가 001입니다)인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입니다.

유대 마피아가 득실거리는 미국 음악계에서의 엄청난 텃세를 이겨내고 우승한 레벤트리트 콩쿠르(대충 전미 음악 콩쿠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후 데카와 계약을 맺고 녹음한 첫 판인데, 많은 연주자들이 만만한(?) 소품집으로 데뷔하는 데 비해 경쟁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곡으로 녹음 커리어를 시작했으니 당시 정경화에게 걸던 데카 社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정경화씨의 연주의 특징은 '비할 데 없이 신선한 음색'으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어떤 분께서 참으로 적절한 비유를 해주셨는데 '면도날로 손가락을 베었을 때 확 뿜어져나오는 핏줄기'라고 하지요. 첫 음반인 여기서부터 그런 특징이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비교감상을 위해 같은 곡을 다른 이가 연주한 판을 덧붙입니다. 오늘의 상대(?)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분으로 추앙받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연주입니다.

Pyotr Ilych Tchaikovsky

Violin Concerto D Major op.35

1. Allegro moderato - Moderato assai


2.Canzonetta. Andante


3. Finale. Allegro vivacissimo


정경화                                                                                                David Oistra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