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감독  카메이 토오루
주연  미치다 시온.  사카키 히데오




ocn 에서 가끔 낙원이라는 제목으로 나오는 영화입니다.
어딘가 김기덕의 분위기가 나는... 아주 건조한 영화입니다.
일본에서 김기덕이 태어났으면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기본적인 이야기의 플롯은 단순합니다.
우연히 무인도에 표류하게된 두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보실분들은 아래 글을 읽지 마세요...















일본 정치계는 아직도 대를 이어 정치에 몸을 담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여기 여주인공 미치다도 같은 케이스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계에 진출하려고 시의원? 에 출마합니다.

부잣집. 혹은 명문가에서 곱게 자란 그녀는 안하무인이고 직설적인 성격입니다.
자신과 같은 지역에 출마한. 자기 아버지뻘의 현역 의원에게도 조금도 예의를 차리지 않습니다.
선거 참모들을 데리고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합니다.
그러다 지역 특성상 배를 타고 바닷가를 돌면서 선거운동을 하기로 합니다.

아버지가 잘 아는 어부에게 부탁을 하고 그 어부는 비교적 한가한 자신의 아들에게 그녀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라고 말합니다. 아들은 그런 부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죠.


그 아들은 상당히 뭔가에 억압받은 생을 살아온 남자입니다.
사고를 쳤거나 아니면 뭔가 무언에 압박에 결혼도 했지만 학벌도 능력도 없고 변변한 직업도 없이 와이프의 구박을 받으며 아버지 눈치를 보며 매일 빠찡코나 들락거리죠.


그러던중 그는 대형사고를 치고 맙니다.
제대로 일도 안하고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그를 와이프는 늘 구박하고 그러다 부부싸움을 하게됐는데
그만 실수로 부인이 죽게되고 맙니다.
늘 도망치는데 익숙해 있던 그답게 시신을 유기해버리고 태연하게 집에 돌아오죠.
그리고 아버지가 말한 그 선거운동을 도와주러 나섭니다. 현실에서 도망가는거죠.


약속장소에 그와 그녀는 나왔는데 그녀의 선거 참모들이 약속이 어긋나 늦게 되자 조급한 그녀는 그냥 우리끼리 먼저 가자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두 남녀는 항해에 나서게 되는데 배가 고장나는 바람에 어느 무인도에 가까스로 표류합니다.
학벌도 능력도 없이 패배자로 도망치듯 살아온 남자. 명문가에서 곱게 자라서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계에 진출하려는 야심만만한 여자. 이 두 사람의 무인도 표류기가 시작됩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별다른 음악도 없이 파도소리와 두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부분에서 김기덕과 확연히 구별되네요.
김기덕은 영상언어를 많이 사용했다면 이 감독은 대사와 행동을 같이 사용하지만 확실히 대사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음식도 없는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동안 드러나는 두 사람의 본능과 두 사람의 변화.
아무런 다른 장치도 없고 날씨의 변화도 없고 오로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변화들 뿐입니다.
그 중에 이 영화에서 가장 빼어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나옵니다.




여자는 음식이나 잠자리등 끊임없이 남자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공주로 살아온 그녀는 그런것을 해본적도 없이 남이 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남자는 우유부단하기에 거절도 못하고 그런것을 고분고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충대충하는 습관이 있고 여자는 그런것이 한없이 못마땅하죠.

두 사람은 참다 참다 어느순간 서로 부딫히게 되죠.
롱 테이크의 말싸움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 말싸움의 분위기가 묘합니다.
점점 말싸움이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어느순간 두사람이 싸움을 멈추고 서로 와락 안아버릴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타이밍이 언제일까.. 지금일까..지금일까..하고 있는데 번번히 틀리더군요.
어느순간 침묵속에 딱 그칠것 같은 싸움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이어지더군요.
결국 저도 러브씬은 포기하고 마음편하게 늘어지는데 대화가 끊기고 서로가 노려보더군요.
그때는 여자가 한번더 세게 남자를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여자가 남자를 노려보며 자기의 옷을 벗습니다.

옷을 하나씩 벗어나갑니다.
섹스를 하자는 무언의 신호였죠. 남자는 아무말 못하고 가만히 보고만 있습니다.
그때 여자가 남자를 노려보며 말합니다



"착각하지마. 널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냥 내가 외로운거야"



그 말 만큼 그녀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보여주는건 없었네요.
영화에서 나온 여자의 대사중 가장 기억에 남는 멋진 대사였습니다.




그뒤로 여자와 남자는 구조됩니다.
돌아와보니 선거는 이미 끝났고 그녀의 선거벽보는 찢겨져서 나뒹굴고 있죠.
육지로 돌아와서 그 두사람이 어떻게 될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결말이 좀 아쉽긴 하지만 두 사람의 심리변화가 아주 흥미진진한
재미있는 한권의 단편소설같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