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음악이란 걸 조금씩 듣기 시작하면서,
테이프 모으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모으던 테이프가,
중2 끝날 무렵엔 200개가 넘더군요-ㅁ-;

또래들은 사춘기였기에,
대개 용돈 모아서 신발 사고 옷 사고,
이렇게 멋 부리기 시작한 나이였지만,

교복, 물려받은 교복, 얻은 교복, 체육복, 단벌로 버티며,
멋이라는 것과는 담 쌓고 돈 모일 때마다,
테이프를 샀을 정도였습니다.

어렸을 때 집에 뜨거운 물이 안 나와서,
목욕탕을 가야만 했는데,
친구집 가서 뜨거운 물로 씻고,
목욕탕 비 꼬불쳐서 테이프도 샀었죠.

그러다가 어느 날 중3 막 올라갈 무렵이었는데,
엠비씨 뉴스데스크를 보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테이프 2년 내로 단종, 모두 씨디로 대체!
하아, 이 청천벽력 같은 일이ㅠ_ㅠ

그냥 테이프 가지고 있어도 되는 데도 불구하고,
뭔 생각이 들었는지 가지고 있던 테이프를 다 팔아버렸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몇 개, 담임선생님한테도 몇 개, 학원에서도 몇 개,
한 달만에 테이프를 다 팔아버리고서는,
그걸 또 씨디로 다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엄니와의 갈등은 언제?-ㅅ-; 이제 나옵니다. 힝)

그렇게 씨디를 모으기 시작하던 어느 날,
엄니께서 조용히 저를 부르시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혼을 내시면서,


니가 아무리 음악을 좋아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왜요?

니 나이를 생각해라.

음악 들으면 되는 나이가 있나요?

그게 아니라 너 나이가 몇인데,
이수만을 씨디로 사서 듣고 그러냐?

이수만 없는데-ㅁ-;


그렇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승환을 이수만으로 알고,
이승환 씨디를 사서 듣던 저를 이해를 못 하신 겁니다.
흙.


아, 쓰고나니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도 모르겠고,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