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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한 달 여 앞두고 관심 종목 중 하나인 피겨 스케이팅 종목을 조금씩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아래는 지난 주에 올렸던 거의 링크.

올림픽 피겨 미리 보기 (1) - 혼합복식 Pair


첫 종목으로 남녀혼합복식을 마치고 나면 다음날부터 피겨스케이팅의 힘과 기교, 카리스마의 장인 남자단식(싱글) 종목이 벌어집니다.

아무리 아름다움, 예술성을 강조하는 종목이라 할지라도 피겨 또한 엄연한 '스포츠'이니만큼 결국에는 육체적인 능력을 최고조로 보여줄 수 있는 남자 종목의 상징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종목에 쏟아지는 관심 또한 대단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대단한 남자단식 프로그램의 전설은 단연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보여준 '빙판의 왕자' 알렉세이 야구딘의 두 프로그램일 것입니다. 남녀를 막론하고 '피겨'를 대표할 수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그의 SP 'Winter'와 LP 'The man of iron mask'에서 보여주는 그의 화려한 스텝과 점프, 꽉 짜인 안무는 이 프로그램 그대로 현 올림픽에 참가해도 우승이 가능할 것 같은 뽀~쓰를 풍기고 있습니다. 일단 한번 보시지요.
 SP - Winter
 LP - The Man of Iron Mask


말이 안 나오지 않습니까. 시원한 점프도 그렇지만 저 눈 돌아가는 현란한 스핀에 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말 많고 탈 많았던 판정시비로 얼룩진 솔트레이크 올림픽 피겨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뒷말로 나올 수 없게 만든 프로그램이라 할만 합니다.

하긴 그 누구에게는 '그래봐야 야루저'일지도 모르지만-_-;;;;
(근데 정말로 스텝이나 싯 스핀 같은 동작에서는 살짝 짧은 다리가 더 유리해 보이는 것 같기도...)

'빙판의 왕자' '루저' 야구딘 이후 피겨계를 평정한 사나이는 2002년 은메달리스트이자, 2006년 토리노에서 금메달을 딴 '위너' 예브게니 플루셴코입니다.

그의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동영상.
SP - 푸치니: '토스카'


  LP - 로타: 영화음악 '대부The Godfather'

역시 '위너' 다운 시원한 점프와 스핀이 매력이긴 한데, 저도 어지간한 플루셴코 빠돌이지만두,  차마 이 프로그램이 이전 우승자인 야구딘의 것보다 더 좋다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2006년 올림픽의 경우, 그와 우승을 다툴 경쟁자들이 이미 SP에서 죄다 나동그라지는 바람에, LP는 아주 맥빠지는 싱거운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거든요. 플루셴코의 연기도 그래서 그런 건지,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점프만 실컷 배치해 놓은 심심한 프로그램이 된 것 같네요. 싯스핀과 스텝은 살짝 민망한 수준-_-;;

그러나,

플루셴코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그의 대표적인, 최고의 영상이 있으니,

그 유명한 갈라 프로그램 'sex bomb'. ㅎㅎㅎ

한 카리스마 하는 야구딘의 올림픽 갈라 영상과 함께 보시지요.
야구딘: 2002 올림픽 갈라 'Overcome'
플루셴코 - 'Sex bomb'


역시 놀던 가락이 있는 넘들이라 재미있군요... 참고삼아,

여기 묻어서 출연하는, 청소부 복장을 하고 등장하는 여성 동지들은 그냥 플루셴코의 들러리로 나온 쇼걸이 아닙니다.

한 명(검은 머리)은 2002년 은, 2006년 동메달리스트인 이리나 슬루츠카야. 미셸 콴과 더불어 2000년대 초반 여자 피겨계를 양분하던, 공평하게(?) 불운이 겹쳐 콴과 마찬가지로 결국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한 점에서 비슷한 대 스타이지요.
 
또 한 명, 옐례나 베레즈나야, 2002년 솔트레이크 페어에서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금메달을 딴 스타 선수. 페어 선수답게 작은 체구이지만 그 와중에도 풍겨나는 엘프의 기운....

어쨌든, 관례에 따라(?) 플루셴코도 금메달을 딴 후 경쟁 무대를 떠나 아이스쇼에서만 놀았는데 작년, 돌연 복귀를 선언하며 돌아와 버렸습니다. 돌아와서는 많은 대회를 뛰지 않고 딱 두 대회에만 출전했는데, 대략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SP - 로드리고: 아랑훼스 협주곡 (2악장)

LP - Marton: Tango amor

복귀 무대를 본 대부분 사람들의 평은 이렇습니다.

'점프는 여전히 대단한데, 저 정도 프로그램으로 금메달 딸 수 있겠어?'

최근 남자단식 경기의 추세는 무지 촘촘한 구성에 화려한 안무, 대신에 상대적으로 4회전 같은 고난도 점프는 살짝 자제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데, 4-3-3으로 대표되는(물론 그의 현 몸 상태로 4-3-3은 불가능할 듯) 그의 무지막지한 점프 위주에 빈약한 안무(특히 스핀, 스텝)의 프로그램이 과연 어필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많습니다. 플루셴코 자신도 현 프로그램에 부족함이 많은 것을 인정하고 있고요. (이에 관한 그의 인터뷰를 펌질해온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현재 우승 가능권 선수로 분류되는 선수로 러시아의 플루셴코에, 미국의 에반 라이사첵, 체흐의 토마슈 베르네르, 일본의 다카하시 다이스케, 오다 노부나리 등등이 꼽힐 만큼 남자단식은 특별한 맹주 없이 군웅할거의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보고 돈을 걸라면 저는 플루셴코에게 걸겠습니다. 왜냐고요?

1. 피겨 바닥 최고의 마피아인 러시아가 과연 피겨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겪고 앉아 있을 것인가... 할때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못지않은 깡패인 미국이 가만 안 있을 것도 같지만.

2. 무엇보다도, 저는 러시아 빠돌이거든요. -_-;;;


플루셴코의 이번 올림픽 SP 곡인(어쩌면 바뀌었을 지도) 아랑훼스 협주곡의 2악장을 자동재생으로 링크하며 이만 접습니다.......
 

Evgeny Plushenko

Joaquín Rodrigo

아랑훼스 협주곡

2. 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