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오페라} 파르지팔 (1/3)
- 작성일
- 08-10-14 06:02
베르디와 동갑내기로서 19세기 이후 오페라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바그너.
그의 마지막 작품인 '파르지팔'을 몇 차례에 나누어 올려봅니다.
베르디로 대표되는 기존의 이탈리아 스타일의 오페라는 레치타티보(그냥 대사 비슷한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특정 시점에서 감정의 폭발을 가져오는 아리아 하나 터져주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반면, 바그너의 악극(작곡자 본인이 오페라라는 표현보다는 악극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씁니다)은 마치 연극이 진행되듯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흐르고 배우들은 거기에 맞추어 대사를 읊습니다. 당연히 아리아 같은 게 따로 있을 리가 없지요.
때문에 처음 바그너의 작품을 접하면 그 길이에 질려서 그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지만, 원래 세상의 수많은 바그너 신도라는 것이 다 그러다가 생기는 법이라던가... 뭐 암튼 그렇습니다.
'파르지팔Parsifal'은 영어 이름 'Percival'의 독일어 표기입니다. 영어 '퍼시발'이 등장하는 중세 문학은? 바로 '아더 왕 이야기'이죠. 그의 원탁의 기사 중 첫번째가 바로 퍼시발입니다. 즉, 이 이야기는 아더 왕의 전설에서 소재를 따 왔고, 거기에 만년의 바그너의 나름대로 투철한 종교 의식에 그 특유의 장광설이 가미되어 이 같은 중독성 있는 (어쩌면 되게 지겨운) 작품이 태어나게 된 것이죠. 어쨌든 바그너가 평생에 걸쳐 개발한 모든 것(새로운 음계의 사용, 주도동기Leitmotiv 등등등)이 녹아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자, 이제 인디아나 존스의 선배 격인 이들의 이야기를 대충 지켜보시지요.
오늘은 1막만 요약합니다.
1) 새벽이 되자 성배와 성창(십자가에 못박힐 때 예수를 찔렀다는 창과 그 피를 받았다는 잔)를 지키는 기사들의 우두머리 격인 구르네만츠(바리톤, 사실상의 주인공)가 모두를 깨운다. 이들은 자신들의 왕 암포르타스(바리톤)의 고칠 가망 없는 상처를 고치기 위해 몇년째 동분서주하고 있는 중.
2) 이들 주변에 언제나 배회하는 이상한 여자 쿤드리(소프라노, 여주인공)에 대해 사람들이 뒷담화를 하자 구르네만츠가 그녀만큼 성심성의껏 우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도 없다며 주위를 나무란다. 그러다가 자신들이 지키고 있어야 하는 성창을 빼앗긴 이야기를 젊은이들에게 해준다.
3) 대대로 성창과 성배를 지키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는데 사악한 마법사 클링조르(바리톤)가 마녀(누구일까요??)를 보내어 암포르타스를 유혹해 성창을 빼앗고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그런데 이 상처는 그 창으로만 치료할 수 있고, 성창은 '순수한 바보'만이 찾아올 수 있다는 계시가 내렸다는 것.
4)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졌는데, 웬 행인 1이 멀쩡히 잘 놀고 있는 호수의 백소를 쏘아죽인 것. 범인을 끌고와보니 이건 아무 개념이 없는 녀석(파르지팔, 테너)이라. 자기 이름도 잘 모르는 듯. 갑자기 구르네만츠에게 든 생각. '이 사람이 혹시 그 계시 속의 바보?'
5) 그런데 난데없이 쿤드리가 나서서 이 남자의 과거를 설명해준다. 그리고는 다시 갑자기 무엇엔가 취한 듯 비틀거리며 사라진다.
6) 구르네만츠가 이 녀석을 끌고 가서 자신들의 비밀에 싸여 있는 의식을 보여준다. 혹시 뭔가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7) 암포르타스의 아버지이자 먼저번 왕인 티투렐(베이스)가 의식을 시작할 것을 명하지만 암포르타스는 자신의 상처의 괴로움만을 한탄한다.
8) 어쨌든 거행되는 의식. 구르네만츠가 뭔가를 기대하며 파르지팔을 바라보지만 그는 여전히 멍한 상태.'에라 이 녀석아' 하며 그를 내쫓으며 1막 끝.
오늘 들어보실 부분은
0) 전주곡 - 10여년 전까지(어쩌면 지금도?) 마봉춘 라디오의 '뉴스의 광장'이던가 하는 프로그램의 시작 음악으로도 쓰였던 대단히 유명한 곡.
6) 이후 전 장면입니다. 수많은 바그너 신도를 양산하는 중독성 강한 합창이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지요. 중간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나긴 암포르타스의 독백은 뽀나스ㅡ,.ㅡ;;;
Richard Wagner
Parsifal
Prelude
6) 장면 전환 음악
6) 이어 진행되는 의식
GURNEMANZ
(sich zu Parsifal wendend, der wie verzaubet steht)
Nun achtewohl und lass mich seh'n;
bist du ein Tor und rein,
welch Wissen dir auch mag beschieden sein.
구르네만츠
(홀린 듯 서 있는 파르지팔을 보며)
잘 보게, 나도 잘 볼테니.
그대가 바로 순수하고 바보라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게 될 걸세!
(만찬회장의 기둥이 위로 둥근 천정을 받치고 있다. 양쪽 끝의 문이 열려져 있고 성배의 기사들이 오른쪽에서 등장하여 만찬 테이블의 좌석에 앉는다)
DIE GRALSRITTER
Zum letzten Liebesmahle
gerüstet Tag für Tag,
(Ein Zug von Knappen durchschreitet schnelleren Schrittes die Szene nach hinten zu)
gleich ob zun letzten Male
es heut uns letzten mag.
(Ein zweiter Zug von Knappen durchschreiten den Saal)
Wer guter Tat sich freut,
ihm wird des Mahl erneut;
der Labung darf er nah'n.
Die herhste Gab' empfahn.
성배의 기사들
매일 준비되어 나오는
이 사랑의 만찬,
(뒷쪽으로는 시종들의 행렬이 빠르게 지나간다)
지난번처럼
오늘도 우리의 기운을 돋구어 주소서.
(두번째 시종들의 행렬이 궁전을 가로지른다)
이 음식으로 새롭게 태어나
선행을 기쁘게 행하게 되리!
평안이 그대의 것이요,
더 없이 귀한 선물을 받으리라.
(모여있던 기사들은 테이블로 가고, 왼쪽 문에서 시종들과 수사들이 암포르타스 왕을 가마에 태운 채 나온다. 그 앞에는 네 명의 시종이 성배가 든 함을 받쳐들고 온다. 행렬은 중앙의 뒷편으로 가서, 높은 긴 의자 위에 왕이 가마에서 옮겨진다. 그 앞의 네모난 돌제단 위에 시종들이 성배가 든 함을 놓는다)
JÜNGLINGE
(aus der mittleren Höhe der Kuppel)
Den sündigen Welten,
mit tausend Schmerzen,
wie einst sein Blut geflossen -
dem Erlösungshelden
sei nun mit freudigem Herzen
mein Blut vergossen.
Der Leib, den er zur Sühn' uns bot,
er lebt in kuns durch seinen Tod.
젊은이들
(높은 천정의 중간쯤 되는 곳에서)
그 옛날 죄많은 이 세상을 위해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주님의 피가 흘러 내렸듯이
이제 나는 기쁜 마음으로
위대하신 주님을 위해
나의 피를 흘리리.
우리의 죄를 대신했던 주님의 육신이
죽음을 이기고 우리 속에 살아 계시네.
KNABEN
(aus der äussersten Höhe der Kuppel)
Der Glaube lebt;
die Taube schwebt,
des Heilands holder Bote.
Der für euch fliesst,
des Weines geniesst
und nehmt vom Lebensbrote!
소년들
(천정 높은 곳에서)
믿음이 계속되고
구세주의 사랑을 전하는
비둘기가 날아다니네.
그대들을 위해 따라 놓은
포도주를 마시라,
생명의 빵을 들라!
(모두 자리에 앉고 완전히 정적이 된 순간, 왕의 자리 멀리 위쪽에서 티투렐의 목소리가 마치 무덤 속에서 나는 듯 들려온다)
Hans Hotter(Gurnemanz)
7) 티투렐과 암포르타스의 이야기 - 많~~~이 깁니다.
TITUREL
Mein Sohn Amfortas, bist du am Amt?
Soll ich den Gral heut noch erschau'n und leben?
Musss ich sterben, vom Retter ungeleitet?
티투렐
나의 아들 암포르타스, 그곳에 있느냐?
내가 오늘도 다시 성배를 보고 살 수 있는가?
아니면 나는 구세주의 보호도 없이 죽어야 하느냐?
AMFORTAS
Wehe! Wehe mir der Qual!
Mein Vater, o! Noch einmal
verrichte du das Amt!
Lebe, leb' - und lass mich sterben!
암포르타스
슬프도다! 이 고통으로 더욱 괴롭구나!
아버님이시여, 다시 한번
이 의식을 주관하시고
사시고 또 사시며 제가 죽도록 해 주십시오!
TITUREL
Im Grabe leb'ich durch des Heilands Huld
Zu schwach doch bin ich, ihm zu dienen.
Du büss' im Dienste deine Schuld!
Enthüllet den Gral!
티투렐
구세주의 은총으로 나는 무덤 속에서도 아직 살아 있다.
그러나 주님을 위해 봉사하기에는 너무 쇠약해졌다.
네가 주님을 섬기고 속죄를 받으라!
성배의 덮개를 벗겨라!
AMFORTAS
Nein! Lass ihn unhenthüllt! Oh!
Dass keiner, keiner diese Qual ermisst,
die mir der Anblick weckt, der euch entzückt!
Was ist die Wunde, ihrer schmerzen Wut,
gegen die Not, die Höllenpein,
zu diesem Amt - verdammt zu sein!
Wehvolles Erbe, dem ich verfallen,
ich, einz'ger Sünder unter allen,
des höchtsten Heiligtums zu pflegen,
auf Reine herabzuflehen seinem Segen!
O Strafe, Strafe ohnegleichen
des - ach! - gekränkten Gnadenreichen! -
Nach ihm, nach seinem Weihegrusse,
muss sehnlich mich's verlangen;
aus tiefster Seele Heilesbusse
zu ihm muss ich gelangen.
암포르타스
아니! 그냥 덮어두어라! 오오!
내 속의 이 괴로움을 보는 사람도 괴로울 텐데
아무도 그런 고통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지!
내 상처와 그 고통이 크다 한들
이 의식에서 내게 내릴 저주와
그 실망과 괴로움에 비할 수 있으리!
나야말로 괴로운 상속자로구나.
내 백성들 중에서 유일하게 죄를 진 내가
가장 성스러운 것을 돌보아야 하다니,
은총이여 옳은 자들에게 내릴지어다.
이 형벌, 너무도 가혹한 형벌은
잘못된 주님의 자비인가!
주님과 주님의 성스런 말씀을
그토록 열심히 구해 왔건만
이제 나는 온 정신을 뉘우치며
주님께 가리라---.
Die Stunde naht;
ein Lichtstral senkt sich auf das heilige Werk;
die Hülle fällt.
Des Weihgefässes göttlicher Gehalt
erglüht mit leuchtender Gewalt;
durchzuckt von seligsten Genusses Schmerz,
des heiligsten Blutes Quell
fühl' ich sie giessen in mein Herz;
des eig'nen sündigen Blutes Gewell'
in wahnsinniger Flucht
muss mir zurück dann fliessen,
in die Welt der Sündensucht
mit wilder Scheu sich ergiessen;
von neuem springt es das Tor,
daraus es nun strömt hervor,
hier, durch die Wunde, der seinem gleich,
geschlagen von desselben Speeres Streich,
der dort dem Erlöser die Wunde stach,
aus der mit blut'gen Tränen
der Göttliche weint' ob der Menschheit Schmach,
in Mitleids heiligem Sehnen -
und aus der nun mir, an heiligster Stelle,
dem Pfleger göttlischer Güter,
des Erlösungsbalsams Hüter,
das heisse Sündenblut entquillt,
ewig erneut ausd des Sehnens Quelle,
das, ach! Keine Büssung je mir stillt!
Erbarmen! Erbarmen!
Du Allerbarmer! Ach, Erbarmen!
Nimm mir mein Erbe,
schliesse die Wunde,
dass heilig ich sterbe,
rein Dir gesunde!
(Er sinkt wie bewusstlos zurück)
시간이 다가왔다.
한줄기 빛이 성배에 비치며
덮개가 벗겨진다.
성스런 잔에 담긴 신의 피가
눈부시게 빛난다.
절정의 고통에 전율하며
성스런 피의 줄기가
내 가슴으로 부어진다.
내 죄 많은 피는 썰물처럼
미친 듯이 도망쳐
격한 공포 속에 밀려들어와
내 뒤의 죄악의 고통의 세상으로
솟구쳐간다.
그러자 새로운 문이 열리고
이제 나타나는 것은
여기, 주님의 상처와 똑같은 상처,
주님을 찌른 창과
똑같은 창에 찔린 상처,
주님께서 입으신 상처에는
인간의 못된 죄를 용서하시는 피눈물을 흘렀는데,
천국의 자비를 구하시면서---.
그러나 이 성스런 의식을 행하고
성스런 유물을 지키며, 그 유물의
세상을 구하는 힘을 수호하는 나의 상처에서는
뜨거운 죄의 피가 흐르는구나.
아무리 애써도 조금도 변함이 없이
나의 죄는 씻겨지지 않는구나.
오, 자비를! 오, 자비를!
자비로우신 주여,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
제 유산을 다시 거두어 주시고
제 상처를 아물게 하소서.
그리하여 제가 주님을 위해
순수하고 결함없이 성스러운 죽음을 맞게 하소서!
(의식이 없어진 듯 자리에 눕는다)
KNABEN UND JÜNGLINGE
(aus der mittleren Höhe)
"Durch Mitleid wissend,
der reine Tor;
harre sein;
den ich erkor!"
소년들과 젊은이들
(천정의 중간 높이에서)
“자비심으로 깨우치리라.
순수한 바보를
기다릴지어다.
그가 약속된 자이다”
DIE RITTER
So ward es dir verhiessen;
harre getrost,
des Amtes walte heut!
기사들
그것이 폐하께 이루어진 약속이니
자신을 잃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오늘의 의식을 행하십시오!
', '베르디와 동갑내기로서 19세기 이후 오페라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바그너.그의 마지막 작품인 '파르지팔'을 몇 차례에 나누어 올려봅니다.베르디…', 'http://www.walterbraunfels.de/Frithjof%20Haas%20english-Dateien/image0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