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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공부를 완전 못했어요

안한건가....

아무튼 중학교 시절 반에서 10등안에 들어본 기억이 안나네요

당시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합격하려면 55% 안에 들어야 되는데

44% 정도로 졸업했거든요

저 때가 처음으로 부산에서 연합고사가 없어진 때입니다

그때 집에서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서 밑바닥을 기느니 공고를 가라고 하시고

저도 진지하게 공고에 갈 생각을 하다가

그때는 왠지 쥐뿔도 없는 자존심에 공고 교복 입고 다니기는 싫더라구요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갔는데

2학년 때 까지 꾸준하게 중간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유지했어요

맨날 야자 도망가서 당구장 가고, 피씨방 가고.....

천리안으로 채팅해서 벙개나 하고..

(그 당시에는 벙개가 그렇게 이상한 거 아니였습니다. 그때 천리안 채팅방은 영화 접속 같은 분위기 였지요)

선생들은 맨날 줘 패기나 하고....

그러다가 3학년이 되면서 제가 좀 달라졌어요

수학 선생님이셨는데 제가 유일하게 쪼큼 잘 하는 과목이 수학이였거든요

그때 선생님이 처음으로 저를 인정해주었고 답없는 교사용 문제집도 챙겨주고 그랬거든요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인정받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성적은 부쩍 부쩍 올랐고 수능을 치고 나서는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한 대학에 지원을 했어요

내신이 최악이라서 몇점 남겨두고 쓴건데 떨어졌네요

원래 꿈도 꾸지도 못할 대학이었는데 쓰고 떨어지니까 왠지 가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재수를 했는데 어디에 메어서 지내는게 싫어서 학원도 안 다니고 독서실에서 독학을 했어요

그때 고3 담임 선생님이 자기 과목 말고도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말해서 책을 잔뜩 구해주시더군요

교복을 벗고 고등학교 공부를 다시 보니까 마음도 편하고 성적도 무럭 무럭 오르더군요

재수 후에 수능 성적표를 받으러 학교에 갔는데 담임 선생님이 자기 자식 성적 잘 나온 것 처럼 좋아해주시더군요

그래서 졸업 후 군대에 있었던 2년을 빼면 01, 02, 03, 06, 07, 08..이렇게 6년 동안 스승의 날마다 선생님을 찾아 뵙게 되네요

물론 평소에도 가끔 찾아 뵙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