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뻘]우리들의 낚이는 이야기들.
- 작성일
- 09-06-20 11:16
중3이 되던 해.
자못 비장한 결심을 했었다.
자못 비장한 결심을 했었다.
소년이 난생 처음했던 비장한 결심은
고등학교는 기필코 남녀공학을 가고말겠다는 것...이였다.
돌이켜보면 고3때보다 중3때 공부를 더 열심히 했으니,
사람에게 확실한 동기라는게 이렇게 중요하다.
그리하여, 기어이 남녀공학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만화책대로라면 벚꽃이 날리고
김희선닮은 여학생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되야할 개학식이였는데,
벚꽃대신 모래폭풍이 몰아치던 운동장에서
뉘늦게 뭔가 잘못되기 시작했다는걸 깨달았다.
그녀석과 뭉쳤던 건
같은 허탈감과 상실감을 공유했기 때문이였다.
세상에 여자애들이 도시락도 까먹고.
방귀도 뀌고 트림도 하다니.
녀석은 난 화장실도 안갈줄알았어! 라고 절규했고
난 촌스럽긴이라고 쫑크를 줬지만
내 맘도 마찬가지였다.
남녀공학에 낚였다는 허탈감외에도 우린 비슷한게 많았다.
한국의 지극히 평범한 가정 - 긍정적이지 않은 - 에서 성장했던 것이라던지.
SES 보다는 핑클을..
이효리보다는 성유리를 좋아했다라던지..
아. 그땐 SES와 핑클 데뷔전이구나!
사람의 기억이라는게 이렇게 후지다.
처음 담배를 피다 걸려 끌려갔던것도 그 녀석과 함께였고,
처음 술먹다 걸려 먼지나게 두드려 맞았던 것도 그 녀석과 함께였다.
그리고, 방귀뀌고 트림하는 그 여자때문에 남자가 울수도 있다는 걸,
그 녀석 때문에 처음알았다.
우리반 누가 자기를 좋아하는것 같다라던지..
아니야 갠 나를 좋아해라던지...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이라는던지..
옆반이랑 한골에 만원빵으로 붙어서 그 돈으로 탕수육먹으러 가자 라던지..
대부분의 쓰잘때기없는 애기과 아주 가끔 진지한 애기들을 하며
우린 그렇게 그 시절을 보냈다.
언제부턴가 우린
누군가와 헤어졌다고 울지않게 되었고,
누군가와 헤어졌다고 울지않게 되었고,
누군가가 보고싶다느니하는 애긴보단...
회사가 재미없단 애기,
나라꼴 잣같다는 애기들을 하게됐다.
나라꼴 잣같다는 애기들을 하게됐다.
그리고 여전히 10년뒤엔 뭘하고 있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우린 10년전에도 10년뒤에 뭘하고 있어야 할지 몰랐었다.
멍청한 두 마리의 붕어는
고등학교 시절엔 대학만 가면 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대학가선 사회인이 되고 나면 뭔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서로에게 화이팅을 외쳤더랬다.
서로에게 화이팅을 외쳤더랬다.
공부 열심히해서 남녀공학만 가면
벚꽃나무 밑에서 김희선닮은 여학생을 만날줄 알았던 중3시절 마냥
두 마리의 붕어는 인생의 분기점에서 번번이 낚여왔고,
그래도, 혼자 낚인게 아니라며... 서로를 위로해왔다.
오랜만에 그 녀석을 만난다.
삶이 낚시라며 한탄하며
또 서로 위안삼아야겠다.
그리곤.
나 대신 내 첫사랑과 키스했던 원죄를 다시 한번 울궈먹을련다.
또 서로 위안삼아야겠다.
그리곤.
나 대신 내 첫사랑과 키스했던 원죄를 다시 한번 울궈먹을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