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커플분들이 불펜을 떠나있을 이 무렵, 와인병 옆에끼고 불펜을 열어두니 멜랑꼴리하군염.



주위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보면 요즘들어 가장 자주나오는 얘기가....

"우리과 왜 이 과를 왔을까?"입니다.

제가 졸업한 학부 뿐만 아니라 인문계열 타 과 출신도 그러더군요.

최근에 경기가 나빠지다보니 이런 얘기가 자주나온다구요.

그래도 들어올때까지만 해도 IMF이런거 상상도 못했었는데, 대학을 1, 2년만 늦게 들어왔어도

선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전 고3 올라갈 무렵 가고 싶은 학과를 결정했었습니다. (학교가 아니라)

애시당초, 경제 경영 법학은 생각도 안했었는데요 공부도 재미없을 것 같았지만

사람을 보는 방식에 대한 반발같은 것도 있었죠.

주로 외적인 통제나 외적 질서와 관련된 저 분야는 세상을 규율하고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믿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흔들어볼 수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만.

그러면 세상이 돌아가고 역사가 흘러가는 정방향을 알게 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죠.

취직이나 돈버는 문제는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그저 순진무구한 청소년이었달까... -_-;;;;;;;;;;;;

다행히 적당한 점수가 나와줘서 기쁜마음으로 대학에 입학.

하지만 대충 한학기 정도 다니니 견적이 나오더군요.


아..... 그런거 가르쳐주는거 아니구나.......


공부에서 급 등돌리기 시작......

그리고 IMF크리.....

점차 깨닫게 되는 사실은

밥먹고 사는문제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것이었고

법조문은 그저 종이위 잉크가 아니라 현실을 옭아매는 규율이었다는 것.

그게 현실의 국가 권력과 자본 권력이라는 것.

문학 나부랭이는 참으로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신입생 첫 전공수업때

모두가 존경해 마지않는 한 노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어봤죠.

"여기서 장남인 사람? 장남이라면 부자인가? 아니라면 공부할 생각은 하지마."

-_-;;;;;; 다들 뭐가 저따위야 하는 반응......

친구들의 많은 수가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하면서

다시 그 순간을 떠올리며

그 노교수의 말이 정확했음을 인정하곤 했습니다.


다수가 비수도권 출신이었던 동기들 가운데

강남에서 들어온 몇 눈치빠른 녀석들은

당시 드문 경우였던 복수전공이나 전과제도를 이용해

경영학 쪽으로 빠지기도 했죠.

하지만 대부분은 좋은 말로 순박했고, 그냥 말하면 세상에 무지했습니다.

이상은 높았지만 자기 발 밑은 보질 못하고 있었네요.


전 나름 소신지원이었지만 진작 전공은 접었고,

치열한 눈치작전 끝에 학과를 골라 들어온 친한 친구 한 명은

이 학문 아니었음 뭐하고 살았을까 싶을정도로

공부 잘 하고 있습니다.


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제게 다시 학과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공부는 취미로 하고

생존 전쟁에서 살아남을 법한 무기하나를 벼를 수 있는 학과를 고를 것 같습니다.

다들 어렵다고 얘기하는 요즘

친구들과 자주하는 얘기네요.


뭐 이제와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제 자신을 문득 발견할 때마다

슬프네요.



힘든 공부 하고 계신 모든 분들 힘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