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5시 반.

동생이 먹을 아침을 차려놓고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공부 좀 해야지. 안그러면 일찍 일어난 보람이 없잖아'

....음악을 들으며 학교로 걸어가는 내내 주문을 외워봅니다. 중얼중얼.


편의점에 들러 캔커피 하나를 사고 길을 건너기 위해 그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립니다.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고 혹시 지나가는 차는 없는지 차분하게 좌우를 살핍니다.


반대편 차선 오른쪽으로 저 멀리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일 뿐. 

안전을 확인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건넙니다.


그런데 불빛이 점점 더 빠르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확인합니다.

횡단보도를 중간쯤 건너 중앙선을 막 지나려는 찰나. 헤드라이트 불빛에 눈이 부십니다.

....

한 발 앞으로 뻗어 도움닫기 한 후 그대로 몸을 날립니다.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

버스는 여전히 멈추지 않습니다. 아직도 신호등은 파란불-보행자신호입니다.

횡단보도를 그대로 지나쳐서는 우회전을 하려고 잠시 깜빡이를 켜고 대기하는 버스가 보입니다.

....

이 개C8 색휘, 잡아서 죽여버려야겠다는 생각말고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

잠시 정차한 버스를 따라잡아 꼬랑지부터 주먹으로 두드리며 뛰어갑니다.

버스 꼬랑지에 선명하게 새겨진 'XXX교회'. 

'내 오늘 네가 그토록 원하는대로 너의 신을 만나러 가게 해주마' 
 
....

문앞 유리를 두드리며 쌍욕을 퍼붓습니다. 유리문 너머로 어리둥절한 표정의 50대 중후반의 사내가 보입니다.

문이 열리고 버스로 뛰어올라갑니다. 운전석에서 일어나려는 사내의 얼굴에 주먹을 날립니다.

....

주먹과 발을 사정없이 휘두르는데 왜 이리 서러운지 자꾸 눈물이 납니다.

쪽팔리게 눈물 콧물 범벅이 되서는 분명 쌍욕을 하고 있는데 입에서는 자꾸 외계어가 튀어나옵니다.

빙신같이 제 설움 못이겨 할 말 제대로 못하고 눈물만 쏟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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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온 몸이 부르르 떨리네요.

학교와서 넋놓고 앉아 있는데 '오늘 꿈자리 사납더라. 별 일 없지' 하고 어머니 전화를 받았어요.

별 일 없다고 말하는데 자꾸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서둘러 끊었네요.


오늘은 좀 제대로 공부해볼까 싶어서 어제는 베팍질도 조금만 하고 일찍 잤는데...

차라리 늦게까지 베팍에서 놀다가 늦게 일어났으면 이런 일도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