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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으로 온 팩스를 보고 황당했습니다. 진보정당 통합을 촉구하는 조합원 서명을 받으라는 것이었죠.

저는 민주노총 조합원이자 진보신당 당원으로서 3가지를 말씀드리고자합니다.

먼저, 정당성의 문제입니다. 진보양당이 통합하려면 최소한 과거의 패악에 대한 조치는 있어야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도로민노당인것이죠. 지금 일심회사건 관련자처리에 대한 사죄가 있었는지요? 재발방지는 가능한지요? 또한 현재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통합론은 민노당의 주장과 동일합니다. 게다가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 조차 고수하고 있습니다. 자, "민노당과 동일한 통합론을 주장하고 배타적 지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진보양당에 중립적으로 대할꺼야."라고 한다면 누가 믿겠습니까? 이런 주장이 이명박이 말하는 "도곡동 땅은 내꺼 아니야,bbk도 내가 창립했지만 내꺼 아니야"라는 식의 논리와 뭐가 다릅니까? 이미 민주노총은 과거 진보신당 비례대표에 출마한 후보에게 대변인의 입을 통해 악담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런 과거를 가지고 공정한 역할을 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현실성의 문제입니다. 위원장님이 노회찬대표를 겁박해서 통합정당을 만들었다고 칩시다. 현재 진보신당의 7할에 육박하는 당원들은 구 민노당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당원들입니다. 이들이 현재의 민노당 당원들과 같이 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즉, 통합해도 진보신당에서 많아야 30%정도 갈겁니다. (제 생각엔 20%도 안될 듯 합니다만) 이런 식의 통합을 서두르는 이유가 뭔가요? 통합해도 실익이 없습니다. 여기가 무슨 조선노동당도 아니고 김정일이 지시하면 노동당원들이 다 따라가는 것 처럼 진보신당 당원들이 노대표가 정한다고 다 통합되는 정당에 가입할리가 없습니다.

세째, 민주노총 자체의 문제입니다. 혹시 기억나십니까? 민주노총 이XX 사무총장님이 이랜드사태 관련해서 단사의 문제는 단사가 해결하는 거라 했던 일 말이죠. 단사의 문제는 단사가 풀어야하는데 민주노총 총연맹은 왜 필요합니까? 그런 식이라면 개인의 문제는 개인 풀어야하는데 노동조합은 왜 필요합니까? 예를 들어볼까요. 이랜드노동조합의 경우 현재 단협도 해지상태이며, 임금도 4-5년째 동결된 상태입니다. 게다가 해고자 중 단 한사람도 복직이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민주노총 장투사업장 안내 게시판에 뭐라고 되어 있는 줄 아십니까? 아래 그림처럼 "타결" 이라고 벌겋게 찍어놨더군요. 민주노총에서는 해고자복직 안되고, 단협해지되고 임금 동결된 사업장이 타결된 사업장입니까?

누군가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 손내밀 때는 단사문제는 단사가 알아서하는 것이고, 나름대로 독립성을 갖고 자기의 길을 가려는 단체에는 서명운동을 통해 압력을 행사는게 민주노총의 기조인가요? 힘들고 피곤한 일은 단사노조가 하는 것이고, 총연맹은 폼나고 힘깨나 쓸 수 있는 부분에서 활약하시고 싶습니까?

세상을 사는것은 사리에 맞게 살아야됩니다. 또한 정당성을 일정부분 갖춰야 됩니다. 지금 민주노총의 행동은 사리에 맞지도 않고 정당성조차 결여된 행동입니다. 그냥 행패라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 진보신당 당원이 많이 있을겁니다. 그들은 민주노총이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 처럼 진보신당이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위원장님의 조합원들이 사랑하는 정당이기도 합니다.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깊이 숙고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