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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토미노’의 시작- 무적초인 잠보트3

때는 1970년대 후반. 당시 일본 TV애니메이션계의 범람하고 있던 주류의 흐름을 잡고 있었던 것은 일본 선라이즈(훗날의 선라이즈)였다. 비록 토에이라는 이름 아래 만들어 진 작품들이었지만, 라이딘으로 시작해 나가하마 타다오가 만들어 낸 초전자로보 시리즈의 연속된 히트는 ‘나가하마 로망 로봇 시리즈’를 탄생시키며 많은 경쟁작들을 일축시키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당연히, 일본 선라이즈의 성장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성장이 거듭되고 회사가 일본 선라이즈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완전한 하나의 회사로 독립이 되면서, 서서히 자신들의 의지로, 그리고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 낼 자체제작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자신들의 성장과 함께 만들어지는 최초의 자체제작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은, 토에이 동화에 대한 선전포고와도 같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일본 선라이즈의 성장과 독립을 자신들이 빌려 준 토양을 바탕으로 이룩해 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일본 선라이즈가 만들어 내는 작품들에 토에이의 자체제작 작품들은 시장에서 ‘참패’를 당하고 있었다. 시대의 흐름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일본 선라이즈의 최초의 자체제작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을,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작품의 등장을 원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었던 볼테스V의 연출에 참여하고 있었던 토미노 요시유키는 근본적으로 나가하마 낭만 애니메이션이 지향하고 있었던 메시지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인간과 인간이 죽이는 전쟁에는 낭만이란 있을 수 없으며, 인간성 또한 철저히 부서질 수밖에 없는 처절한 것이다’라는 인간의 본성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볼테스V가 추구한 마지막 결론, 즉 절대 정의의 획득이라는 메시지를 철저하게 부정하는 작품의 구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당시 토미노의 실력은 일본 선라이즈 내는 물론 업계에서 많은 찬사를 얻어내고 있었던 연출가이자, 원안자,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였다. 나가하마 타다오 역시 토미노의 실력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살자 토미노’라는 유명한 별명 이전의 그의 별명. ‘토미노의 저주’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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