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푸시킨은 4위

러시아 최대 TV방송국 중 하나인 러시아(Rossiya)가 진행한 투표 ‘가장 위대한 러시아인’에 스탈린(1879-1953)이 3위에 선정된 사실을 해외 언론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

6개월 간 약 5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화, 인터넷, 문자 메시지로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스탈린은 1위에 선정된 알렉산드르 네프스키(1220?-1263)와 득표수가 불과 5천표 밖에 나지 않는 519,000표를 획득하였다.

투표 기간 동안 선두를 달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스탈린은 소련을 이끄는 최초의 당 서기장으로 나치에 대항하여 소련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권력 유지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숙청·학살하였을 뿐만 아니라 농장집단화라는 명목하에 우크라이나 주민 수백만 명을 기근으로 아사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표의 심사위원 중 하나였던 영화감독 니키타 미할코프는 ‘국민들이 왜 스탈린을 3위에 올려놓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한다’며 현재 러시아 국민 정서에 대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고.

본래 500명의 후보자들로 시작된 이번 투표는 결국 12명으로 추려졌으며, 13세기 게르만족의 침략을 물리치고 러시아를 구해낸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대공이 국민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하였다.

2위에는 20세기 초반 농업개혁을 펼친 표트르 스톨리핀 총리(1862-1911)가, 스탈린 뒤를 잇는 4위에는 러시아 문학의 최고봉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차지했다.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슬퍼하지 마라"라는 싯구는 우리 사회에서 높은 대중성을 누리고 있다.

18세기 러시아 절대주의왕정을 확립한 표트르 1세(재위 1682-1725년)가 5위에 올랐다. 이번 투표는 2002년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영국인’을 선정한 것에 영감을 얻어 진행된 것으로 당시 가장 위대한 영국인 1위로는 윈스턴 처칠이 선정되었다.

외신들은 현재의 경제 위기가 강력한 산업화 정책을 밀어 붙였던 스탈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