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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하다 갑자기 센치해져버렸네요. ㅎㅎㅎ...

10년도 더 전에 무척 좋아했던 누나가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이라면서 준 시집에 있는 시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처음 그 시집을 받을 때에는 읽어봐야 그저 모르는 사람의 낯선 시였을 뿐이었죠.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너무나 순수하고 투명하지만, 유리와 같이 쉽게 부서지고 상처받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몰랐던 '싱싱한 슬픔'도 세월이 지나 그 말의 울림을 알게 되어버렸네요.

무휼이 세류에게 말했듯이, 내 심장은 여러번 아파하고, 상처입었을 텐데도

아직도 새로운 상처에는 언제나 또다시 새것과 같이 아프다는 것을.




물고기를 머리에 인 사람

                                       - 박인숙

   투명한 피부 속으로 헤엄쳐가다 보면

혈관을 따라 한떼의 피라미와 송사리, 붕어와

은빛의 은어를 만난다

그대는 시냇물을 담은 어항 같다 때로, 무성하게

자란 욕망의 키를 지느러미로 눕혀 달고 들어섰다가

나는, 그대를 함부로

깨고, 엎지른다.

   그림자 없는 물기로만 이루어진 그대는 나를

적시고 씻기지만 나는, 무거운 욕망 같아서 그대와

맞부딪칠 때마다 그댄 쉽게 금이 간다.

해초처럼 떠 있는 그대 머리숲 속으로 잠을 숨긴다

   하지만 두렵다 그대 내 손에 들려진 후

어느 날 문득 파편처럼 부서져, 눈물 한 방울

담을 수 없게 말라버릴지도 모를 크나큰

아픔, 나는 그대를 맑게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워진다.

   그러면, 나는 또다시, 싱싱한 슬픔을 머리에 인 채

사무치는 강길, 달맞이꽃을 따라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