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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카운터스트라이크와 콘솔의 헤일로에 세상이 떠들썩할 무렵, 국내에 발매된 지 무려 4년이나 지난 한 게임이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게임 로한을 개발한 써니YNK(현 YNK코리아)에 의해 소개되었다. 해외에서 벤전스가 유통을 담당하고, 다이나믹스가 개발을 한 트라이브스였다.

트라이브스는 98년~99년에 북미에서 발매된 독특한 매력을 지닌 FPS였다. 하지만 당시 세계 게임업계는 물론 FPS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퀘이크3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게임이기도 했다. 명확히 말해 ‘재미있었다’라고 말할 수도 없는 작품이었지만, 게임에 적용되어 있던 개발자의 아이디어는 상당히 훌륭한 편이었다.


△ 말 그대로 통통 튀는 재미가 있었던 트라이브스
그리고 채 3달이 되기도 전에 국내에는 트라이브스의 후속작인 트라이브스2가 등장했다(사실 전작의 경우 트라이브스2가 국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들여 온 것이었다). 당시로써는 시스템사양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했던 트라이브스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점프젯을 타고 날아다니는 쾌감, 그리고 FPS라는 장르도 방방 뛰어다니면서 다이내믹한 재미와 엄청난 스릴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게임이었다.

이렇게 PC게임 FPS시리즈가 동시에 국내에 소개가 될 정도로 국내 FPS시장은 상당한 상승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레인보우 식스가 로그스피어 시리즈로 들어오면서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훌륭한 다른 FPS게임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도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2002년과 2003년,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해외는 물론, 국내 FPS시장까지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엄밀히 말해서 'FPS‘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과 그 소개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지만, 둠을 시작으로 국내 역시 FPS게임을 즐긴 시간 자체는 상당히 긴 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국내 유저들이 FPS를 보는 눈은-지금도 그렇지만-상당히 날카로웠다.

본격적인 밀리터리 FPS로 국내 유저들에게 인기를 얻은 레인보우 식스의 열풍이 끝날 무렵, 한국은 ‘1가구 1PC운동’이라고 할 만큼 대단한 PC보급 열풍이 불고 있었으며, PC방 열풍과 스타크래프트는 그 열기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미 PC를 가진 가정들이 늘어나고 국가와 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PC사용을 장려하고 인터넷이 적극 보급되면서 한국의 PC게임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 최초의 온라인 FPS인 카르마 온라인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은 한국의 패키지 시장의 몰락을 가져왔다. 기술의 발전은 유저들에게 ‘돈을 내지 않고도 게임을 할 수 있는’최상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고, 사실상 디아블로2를 마지막으로 유저들은 패키지 시장에서 떠나 있었다. 아니, 패키지 게임은 여전히 하고 있었지만, 돈을 내고 패키지 게임을 사지는 않았다. 그리고 멀티플레이 게임과 포트리스로 대변되는 온라인 게임이 서서히 태동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태동한 온라인 게임 붐을 타고 국내에 드디어 첫 번째 ‘온라인 FPS’가 2002년 등장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FPS중 하나인 스페셜포스의 제작사 드래곤플라이가 2002년 넷마블을 통해서 서비스를 시작한 카르마 온라인이 바로 그것이었다.

카르마 온라인은 이전까지 소개해 왔던 FPS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재미나 혹은 독창적인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래곤플라이는 카르마온라인의 엔진을 독창적으로 자신들이 만들어 게임을 제작했다. 즉, 세계에 내로라하는 게임 엔진들이 만들고 있는 방식인 FPS엔진을 국내 게임 제작사가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은 충분히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물론 카르마 온라인 자체도 많은 의미가 있었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FPS, 국내 개발사가 자체 제작한 최초의 FPS라는 명함은 물론, 밀리터리 FPS가 해외 게임이 아닌, 국내 게임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읓 여실히 보여 준 게임이었던 것이다.


△ 카르마 온라인은 세계대전 당시의 과거전과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세계전을 설정하여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사진은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과거전.
카르마 온라인은 넷마블을 통해 2002년 서비스를 시작하여 불과 6개월 만에 동시접속자 8만 명을 끌어 모으며 붐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패키지를 사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FPS를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FPS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온라인 상에서 자신과 언제나 함께 게임을 즐길 유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날개를 단 것과 같은 일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런 붐은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카르마 온라인은 상용화 과정에서 게임 밸런스에 대한 문제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으며 올해 7월 서비스를 중단했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지만, 온라인 FPS에 대한 시장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 준 계기가 되었으며, 실제로 드래곤플라이는 카르마 온라인의 엔진을 개량한 스페셜 포스로 국내 최정상의 자리에 군림해 있다.


- 언리얼, 언리얼 토너먼트의 시작
2003년, 98년 언리얼을 발표한 뒤 조용히 있던 에픽게임즈가 언리얼2 엔진의 개발과 함께 언리얼 토너먼트 2003, 그리고 언리얼의 후속작인 언리얼2를 발표했다. 언리얼의 후속작이 정식으로 발표된 것이었으며, 언리얼 토너먼트의 경우 99년 말에 나온 바 있었기 때문에 모두 정식 후속작이 나왔다고 할 수 있었다.


△ 지금도 고해상도로 엄청난 그래픽을 뽐내는 언리얼2
언리얼 시리즈의 경우, 언리얼2(부재 어웨이크닝)는 에픽게임즈가 개발을 하지 않았다. 언리얼 토너먼트는 에픽게임즈가 개발을 했으며, 언리얼2의 경우는 레전드 엔터테인먼트가 개발을 하고 아타리가 전 세계 유통을 맡았다. 즉, ‘언리얼’이라는 타이틀로 등장하는 패키지 게임이 다른 게임 개발사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이 미묘한 판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현지에서는 많은 억측들이 있었고, 언리얼 토너먼트와의 문제 등이 어떻게 매듭지어질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이었다. 에픽게임즈가 가지고 있는 엔진 자체가 다른 회사에 간다는 등, 여러 추측들이 난무했었다. 이런 추측들의 한편에서 언리얼2가 3년 동안 개발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큰 몫을 했다.

결론적으로 언리얼2의 경우 레전드 엔터테인먼트라는 제작사에 에픽게임즈와 인포그램즈가 외주를 맡긴 형식으로 밝혀졌지만, 이 같은 소동은 세상이 얼마나 언리얼이라는 게임에 주목을 하고 있는냐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라고 할 수 있었다.


△ 하지만, 미래를 배경으로 한 FPS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언리얼2는 ‘언리얼’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게임 치고는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언리얼의 후속작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기대를 모았지만 제작 당시부터 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에픽 게임즈의 언리얼 개발 수석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는 클리프 블래진스키(Cliff Bleszinski)는 언리얼2에 대한 개발을 진행하며 작업기간이 너무 길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발을 시작한 지 무려 3년 만에 게임이 등장했으니, 그 동안 기다리던 팬들과 유저들의 시선이 어느 정도 멀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레전드 엔터테인먼트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생소한 이름 때문에 주목을 받았던 레전드는 유저들에게 ‘언리얼이라는 대작을 만들 만한 회사가 될까?’라는 의혹 섞인 눈길을 받았다. 물론 지금도 생소한 제작사이지만 이 회사는 80년대 말에 설립된 이후 첫 십 년간 그래픽 어드벤처 장르에 치중하여 인포콤(Infocom) 출신 개발자 및 프레스토 스튜디오(Presto Studios)와 공동으로 많은 어드벤처 게임을 출시한 경력이 있던 회사였다.


△ 세상은 착실히 온라인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사진은 언리얼 토너먼트2003
레전드는 지금까지 게임산업의 흐름에 지속적으로 유지해왔으며 언리얼 엔진을 초기에 사용해 로버트 조던(Robert Jordan)의 판타지 소설의 배경을 토대로 1999년 휠 오브 타임(Wheel of Time)을 개발했다. 또한 레전드에서는 총 25명의 인원이 언리얼2만을 위해 작업에 몰두했을 만큼 게임 제작에 대한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기존의 언리얼 시리즈와의 단절을 선언했떤 언리얼2는 뛰어난 그래픽과 엔진의 성능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레이가 전혀 지원되지 않는 약점 덕분에 세계 게임업계의 추세에 상당히 뒤처지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반대로 싱글플레이가 완벽했던 것도 아니었고, 이 때문에 게임성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언리얼’이라는 이름을 걸고 등장한 FPS로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지 못한 작품이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언리얼 토너먼트 2003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언리얼 토너먼트 2003과 언리얼2는 기본적으로 같은 엔진과 그래픽을 하고 있었지만, 게임에 대한 내용은 완전히 판이하게 달랐다. 언리얼 토너먼트는 싱글플레이가 아닌, 멀티플레이에 대한 비중을 높인 게임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2003년 언리얼2와 언리얼 토너먼트 2003, 즉 2개의 언리얼을 대표하는 후속작이 등장했지만 하나는 실패, 하나는 성공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은 결코 엔진이나 기술의 우수성만이 게임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되었다.


- 2004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