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
밀리언 달러 베이비

오버하지 않는 미덕을 갖추기는 하였지만 너무 나도 모든 것이 흔히 보아오던 소재와 함께 얽혀들어가는게 아닌가.
그래도 어느 정도는 록키1 시절의 치기 어린 순수함을 기대하였건만. 닳고 닳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노인네의 치밀한 세상사는 법을 엿볼 수 있었을 뿐입니다.



2
매치 포인트

영화 후반을 들어서 다소 무모해 보이는 설정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크리스의 갈망과 그로 인한 고민을 극적으로 표현하려 한 노력으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영악하디영악한 우디 알렌은 매치 포인트 안에서 또 한 번의 지적 반전을 만들어냈습니다.
한없이 이기적인 욕망에 얽매여가는 한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해 가는지 증명해 보이는 장면은 추천 포인트.

하지만, 그의 엉성한 스릴러의 빈 부분을 메워 주는 우디 알렌 표. 뉴요커적인 유머가 약해진 느낌에, 살짝 서운한 마음도 들더군요.


저는 인생의 '운수' 를 믿지 않는 편입니다.

의외로 기나긴 삶의 전체 중 행운이라는 것은 순간이며, 오히려 그러한 뜻밖의 기쁨에 의지하면서부터 한참이나 남은 인생의 나머지가 더욱 꼬여 버릴 수도.

그렇다고 해서 인생의 성패란 전적으로 '열심' '성실' 에 달렸다고 동의하기도 싫은.

그럼 인생을 결정 내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쌔복'도 아니고 '꾸준함'도 아닌, 어쩌면 '자세' 에 달려있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령 이 지루하고도 놀라운 나의 삶을 어떤 식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는가 하는 문제 말입니다. 자신에 대한 만족과 애정을 얻는 키는 여기에 있지 않을런지요.



3
우디 알렌, 자신의 전처의 입양아 순이양과 결혼하는 바람에, 부러움과 경멸 섞인 질타를 한 바가지 받았었던 할아버지.
그가 그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말하길

" 지혜. 통찰력. 성숙미 이런건, 여전히 나에게 없다 "
" 오늘도 그와 같은 실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

예전엔 이 말을 보고. 할부지. 나이값 좀 하세요. 라고 비아냥댔지만.
조금 더 나이들어서 생각해보니
정녕 인간이란 게 그렇더랍니다. 진짜. 정말.



4
만약 너도 나도 모두 저세상으로 간 다음  이 할아버지들과 마주치게 된다면. 멱살을 잡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 할아버지들은 왜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살았어요. 부러웠다고요. 질투가 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