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도별로 보는 FPS의 역사- 2005년
- 작성일
- 09-02-05 11:41
밀레니엄을 넘어서 세상은 그야말로 격동하기 시작했다. 게임 역시 많은 기술의 발전과 유저들은 물론 전문가들의 눈을 의심케 만드는 기술의 발전으로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을 이룩해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게임의 재미를 향상시켜 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라는 게임계의 거장 미야모토 시게루의 말처럼,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그래픽을 자랑했던 둠3는 한수 아래라고 평가되었던 하프라이프2에 철저하게 무너졌다. 당시 둠3의 국내 유통권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국내 퍼블리셔들은 둠3의 악평이 계속되자 모든 활동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2000년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해외뿐만 아니라 한국의 FPS열기는 대중적으로 확대되어 갔다.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계속 정화되면서 국내 게임인구의 폭등도 그에 준한 것이겠지만, 2004년 스페셜포스를 위시한 온라인 FPS의 인기는 떨어질 줄 몰랐다. 아니, 스페셜포스의 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잘 알려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 한떄 이것 떄문에 해외에서는 난리가 났었다(하프라이프2 한정판)
물론 2004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두고 벨브와 비벤디가 PC방사용 권리 법적 분쟁을 벌인 덕분에 국내 유저들은 온라인 FPS를 즐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도 유저들 사이에서 계속 즐겨지고 있는 게임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역시 국내 FPS열기를 반영해 주는 단적이고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역사의 획을 그어 온 작품들의 뒤에 가려졌지만 충분히 훌륭한 작품들에 대해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다.
- 열광하기 충분했던 외국 작품들
ID소프트가 퀘이크와 둠 시리즈만 있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 작품이 있었다. 바로 1세대 FPS게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울펜슈타인의 최신작인 2001년 작,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다(Return to Castle Wolfenstein). 이 작품은 ID소프트가 만들어 왔던 게임 유형과는 완전히 정 반대로 제작된 게임이어서 더 많은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 ID소프트가 만들어 왔던 FPS게임의 성향은 이전에도 꾸준이 언급했듯이 아무런 의미 없이 괴물이나 적들을 죽이고 살육하는 것들뿐이었다. 존 카맥의 개발 성향이 그러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러한 전개를 가지고 있었던 퀘이크와 둠이 최고봉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 매우 놀라운 모습이었던 ‘돌아온’ 울펜슈타인
그러나 98년 하프라이프의 등장 등이 '세상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에 기존에 고수되어 왔던 ID소프트의 방향을 계속 지킬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관계로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은 스토리와 게임 전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주인공은 모두 우주 해병이었다~‘라든가, ’차원의 문이 열려서 다른 차원의 적들이 몰려와서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었다~‘라는,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스토리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기존 ID소프트의 작품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에서는 앞서 장황하게 이야기한 스토리와 함께 잠입, 저격, 폭파 등의 그동안 다른 게임들을 통해서 검증된 모든 재미있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이미 퀘이크3를 통해서 검증된 엔진의 성능을 십분 활용해서 디자인된 지하 던전, 폐허, 공장, 연구소 등의 실내맵과 그러한 시설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야외맵들은 단순히 싱글플레이 모드에만 국한되지 않고, 멀티플레이에 대한 기대도 충분히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후 이 게임은 너브 소프트웨어(Nerve Software)를 통해 XBOX로 재개발되어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 타이드 오브 워(Return to Castle Wolfenstein : Tides of War)로 개명되어 2004년 재등장하기도 했다.
△ 투박한 총음이 정말로 인상적인 메달 오브 아너
2002년 등장한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 역시 팬들을 충분히 열광시킨 작품이다. 밀리터리 FPS의 열기를 그야말로 본격적으로 불러일으킨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메달 오브 아너는 당시 최고의 영화로 부각되었던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게임이기도 했다.
메달 오브 아너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퍼블리셔인 EA의 후광을 입고 많은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메달 오브 아너는 시리즈와 확장팩이 나오면서 유저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고, 메달 오브 아너가 빠진 밀리터리 FPS의 자리를 메운 것이 바로 생소한 이름의 개발사인 인피니트워드가 만든 첫 번째 작품인 2003년 말 등장한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였다.
엑티비전이 퍼블리싱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통은 메가 엔터프라이즈가 맡은 이 게임은 다름 아닌 메달 오브 아너를 개발한 개발사 2015팀에서 독립한 23명의 개발자가 독립해서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유저들은 액션과 분대중심의 전투 등 더욱 진보된 모습을 보인 콜 오브 듀티를 상당히 기대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콜 오브 듀티는 IGN, 게임스팟 등 해외 유명언론의 좋은 반응을 얻으며 단시간 내에 각종 순위 차트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후속작 역시 깔끔한 한글화로 즐길 수 있었던 콜 오브 듀티
에너미 앳 더 게이트,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의 드라마와 영화의 화제는 고스란히 이 게임으로 옮겨 갔다. 메달 오브 아너보다 더욱 현실적이고 진화된 그래픽과 현실성, 시원스럽게 터지는 사운드,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인 여러 나라의 관점에서 플레이 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유저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마지막 소련의 캠페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스탈린그라드의 전투는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의 첫 장면을 그대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아주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미션으로써 많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002년에는 스웨덴의 한 작은 제작사인 디지털 일루션(Digital Illusions)에서 배틀필드 1942(Battlefield 1942)를 내 놓는다. 배틀필드는 단순히 ‘현실성을 더욱 높인 밀리터리 FPS게임’을 노렸다기보다는 일본의 제로(Zero)에서 러시아의 T-34와 그외 많은 제2차 세계대전에 등장했던 것들이 포함된 40가지의 운송수단을 선보였다는 것을 주목받았다고 할 수 있다.
△ 배틀필드1942 확장팩 : 배트남의 모습. 역시 탈것이 정말 큰 재미!
밀리터리 FPS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 레인보우 식스를 포기한 레드스톰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고스트 리콘(Ghost Recon)은 첩보부대 FPS의 인기를 이어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기나긴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를 포기한 레드스톰의 탁월한 후속작 선택이었다.
고스트리콘은 밀리터리 FPS, 현실 첩보 FPS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당시 ‘람보’와 같이 기관총 하나 들고 적진에 뛰어들어서 마구 난사를 하며 적병을 죽여 버리는 밀리터리 FPS가 인기를 끌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스트리콘은 그런 ‘대세’를 거꾸로 뒤집는 작품이었다. 3D 액션게임의 미덕이 화끈한 한 판 승부라면 고스트 리콘은 ‘먼 거리에서 정확한 사격’을 최우선이었다. 하나의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 정말 오랜 플레이타임을 겪어야 하고, 멀티플레이의 경우 상대방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절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극한의 기다림을 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많은 유저들이 지루함을 이유로 이 게임을 포기했다면, 또 다른 유저들은 액션과 시뮬레이션 중에서 시뮬레이션에 무거운 비중을 주면서 게이머들에게 전장의 체감온도를 높이고자 하는 게임의 특징에 많은 찬사를 보냈던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런 밀리터리 FPS게임들 가운데서 찬란하게 빛나면서도 그 특출난 캐릭터성(?)으로 인기를 얻은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에일리언 VS 프레데터(Alien vs Predator)이다. 밀리터리 FPS의 전성기 때 주목을 받은 SF FPS라고 할 수 있다.
△ 음울한 분위기, 엄청난 공포감과 주위에서 언제든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던 AvP. 후속작(스크린 샷) 역시 그 분위기를 제대로 이어받았다
사실 모노리스에서 만든 이 게임을 국내 언론에서는 그렇게 많은 주목을 하지 않았다. 흔히 있는 ‘3류 FPS게임’정도로 치부를 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지(?)에서 시작해서 입소문으로 시작한 이 FPS게임은 2001년 후속작인 2편을 기대케 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본인 역시 이 게임을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했던 기억이 있다).
마린과 프레데터, 에일리언을 선택해서 그 종족의 특성을 잘 살려 미션을 해 나가는 이 게임은 프레데터의 강력함, 에일리언의 기민함과 활동력, 그리고 무기는 좋지만 난이도가 상당히 어렵고 종족 자체가 가장 나약한 마린(인간)을 플레이 하는 재미를 중점적으로 둔 게임이었다. 특히 마린을 할 때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에일리언, 보호색을 가지고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여 습격을 하는 프레데터 등을 없애는 재미도 엄청났던 게임이었다. 물론 멀티플레이 상황에서 종족간의 심각한 밸런스 불균형 덕분에 멀티플레이로써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게임이었지만, 싱글플레이 자체로 그 재미는 충분했던 게임이었다.
- ‘온라인 FPS전쟁’이 시작된 한국
해외보다 등장하는 게임의 숫자는 적었고 그 역사도 현저히 짧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열기만큼은 뒤지지 않는 국내 온라인 FPS의 경쟁은 2000년 중반, 게임하이의 서든어택의 등장으로 더욱 가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저가 밀리터리 FPS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가 ‘전쟁은 사람이 죽지만 않으면 최고의 스포츠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죽지 않는 BB탄, 페인트탄 서바이벌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람의 마음이 유저들을 FPS게임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서든어택
때문에 밀리터리 FPS의 가장 중요한 점은 ‘사실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MMORPG 데카론을 만든 게임하이가 내 놓은 서든어택은 총기의 재현이나 배경의 구현, 캐릭터의 퀼리티는 수준급이었지만, 게임 자체의 총기나 움직임등의 사실성 측면에서 다른 FPS 게임에 비해 상당히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이런 게임이 인기를 끌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서든어택은 이러한 ‘FPS의 단점’을 장점으로 순화시켜 유저들에게 접근했다. FPS게임을 유젇르이 접근하는 데에 가장 어려워하는 점, 즉 높은 마우스 컨트롤과 반사신경을 요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게임 대중성이 높았던 것이 FPS였다. 캐릭터도 보이지 않는 이유 때문에 캐릭터성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서든어택은 이러한 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서든어택에서는 AK-47의 총기 반동도 거의 없어서 적을 잘 맞출 수 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상당히 기민하며 헤드샷을 맞지 않는 이상 한 번에 죽는 일은 드물다. 즉 한 번의 플레잉 타임이 상당히 길다는 뜻이 된다.
유저들은 이로 인해 많은 교전 시간을 다른 게임에 비해 가질 수 있었으며 FPS의 가장 큰 재미인 사격을 아주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총은 잘 맞는데, 파워는 약하고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교전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대중적인 접근성을 상당히 높인 것이 서든어택이었다.
△ 서든어택은 단연 뛰어난 대중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라이트 유저들을 흡수하고 마니아 FPS유저들의 포용을 포기한 서든어택은 입소문으로 시작하여 이후 마니아 유저들을 흡수하기에 이르렀다. 즉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서든어택만 하더라’라는 마케팅으로 일약 국내 온라인 게임 FPS의 최고봉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서든어택의 등장은 기존 최고 자리에 군림해 있던 스페셜포스와의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이게 되었으며, 국내 온라인 FPS게임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도화선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랜드매스, 크로스파이어 등 차세대 FPS들이 속속들이 발표되어, 이후의 한국 FPS시장을 더욱 기대케 했다.
하지만 ‘나는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게임의 재미를 향상시켜 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라는 게임계의 거장 미야모토 시게루의 말처럼,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그래픽을 자랑했던 둠3는 한수 아래라고 평가되었던 하프라이프2에 철저하게 무너졌다. 당시 둠3의 국내 유통권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국내 퍼블리셔들은 둠3의 악평이 계속되자 모든 활동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2000년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해외뿐만 아니라 한국의 FPS열기는 대중적으로 확대되어 갔다.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계속 정화되면서 국내 게임인구의 폭등도 그에 준한 것이겠지만, 2004년 스페셜포스를 위시한 온라인 FPS의 인기는 떨어질 줄 몰랐다. 아니, 스페셜포스의 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잘 알려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 한떄 이것 떄문에 해외에서는 난리가 났었다(하프라이프2 한정판)
물론 2004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두고 벨브와 비벤디가 PC방사용 권리 법적 분쟁을 벌인 덕분에 국내 유저들은 온라인 FPS를 즐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도 유저들 사이에서 계속 즐겨지고 있는 게임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역시 국내 FPS열기를 반영해 주는 단적이고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역사의 획을 그어 온 작품들의 뒤에 가려졌지만 충분히 훌륭한 작품들에 대해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다.
- 열광하기 충분했던 외국 작품들
ID소프트가 퀘이크와 둠 시리즈만 있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 작품이 있었다. 바로 1세대 FPS게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울펜슈타인의 최신작인 2001년 작,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이다(Return to Castle Wolfenstein). 이 작품은 ID소프트가 만들어 왔던 게임 유형과는 완전히 정 반대로 제작된 게임이어서 더 많은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 ID소프트가 만들어 왔던 FPS게임의 성향은 이전에도 꾸준이 언급했듯이 아무런 의미 없이 괴물이나 적들을 죽이고 살육하는 것들뿐이었다. 존 카맥의 개발 성향이 그러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러한 전개를 가지고 있었던 퀘이크와 둠이 최고봉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 매우 놀라운 모습이었던 ‘돌아온’ 울펜슈타인
그러나 98년 하프라이프의 등장 등이 '세상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에 기존에 고수되어 왔던 ID소프트의 방향을 계속 지킬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관계로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은 스토리와 게임 전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주인공은 모두 우주 해병이었다~‘라든가, ’차원의 문이 열려서 다른 차원의 적들이 몰려와서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었다~‘라는,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스토리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기존 ID소프트의 작품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에서는 앞서 장황하게 이야기한 스토리와 함께 잠입, 저격, 폭파 등의 그동안 다른 게임들을 통해서 검증된 모든 재미있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이미 퀘이크3를 통해서 검증된 엔진의 성능을 십분 활용해서 디자인된 지하 던전, 폐허, 공장, 연구소 등의 실내맵과 그러한 시설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야외맵들은 단순히 싱글플레이 모드에만 국한되지 않고, 멀티플레이에 대한 기대도 충분히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후 이 게임은 너브 소프트웨어(Nerve Software)를 통해 XBOX로 재개발되어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 타이드 오브 워(Return to Castle Wolfenstein : Tides of War)로 개명되어 2004년 재등장하기도 했다.
△ 투박한 총음이 정말로 인상적인 메달 오브 아너
2002년 등장한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 역시 팬들을 충분히 열광시킨 작품이다. 밀리터리 FPS의 열기를 그야말로 본격적으로 불러일으킨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메달 오브 아너는 당시 최고의 영화로 부각되었던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게임이기도 했다.
메달 오브 아너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퍼블리셔인 EA의 후광을 입고 많은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메달 오브 아너는 시리즈와 확장팩이 나오면서 유저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고, 메달 오브 아너가 빠진 밀리터리 FPS의 자리를 메운 것이 바로 생소한 이름의 개발사인 인피니트워드가 만든 첫 번째 작품인 2003년 말 등장한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였다.
엑티비전이 퍼블리싱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통은 메가 엔터프라이즈가 맡은 이 게임은 다름 아닌 메달 오브 아너를 개발한 개발사 2015팀에서 독립한 23명의 개발자가 독립해서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유저들은 액션과 분대중심의 전투 등 더욱 진보된 모습을 보인 콜 오브 듀티를 상당히 기대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콜 오브 듀티는 IGN, 게임스팟 등 해외 유명언론의 좋은 반응을 얻으며 단시간 내에 각종 순위 차트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후속작 역시 깔끔한 한글화로 즐길 수 있었던 콜 오브 듀티
에너미 앳 더 게이트,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의 드라마와 영화의 화제는 고스란히 이 게임으로 옮겨 갔다. 메달 오브 아너보다 더욱 현실적이고 진화된 그래픽과 현실성, 시원스럽게 터지는 사운드,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인 여러 나라의 관점에서 플레이 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유저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마지막 소련의 캠페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스탈린그라드의 전투는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의 첫 장면을 그대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아주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미션으로써 많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002년에는 스웨덴의 한 작은 제작사인 디지털 일루션(Digital Illusions)에서 배틀필드 1942(Battlefield 1942)를 내 놓는다. 배틀필드는 단순히 ‘현실성을 더욱 높인 밀리터리 FPS게임’을 노렸다기보다는 일본의 제로(Zero)에서 러시아의 T-34와 그외 많은 제2차 세계대전에 등장했던 것들이 포함된 40가지의 운송수단을 선보였다는 것을 주목받았다고 할 수 있다.
△ 배틀필드1942 확장팩 : 배트남의 모습. 역시 탈것이 정말 큰 재미!
밀리터리 FPS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 레인보우 식스를 포기한 레드스톰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고스트 리콘(Ghost Recon)은 첩보부대 FPS의 인기를 이어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기나긴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를 포기한 레드스톰의 탁월한 후속작 선택이었다.
고스트리콘은 밀리터리 FPS, 현실 첩보 FPS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당시 ‘람보’와 같이 기관총 하나 들고 적진에 뛰어들어서 마구 난사를 하며 적병을 죽여 버리는 밀리터리 FPS가 인기를 끌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스트리콘은 그런 ‘대세’를 거꾸로 뒤집는 작품이었다. 3D 액션게임의 미덕이 화끈한 한 판 승부라면 고스트 리콘은 ‘먼 거리에서 정확한 사격’을 최우선이었다. 하나의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 정말 오랜 플레이타임을 겪어야 하고, 멀티플레이의 경우 상대방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절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극한의 기다림을 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많은 유저들이 지루함을 이유로 이 게임을 포기했다면, 또 다른 유저들은 액션과 시뮬레이션 중에서 시뮬레이션에 무거운 비중을 주면서 게이머들에게 전장의 체감온도를 높이고자 하는 게임의 특징에 많은 찬사를 보냈던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런 밀리터리 FPS게임들 가운데서 찬란하게 빛나면서도 그 특출난 캐릭터성(?)으로 인기를 얻은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에일리언 VS 프레데터(Alien vs Predator)이다. 밀리터리 FPS의 전성기 때 주목을 받은 SF FPS라고 할 수 있다.
△ 음울한 분위기, 엄청난 공포감과 주위에서 언제든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던 AvP. 후속작(스크린 샷) 역시 그 분위기를 제대로 이어받았다
사실 모노리스에서 만든 이 게임을 국내 언론에서는 그렇게 많은 주목을 하지 않았다. 흔히 있는 ‘3류 FPS게임’정도로 치부를 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지(?)에서 시작해서 입소문으로 시작한 이 FPS게임은 2001년 후속작인 2편을 기대케 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본인 역시 이 게임을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했던 기억이 있다).
마린과 프레데터, 에일리언을 선택해서 그 종족의 특성을 잘 살려 미션을 해 나가는 이 게임은 프레데터의 강력함, 에일리언의 기민함과 활동력, 그리고 무기는 좋지만 난이도가 상당히 어렵고 종족 자체가 가장 나약한 마린(인간)을 플레이 하는 재미를 중점적으로 둔 게임이었다. 특히 마린을 할 때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에일리언, 보호색을 가지고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여 습격을 하는 프레데터 등을 없애는 재미도 엄청났던 게임이었다. 물론 멀티플레이 상황에서 종족간의 심각한 밸런스 불균형 덕분에 멀티플레이로써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게임이었지만, 싱글플레이 자체로 그 재미는 충분했던 게임이었다.
- ‘온라인 FPS전쟁’이 시작된 한국
해외보다 등장하는 게임의 숫자는 적었고 그 역사도 현저히 짧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열기만큼은 뒤지지 않는 국내 온라인 FPS의 경쟁은 2000년 중반, 게임하이의 서든어택의 등장으로 더욱 가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저가 밀리터리 FPS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가 ‘전쟁은 사람이 죽지만 않으면 최고의 스포츠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죽지 않는 BB탄, 페인트탄 서바이벌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람의 마음이 유저들을 FPS게임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서든어택
때문에 밀리터리 FPS의 가장 중요한 점은 ‘사실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MMORPG 데카론을 만든 게임하이가 내 놓은 서든어택은 총기의 재현이나 배경의 구현, 캐릭터의 퀼리티는 수준급이었지만, 게임 자체의 총기나 움직임등의 사실성 측면에서 다른 FPS 게임에 비해 상당히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이런 게임이 인기를 끌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서든어택은 이러한 ‘FPS의 단점’을 장점으로 순화시켜 유저들에게 접근했다. FPS게임을 유젇르이 접근하는 데에 가장 어려워하는 점, 즉 높은 마우스 컨트롤과 반사신경을 요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게임 대중성이 높았던 것이 FPS였다. 캐릭터도 보이지 않는 이유 때문에 캐릭터성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서든어택은 이러한 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서든어택에서는 AK-47의 총기 반동도 거의 없어서 적을 잘 맞출 수 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상당히 기민하며 헤드샷을 맞지 않는 이상 한 번에 죽는 일은 드물다. 즉 한 번의 플레잉 타임이 상당히 길다는 뜻이 된다.
유저들은 이로 인해 많은 교전 시간을 다른 게임에 비해 가질 수 있었으며 FPS의 가장 큰 재미인 사격을 아주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총은 잘 맞는데, 파워는 약하고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교전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대중적인 접근성을 상당히 높인 것이 서든어택이었다.
△ 서든어택은 단연 뛰어난 대중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라이트 유저들을 흡수하고 마니아 FPS유저들의 포용을 포기한 서든어택은 입소문으로 시작하여 이후 마니아 유저들을 흡수하기에 이르렀다. 즉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서든어택만 하더라’라는 마케팅으로 일약 국내 온라인 게임 FPS의 최고봉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서든어택의 등장은 기존 최고 자리에 군림해 있던 스페셜포스와의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이게 되었으며, 국내 온라인 FPS게임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도화선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랜드매스, 크로스파이어 등 차세대 FPS들이 속속들이 발표되어, 이후의 한국 FPS시장을 더욱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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