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세요] 엉뚱하고 속도감 넘치고 스릴있다가 뒤통수 쌔리는 영화
- 작성일
- 09-02-23 23:54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를 보니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8개부문을 수상했더군요.
저는 이 감독의 영화 중 <쉘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 스포팅> 외에는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데뷔 초반에 재능을 다 소진한 감독인 줄 알았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직접 봐야 알겠지만(이 영화가 수상한 내역 중에는 촬영상과 편집상, 음향효과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영화는 절대 다운로드로 봐서는 안되는 영화입니다) 앞서 말한 두 영화는 정말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트레인 스포팅>이야 워낙 많은 분들이 봐서 따로 말을 들일 필요는 없지만 대니 보일의 1995년 데뷔작 <쉘로우 그레이브>는 의외로 안 본 사람이 많은 영화지요.
여자 의사, 회계사, 기자로 구성된 3명의 전문직 남녀가 아파트에서 같이 공동 생활을 할 룸메이트를 찾습니다. 그들의 까다로운 취향에 룸메이트를 지원한 사람들은 조롱만 당하고 쫒겨납니다. 어느날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세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 남자의 가방에는 타자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돈다발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약물과다로 사망을 합니다.
세명의 친구들은 시체를 없애고 이 남자의 돈을 차지할려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는 냉혹한 스토리와는 달리 카메라는 아파트 공간을 우아하게 춤을 추듯이 미끄러지고 편집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리드미컬합니다. 흥미로운 내러티브와 탁월한 시각적 표현력을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쉘로우 그레이브>입니다.
처음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언론은 대니 보일을 "1990년대 버전의 알프렛 히치콕"이라고 했으며 "영국의 쿠엔틴 타렌티노", "캐슬린 비겔로우와 함께 빛을 가장 잘 사용하는 감독"으로 치켜 세웠고 이 영화를 "코엔 형제의 <블러드 심플>과 함께 놀라운 데뷔작"으로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이 데뷔작에는 이들 감독의 재능들이 모두 다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 히치콕의 <이창>과 <현기증>의 패러디도 보입니다.
만약 영화관에서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개봉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지겨우시다면, 이 영화를 보십시오.
같은 감독의 떡잎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