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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아래 맑스가 헤겔의 영향을 받아 관념론자였다가 유물론자가 되었다라는 어떤 유저 분의 댓글이 있길래
관련된 이야기를 몇자 적어 봅니다.

흔히 소비에트식 변증법적 유물론도식으로 설명하자면 유물론은 물질에 앞서고 관념론은 관념 혹은 의식이 물질에 앞서는
철학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도식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관념론 내부에서도 유물론적 스탠스는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소위 헤겔로 대표되는 객관적 관념론이라는 것이 그것인데 현실은 절대정신의 자기 전개이다라고 했을 때
이 절대정신은 개개인의 주관과는 무관합니다. 오히려 플라톤적 이데아에 가까운 하나의 절대적 이념으로서의
정신이죠. 이것은 결국 유물론에서 이야기하는 '물질'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특히 그것이 개별 주체의
의지나 정신으로부터 '독립한' 실체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그러나 아직도 의문은 남습니다. 객관적 관념론에서의 (절대)정신 혹은 관념이 개별주체의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라고는
하나 그 자체는 여전히 정신 다시말해 '관념'으로 남아있지 않은가하는 의문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그렇다면 '물질'은 무엇인가를 유물론자들은 먼저 규명해야 합니다.
소위 변증법적 유물론에 입각한 물질은 정신 혹은 의식으로부터 독립한 실체substance입니다.
그렇다면 이 실체란 무엇일까요? 상식적 관념으로 말하자면 시공간 내부에 일정한 위치를 점하는 다시말해 '연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질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현대물리학이 발전함에 따라 시공간은
뉴튼적 의미의 절대 시공간에서 아인슈타인적 의미의 상대적 시공간으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물질적 '연장'이라는 생각도 물질을 양자역학적 수준에서의 입자단위까지 생각하게 되면 물질의 최소단위가 입자인지 아니면 단지 파동인지
알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즉 유물론에서 정의하는 소위 관념이 아닌 '물질'이 무엇인가가 불분명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소위 개별적 주관으로서의 의지와 무관한 절대정신과 물질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 경계가 모호하게 됩니다.
특히 물질을 입자적으로 보지 않고 힘power의 파동 혹은 초끈이론에서처럼 끈의 진동으로 보게 되면 더욱 그 경계는 불분명하게 되는 것이지요.

헤겔이 절대정신을 이야기할때 이 때의 그 정신은 무엇인가라는 데에 여러 논란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런데 헤겔도 인정한 것처럼 이 소위 절대정신은 야콥뵈메의 그것과 같은 신비주의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성'이라고 하는 것이 '오성'과는 달리 인과성을 초과하는 지점에서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말하면 순수하게 이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순수-사유물이라는 성격이 있는데 이런 성격때문에 그것은
단순히 주관적 관념이나 혹은 유물론적 물질로 설명할 수없는 무엇이 되어 버립니다.

달리 말하면 헤겔 혹은 플라톤적 의미에서의 '이데아' 혹은 '절대정신'은 의식/물질의 이원론을 초월한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즉 정신/물질을 이원론적으로 구분하는 관념론/유물론의 도식이 아니라  양자를 통합적으로 보는 일원론적 관점에 근거한다고 볼수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철학을 유물론이냐 관념론이냐라고 보는 것은 세계를 이원적인 관점으로 구분함을 전제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물질과 의식?사이의
상호관계가 가지는 근본적인 애매성에 대해서 사유할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