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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작품의 동급생2 등의 시뮬레이션 스토리텔링과 드라마성, 연애 요소들이 부각된 게임들이 인기를 끈 이유는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규제가 시작된 소프륜의 60가지 어덜트 게임 규제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과도하고 사회적으로 문란함을 담고 있는 성적인 표현들과 모자이크의 도입으로 단순히 섹스어필과 섹스묘사로 점철되어 있는 게임으로 유저들의 구매도를 자극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것이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업계의 흐름은 단순한 섹스어필과 섹스묘사로 점철되어 있는 게임이 아닌, 연애물적인 요소에 시나리오의 심오함까지 동반한 게임들의 출시가 이어지게 되었다.

한편,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 1990년대 후반으로 넘어가던 시점에 일본 내 PC게임 시장은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된다. 바로 95년을 기점으로 등장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PC용 OS Windows95의 유행이 불기 시작했던 것. 또한 이와 함께 PC의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가정용 PC의 보급이 원활해지기 시작했다.

△ 동급생2의 히로인 유이. 유이와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한 편의 멜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당시 청춘 남성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한 가정에 PC보급이 되기 시작하면서, 가격은 대중화 되었지만 사양은 전반적으로 높아지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PC와 관련된 기술개발과 기록매체의 용량증가에 의한 CG, BGM과 표현능력의 향상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게임사들이 표현할 수 있는 영상미의 퀄리티가 상승하게 된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연시 게임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마니아 시장을 넘어서 일본 내에서 오타쿠 시장이 점차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TV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과 ‘신세기 에반게리온’등이 방영을 시작하면서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만화와 애니메이션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캐릭터&애니메이션 시장 전반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오타쿠 문화가 자리를 잡아 나가면서, 미연시 게임들 역시 이 오타쿠 몬화의 일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순수하게 성적 흥분만을 목적으로 하는 AV(Adult Video) 시장 등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오타쿠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주 소모층 역시 미연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과 게임성을 보는 시선이 계속해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미연시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사들은 스토리텔링의 훌륭함과 연애 요소의 도입은 물론, 해당 게임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데에 중점을 맞추게 된다.

바야흐로, 다양한 콘셉트로 다양한 유저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게임들의 등장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 미연시 게임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문화들
그러나, 많은 게임들이 강화된 게임성, 기술적 발전에 기인한 비주얼 퀄리티의 상승효과를 누리면서 발매가 되기 시작하면서 다수의 게임사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져들었다. 훌륭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상승된 비주얼 퀄리티로 게임을 발매해도 비슷한 콘셉트의 다른 경쟁작들이 너무 많은 관계로 경쟁률이 상당히 심화되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제작사들은 주제와 콘셉트의 다양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학교에 입학해서, 소꿉친구를 비롯한 여학생들과 로맨스를 경험한다는 동급생, 혹은 두근두근 메모리얼 시리즈로 대변되는 ‘학원 청춘 연애물’은 미연시 게임으로써는 이제는 너무 획일화되고 대중화 된 주제였기 때문에 유저들의 관심을 끌 수 없었다. 학원 청춘 연애물이더라도, 그 메인 테마에 판타지를 가미하거나 액션 변신물을 가미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 특히, 현재도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피아캐롯2의 인기와 작품성은 대단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한 게임은 단연 1996년 칵테일소프트에서 발매된 ‘Pia♥캐롯에 어서오세요!!(이하 피아캐롯)’라고 할 수 있겠다.

피아캐롯은 사실 전체적으로 두근두근 메모리얼의 개량,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볼륨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근을 통해 호감도가 표시되는 것이라든가, 남자 주인공의 설정, 여성 히로인과의 관계,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 등은 미연시 게임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두근두근 메모리얼을 연상케 하는 아웃라인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콘셉트의 대폭적이고 혁신적인 변경에 있었다. 에로스러움이나 아름다움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닌, 귀여움을 추구한 캐릭터의 조형과 감정이입하기 쉬운 러브스토리가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특히 학교가 아닌, 히로인들과 함께 일하는 메이드카페, 코스프레 카페를 주 무대로 게임이 펼쳐진다는 과감한 콘셉트의 도입으로 화두로 떠오른 ‘메인 테마의 다양화’에 기름을 붓는 게임이 되었다.

이후 1997년에 발매된 속편인 ‘Pia♥캐롯에 어서오세요!!~ 2’는 10만 장 이상을 판매하는 인기작이 되었으며, 콘솔 게임은 물론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컨버전이 이루어졌으며, 피아캐롯2의 인기로 인해 아키하바라에서 시작된 오타쿠 문화의 대명사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메이드카페와 코스프레카페가 생기기도 했다. 바야흐로, 미연시 게임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 To Heart의 멀티의 모습. 여성들에게도 사랑받는 대표적인 미연시 캐릭터 중 하나이다

한편, 비주얼과 게임성의 콘셉트를 바꿔 성공을 한 작품들의 등장이 있었던 반면, 게임성을 완전히 포기하고 비주얼과 스토리를 특화한 ‘비주얼 노벨’이라는 장르로 게임이 발매된 것도 이 시기부터였다. 1996년 Leaf에서 제작된 ‘시즈쿠’, ‘키즈아토’는 처음에는 제절초 등과 마찬가지로 광기와 기괴함을 테마로 하는 무겁고 난이도도 높은 비주얼 노벨로 등장했으며, 1997년 등장한 ‘To Heart’는 일상을 무대로 한 러브코미디에 약간의 판타지와 애절함을 섞은 밝은 분위기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훗날의 작품들의 캐릭터 설정법칙, 패턴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피아캐롯 시리즈와 To Heart는 캐릭터 사업은 물론, 다양한 플랫폼 사업으로의 발전과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한 오타쿠 문화를 상징하는 요소가 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1990년대 중후반의 미연시 게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 비주얼노벨을 위시한 다양한 게임의 발매...2000년대로
한편, Leaf와는 다른 방향으로 스토리 중시를 내세워 성공한 것이 바로 1998년 발매된 Tactics의 ‘ONE～ 빛나는 계절로～’라고 할 수 있다. 러브스토리에 감동적 요소와 슬픈 요소를 두루 삽입한 뒤 음악을 통해 극대화시키는 연출이 뛰어났던 이 게임은, 이후 미연시 게임의 또 다른 장르 중 하나를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임이기도 했다.

‘ONE～ 빛나는 계절로～’가 발매된 뒤, Tactics의 일부 스태프진이 회사를 비주얼아츠로 옮기면서 새로운 게임을 발매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브랜드Key의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Kanon(1999년)’이었다. 또한, 연이어 2000년에 ‘AIR’를 히트시키면서 이른바 나키게(泣きゲー. 울리는 게임이라는 의미)라고 불리는 순애계 장르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이들 게임들은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한 피아캐롯과 To Heart와 함께 코믹마켓을 중심으로 한 동인, 코스플레이어들의 흥미를 끌게 되었는데, 이런 인기도는 남성 유저들은 물론, 여성 유저에게까지 인기를 끌게 되면서, 어덜트 게임은 물론 미연시 게임계에서는 이색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미연시’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Kanon

한편, 1990년대를 넘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연시 게임은 만화, 애니메이션을 이어 캐릭터 산업의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애절한 주제의 주제가를 노래하는 가수가 따로 앨범을 발매한다든가, TV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라디오, 카드게임 등 여타 미연시 게임들과 관계없었던 업계에서 미연시 게임의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 상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런 성향은 일본 국내 뿐만 아니라 PC패키지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로까지 전개되어, 히메야 소프트, Studio e.go!등 일부 메이커에 의해 미국, 대만 등 일본국외의 시장을 의식한 마케팅이 일찍부터 전개되고 있었다.

2000년 겨울의 코믹 마켓에서 등장한 오리지널 동인 미연시 게임인 ‘월희(TYPE-MOON)’는, 타케우치 타카시, 나스 키노코 등 4명의 크리에이터와 수명의 유저가 함께 제작을 한 게임이었지만 500장 이상의 그래픽 소스와 5000장 이상의 시나리오를 지닌, 소규모 제작단이 만들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퀄리티로 만들어져 유저들뿐만 아니라 업계에 큰 충격을 던져 주었으며, 이로 인해 월희의 성공을 전후로 많은 동인 서클이 상업브랜드가 되었다.

이로 인해 기존 브랜드의 회사에서 일부 스태프진이 독립하고 새로운 회사를 창립하거나 타 업계의 기업이 참가하는 등의 일이 연속적으로, 유행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 애니메이션판 ‘그대가 바라는 영원’의 모습. 슬픔의 극한을 달리는 내용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1990년대 후반부터 급증한 ‘나키게’와는 정반대로 질투, 오해, 실연, 수라장 등과 같은 연애의 부정적인 측면도 그리는 작품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실사드라마에 버금가는 심각한 삼각관계를 그린 ‘그대가 바라는 영원(2001년, 아쥬)’은 훗날 ‘우쯔게(鬱ゲー. 우울한 게임이라는 의미)’라는 장르를 개척하였으며, 일부에서는 이를 진정한 의미의 성인을 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수 있는 작품이 유저에게 받아들어진 것이며 성인 게임 시장의 성숙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적으로 소프륜의 규제가 완화가 되기 시작하고 산업이 성장하게 되면서, 소프륜의 규제를 통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힌 사회적인 문제는 물론, 게임 콘셉트의 다양화로 인한 표현력의 증가로 인한 문제들이 하나 둘씩 불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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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되었던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되서..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