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고문만 없지 군사정권과 뭐가 다른가?"
- 작성일
- 09-03-26 20:57
언론인들, 권력의 머슴 되지 말아야
검찰이 어제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서 MBC PD수첩의 이춘근 PD를 체포했습니다. 또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해서는 강제수사에 들어갈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YTN 노조지부장의 구속에 이어서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검찰의 조치에 대해 언론계에선 자유언론과의 전면전에 들어가는 것이냐며 반발과 저항이 거셉니다. 언론인 홍세화 씨와 함께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 노종면 YTN 지부장이 일요일 이른 아침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체포됐고, 이춘근 MBC PD도 어젯밤에 가족들이 있는데 체포됐습니다. 이 소식 들으시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 참담하죠. 21세기에 이런 상황이 언론인을 대상으로 이렇게 마구잡이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선배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생각밖엔 나오지 않습니다.
▶ PD수첩 같은 경우 프로그램 내용이 문제인데, 방송심의를 통해 사과하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징계를 받는 차원에서 하긴 했는데 또 강제구인에 나선다는 건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는 거죠?
▷ 네. 그렇습니다. 결국은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권력에 시녀 도구가 되고, 언론 길들이기에 발 맞춰서 검찰이 동원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인권이 후퇴되고 표현의 자유나 여러 가지 집회시위 등 민주주의의 보루와 같은 이런 보편적인 가치들이 현재 완전히 실추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냐고 봅니다. 그리고 MBC의 경우엔 먼저 검사가 사안이 안 된다고 포기했던 것인데 검사를 교체하면서까지 다시 또 거의 작전을 벌이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하는 상황이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자괴감이 심하게 드네요.
▶ 그러고 보니 이 사건을 지난번에 맡았던 검사는 '자기가 생각해도 좀 말이 안 되는 수사여서'라는 고백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 그렇죠.
▶ 홍세화 씨는 유럽에 오래 계셨으니까요. 만약 유럽에서 어떤 방송보도나 신문보도를 통해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각성이 이뤄지고 대대적인 반발이 이뤄지면서 정치적인 위기가 정부여당에 올 경우, 어떤 제재가 뒤따르면 어떻게 반응합니까?
▷ 있을 수 없는 얘기죠. 왜냐면 언론의 일차적 소명이 무엇이겠습니까. 방송이든 신문이든 일차적 소명은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건 언론의 소명인데 그걸 했다고 해서 그걸 걸고 넘어간다는 건 언론 자체의 존재이유를 무시하고 부정하는 행위죠. 그건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기 전에 벌써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 지금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내걸었는데 자기 반대자는 기어이 불이익을 주는 앵똘레랑스 정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 똘레랑스의 반대라는 건가요?
▷ 그렇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다는, 예컨대 일제고사 때문에 교사들을 해임시킨 문제라든지 국방부 불온도서에 대해 법무관을 헌법 소원했다고 파면한 일이라든지, 4대강 정비에 대해 용역보고서가 대운하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연구관을 징계한 거라든지, 촛불시위가 있을 땐 두 번이나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결국은 시위자들을 걸고 기소한다든지, 이렇게 해서 끝까지 반대자들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가의 물리력인 검찰, 경찰을 동원해서 그야말로 그렇게 밀고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 비판을 수용하는 관용이 아니라 나를 건드리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오히려 반대에 말씀이시군요.
그러나 집권세력이 그렇게까지 권위주의적인 생각을 갖는다면 정말 이건 언론계에 불법적인 행위나 과장보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 그렇게 봐야겠습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힘의 논리로만 무장하고 있고, 전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촛불시위 때 많은 사람들이 나오니까 고개 숙여서 사과를 했지만 촛불이 좀 사그라지니까 바로 거기에 역공을 하고 뒤통수를 때리는 식으로 철저하게 힘의 논리로만 무장되어 있는 권력집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 우리 사회 전체를 놓고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양상이나 프레임이 보수와 진보의 문제인지, 수구기득권과 개혁의 충돌인지, 권위적인 정권과 시민 저항의 상황인지, 어떻게 보십니까?
▷ 결국 지배에는 동의를 강제로 이끌어내는 것과 자발적으로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양면이 있는데요. 지금 이명박 정부는 경제,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면서 집권했는데 그것을 장기화하기 위한 데서 부족한 부분을 결국 국가의 물리력을 동원하면서 강제력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렇다면 집권할 때 얘기했던 서번트(servant)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이라든가 청와대 뒷산에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들었다는 것과는 얘기가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 그렇죠. 현재 상황이 어떠냐면요. 그야말로 20년 전과 지금의 차이는, 제가 볼 때 현상적인 차이는 고문만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일상적으로 고문만 행해졌었는데, 그 일상적 고문 정도만 없지 국가의 물리력을 동원하는 양태라든가 용산 참사에서 보여주듯이 국민을 대상으로 작전을 편다든지 이런 방식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로 되돌아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럼 왜 여기에 대해서 국민의 반응이 그야말로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을 만큼 이렇게 막무가내로 할 수 있느냐라는 점에서 제 생각에는 국민들이 어쩌면 경제 프레임에 많이 빠져있음으로서 전인적 인간이나 정치적 동물로서 반응하기보다는 경제적인 것에만 머물러 있는, 또 그렇기 때문에 이 정권이 마구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어쩌면 70년대 경제개발 논리에 많은 걸 유보시켜놨던 상황과도 비슷해질 수 있겠네요.
▷ 네, 그렇습니다.
▶ 지금 언론계에선 상당히 저항도 거세고 걱정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언론계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결국 누구나 다 아는 얘기입니다만 언론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처럼 언론 노동자의 역할은 사회의 거울이 투명하게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그리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권력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복종해선 안 되겠다, 그것은 권력의 머슴 노릇을 해선 안 되는 것이고 진정한 자유인의 길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도 언론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런 상황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노종면 위원장이나 이춘근 PD 등 같은 언론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103448
검찰이 어제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서 MBC PD수첩의 이춘근 PD를 체포했습니다. 또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해서는 강제수사에 들어갈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YTN 노조지부장의 구속에 이어서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검찰의 조치에 대해 언론계에선 자유언론과의 전면전에 들어가는 것이냐며 반발과 저항이 거셉니다. 언론인 홍세화 씨와 함께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 노종면 YTN 지부장이 일요일 이른 아침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체포됐고, 이춘근 MBC PD도 어젯밤에 가족들이 있는데 체포됐습니다. 이 소식 들으시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 참담하죠. 21세기에 이런 상황이 언론인을 대상으로 이렇게 마구잡이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선배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생각밖엔 나오지 않습니다.
▶ PD수첩 같은 경우 프로그램 내용이 문제인데, 방송심의를 통해 사과하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징계를 받는 차원에서 하긴 했는데 또 강제구인에 나선다는 건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는 거죠?
▷ 네. 그렇습니다. 결국은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권력에 시녀 도구가 되고, 언론 길들이기에 발 맞춰서 검찰이 동원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인권이 후퇴되고 표현의 자유나 여러 가지 집회시위 등 민주주의의 보루와 같은 이런 보편적인 가치들이 현재 완전히 실추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냐고 봅니다. 그리고 MBC의 경우엔 먼저 검사가 사안이 안 된다고 포기했던 것인데 검사를 교체하면서까지 다시 또 거의 작전을 벌이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하는 상황이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자괴감이 심하게 드네요.
▶ 그러고 보니 이 사건을 지난번에 맡았던 검사는 '자기가 생각해도 좀 말이 안 되는 수사여서'라는 고백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 그렇죠.
▶ 홍세화 씨는 유럽에 오래 계셨으니까요. 만약 유럽에서 어떤 방송보도나 신문보도를 통해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각성이 이뤄지고 대대적인 반발이 이뤄지면서 정치적인 위기가 정부여당에 올 경우, 어떤 제재가 뒤따르면 어떻게 반응합니까?
▷ 있을 수 없는 얘기죠. 왜냐면 언론의 일차적 소명이 무엇이겠습니까. 방송이든 신문이든 일차적 소명은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건 언론의 소명인데 그걸 했다고 해서 그걸 걸고 넘어간다는 건 언론 자체의 존재이유를 무시하고 부정하는 행위죠. 그건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기 전에 벌써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 지금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내걸었는데 자기 반대자는 기어이 불이익을 주는 앵똘레랑스 정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 똘레랑스의 반대라는 건가요?
▷ 그렇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다는, 예컨대 일제고사 때문에 교사들을 해임시킨 문제라든지 국방부 불온도서에 대해 법무관을 헌법 소원했다고 파면한 일이라든지, 4대강 정비에 대해 용역보고서가 대운하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연구관을 징계한 거라든지, 촛불시위가 있을 땐 두 번이나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결국은 시위자들을 걸고 기소한다든지, 이렇게 해서 끝까지 반대자들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가의 물리력인 검찰, 경찰을 동원해서 그야말로 그렇게 밀고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 비판을 수용하는 관용이 아니라 나를 건드리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오히려 반대에 말씀이시군요.
그러나 집권세력이 그렇게까지 권위주의적인 생각을 갖는다면 정말 이건 언론계에 불법적인 행위나 과장보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 그렇게 봐야겠습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힘의 논리로만 무장하고 있고, 전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촛불시위 때 많은 사람들이 나오니까 고개 숙여서 사과를 했지만 촛불이 좀 사그라지니까 바로 거기에 역공을 하고 뒤통수를 때리는 식으로 철저하게 힘의 논리로만 무장되어 있는 권력집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 우리 사회 전체를 놓고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양상이나 프레임이 보수와 진보의 문제인지, 수구기득권과 개혁의 충돌인지, 권위적인 정권과 시민 저항의 상황인지, 어떻게 보십니까?
▷ 결국 지배에는 동의를 강제로 이끌어내는 것과 자발적으로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양면이 있는데요. 지금 이명박 정부는 경제,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면서 집권했는데 그것을 장기화하기 위한 데서 부족한 부분을 결국 국가의 물리력을 동원하면서 강제력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렇다면 집권할 때 얘기했던 서번트(servant)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이라든가 청와대 뒷산에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들었다는 것과는 얘기가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 그렇죠. 현재 상황이 어떠냐면요. 그야말로 20년 전과 지금의 차이는, 제가 볼 때 현상적인 차이는 고문만 없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일상적으로 고문만 행해졌었는데, 그 일상적 고문 정도만 없지 국가의 물리력을 동원하는 양태라든가 용산 참사에서 보여주듯이 국민을 대상으로 작전을 편다든지 이런 방식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로 되돌아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럼 왜 여기에 대해서 국민의 반응이 그야말로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을 만큼 이렇게 막무가내로 할 수 있느냐라는 점에서 제 생각에는 국민들이 어쩌면 경제 프레임에 많이 빠져있음으로서 전인적 인간이나 정치적 동물로서 반응하기보다는 경제적인 것에만 머물러 있는, 또 그렇기 때문에 이 정권이 마구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어쩌면 70년대 경제개발 논리에 많은 걸 유보시켜놨던 상황과도 비슷해질 수 있겠네요.
▷ 네, 그렇습니다.
▶ 지금 언론계에선 상당히 저항도 거세고 걱정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언론계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결국 누구나 다 아는 얘기입니다만 언론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처럼 언론 노동자의 역할은 사회의 거울이 투명하게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그리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권력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복종해선 안 되겠다, 그것은 권력의 머슴 노릇을 해선 안 되는 것이고 진정한 자유인의 길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도 언론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런 상황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노종면 위원장이나 이춘근 PD 등 같은 언론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1034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