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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대구시청 상황실에서는 새 야구장 건설 사전 조사 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대구시는 용역 결과에 따라 3만 석 이상 규모의 돔구장을 유력한 모델로 잠정 확정했다. 과연 국내 최초의 돔구장은 대구에 건설될 것인가. 이 보도를 관심 있게 지켜 본 이들이 있었다. 바로 10년 전 서울 뚝섬에 돔구장을 지으려던 전 LG돔(주) 구성원들이다.


“자, 이것으로 LG돔(주) 해단식을 마치겠습니다.” 신승교 대표이사가 해단사를 마치고 직원들과 차례대로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다. “수고 많았네. 정말 수고 많았어.” 악수를 나누는 신 대표이사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 자리에 있던 김영수 대리도 회사 해체에 충격이 컸다. 옆에 있던 민윤기 차장도 눈앞의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날 해단식이 두 사람에게는 단순한 업무의 종료가 아니라 평생의 꿈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어디 그들뿐이었겠는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모든 직원들의 구두 등으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신대표이사의 손이 김대리를 향할 즈음 김대리는 ‘1년 전 내가 꿈꿨던 오늘은 이게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김대리가 꿈꿨던 1998년 2월은 이런 장면이 아니었다.

LG그룹 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돔팀’

1997년 6월 LG애드 김영수 대리는 상사의 부름을 받았다. “자네 야구 좋아하지?” 상사는 난데없이 김대리에게 야구이야기를 꺼냈다. “네, 좋아합니다.” 얼떨결에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김대리가 LG애드 대표로 회장실 신사업개발팀 면접에 참가하도록 해.” “네?” 김대리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쪽에서 돔구장과 관련해 유능한 사람이 필요한 모양이야.” 상사는 그렇게만 말한 뒤 김대리를 돌려보냈다.

“얼마 후 그룹 회장실로 면접을 보러 갔다.” 김영수(현 송파케이블채널 대표총괄) 씨의 회고다. 당시 32살이던 김대리는 LG애드에서 이벤트 기획으로 업무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이 회장실 면접을 봐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그룹 내에서 돔구장을 지으려 한다는 소문은 듣고 있었다.

김대리를 면접한 사람은 회장실 전략사업개발단 남용(현 LG전자 부회장) 부사장이었다. 남부사장이 대뜸 김대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 돔구장을 운영한다고 하면 뭘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대리는 몹시 긴장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답변이 튀어나왔다. “넓게 본다면 돔구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관중수입과 광고수입, 대관수입 마지막으로 판매수입입니다.”

남부사장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내가 생각해도 술술 답변이 잘 나왔다. 미리 모범답안을 준비한 게 아니라 워낙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까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이 저절로 나온 것 같다.” 김영수 씨는 지금도 그때만 기억하면 멋쩍은 웃음이 나온다.

이날 면접 이후에도 김대리는 2번이나 더 면접을 봤다. 이유가 있었다. 당시 LG그룹 회장실은 단순한 비서실이 아니었다. 그룹 내 핵심 브레인이었다. 특이한 게 있다면 회장실 산하에 전략사업개발단이 있었다는 것. 전략사업단은 LG의 미래를 책임지는 주요 부서였다. 당시 전략사업단에 있던 팀은 ‘물류팀’ ‘테마파크팀’ ‘위성방송팀’ ‘홈쇼핑팀’ ‘교통정보팀’ 등이었다. 이 팀들은 지금 LG그룹과 GS그룹의 주요사업체로 발전했다. ‘돔팀’도 전략사업개발단의 일원이었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곳이었다.

3번의 면접을 통과한 김대리는 바로 LG애드에서 전략개발사업단의 ‘돔팀’으로 옮겼다. 김대리는 가슴이 설레였다. 그러나 김대리가 근무지에 도착했을 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돔팀’의 사무실은 서울 뚝섬의 황량한 벌판에 지어진 컨테이너 가건물이었다.

김대리가 짧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 즈음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민윤기 차장(현 PDCA 대표)이었다. 민차장은 1988년 LG전자에 입사해 그룹 회장실, LG애드를 거쳐 1996년 말 예전 상사의 권유로 돔팀에 합류한 엘리트였다. 민차장은 LG애드에 있을 때 이벤트 기획력이 뛰어난 김대리를 눈여겨봤다. 김대리를 LG돔에 영입한 이도 민차장이었다.

“당시 돔팀은 회계와 예산을 책임지는 관리팀,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팀, 나와 김대리가 속해 있던 마케팅과 운영을 맡은 신사업개발팀으로 나뉘어 있었다. 40명 가량의 돔팀원 모두가 최고의 엘리트였다.” 민차장의 자부심이다. 그렇다면 LG그룹에서 ‘돔팀’에 최고의 엘리트들을 배치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 이전에 LG그룹이 어째서 돔구장을 지으려 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LG 구본무 신임회장 “돔구장을 지어라”

1976년 반도상사(LG상사의 전신)에 입사해 줄곧 재경업무를 담당하던 LG상사 이재섭 이사(현 저먼모터스 사장)는 1995년 1년간 일본 연수를 마치고 1996년 귀국했다. 그룹 내에서 재경통으로 소문난 이이사에게 곧바로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다. “돔구장에 들어가는 소요자금과 사업 타당성을 분석하라”는 업무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나를 포함해 LG건설(현 GS건설)에서 파견 나온 김정호 이사, 이경수 상무 등 3명이 최초의 돔팀을 발족했다.” 이이사는 돔팀의 최초 멤버이자 훗날 마지막까지 돔팀을 지킨 사람이 된다.

“돔구장은 당시 구본무 회장과 회장단의 굳은 의지에서 나왔다.” 이이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몇천억 원이 들지 모르는 대규모 사업을 굳은 의지로만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 어째서 구회장과 회장단은 돔구장을 만들고 싶어 했을까.

1995년은 LG그룹에 여러 가지로 특별한 해였다. 이해 1월 1일자로 그룹 이름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변경했다. 무엇보다 구자경 회장에서 구본무 회장으로 그룹 총수가 바뀌었다. 신임 구본무 회장이 먼저 한 일은 낡고 구닥다리 냄새가 나는 ‘럭키금성’의 기업 이미지를 ‘21세기 초우량기업 LG’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젊은 회장의 취임과 함께 LG도 젊고 역동적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믿었다.

공교롭게도 이즈음 1990년 MBC로부터 인수한 프로야구단 LG 트윈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20대 초반의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 등 젊은 선수들의 맹활약은 젊음과 역동성을 강조하던 LG의 변화와 딱 맞아떨어졌다. 그룹 내에서 야구 인기가 폭발적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구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회장 비서를 지내기도 했던 민윤기 씨는 구회장을 옆에서 지켜봤다.

“해외 출장이 아니고서는 어디에선가 꼭 야구를 보셨다. 팀이 연패하면 꾸중보다는 야구단 전체를 불러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의기소침해 하지 말고 잘 먹고 힘내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것이 회장님의 생각이었다.”

이윽고 구회장은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이재섭 씨의 말을 들어보자. “회장님은 해외 출장 때마다 세계 각국의 돔구장을 빼놓지 않고 방문했다.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했을 때는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인 스카이돔,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도쿄돔, 후쿠오카돔을 찾았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돔구장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현재 LG그룹에 있는 한 임원은 “당시 구회장님은 ‘LG가 돈을 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돔구장을 지어주자’는 소박한 바람이 있었다”며 “돔구장은 서울의 명소가 될 수도 있으니 진지하게 고민하라고 중역들에게 말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국내에서 돔구장은 생소했다. 돔구장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었고 전문가는 더 없었다. 그룹 내 최고 인재들이 필요한 이유였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이익보다는 손해가 클 사업임이 분명했다.

LG경제연구소의 검토에서 ‘자금회수는 최소 50년’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나중에 실무진들이 파악한 기간은 ‘영원히’ 가망 없음이었다. 그러나 구회장은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한번 해보자”며 임원들을 독려했다. 적자를 최소화 하되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적자라면 그룹 홍보와 기업이미지 개선자금으로 생각하자고 설득했다.

구회장의 강력한 의지는 중역들에게 전달됐고 1994~1995년까지 그룹 내부에서 사업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이이사가 돔팀을 구성한 1996년에는 본격적인 2차 사업타당성 조사에 들어간다.

돔구장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뚝섬

이이사는 3천500억 원 정도면 돔구장을 지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그 정도면 당시 LG그룹의 재무적 체력을 고려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 출발했다. 금값보다 비싸다는 서울 땅값인데 어디에 돔구장을 짓는다는 말인가. “서울에 돔구장을 지을 만한 땅이 눈에 띄지 않았다. 최종 후보지를 뽑았는데 오금동의 운동장 대지와 마곡동, 뚝섬 대지였다.” 그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장소가 바로 뚝섬이었다.

뚝섬은 1954년 경마장이 들어선 이후 서울시민들 사이에서 ‘뚝섬 하면 경마장’을 떠올릴 만큼 유명한 곳이었다. 그러나 1989년 한국마사회가 과천으로 경마장을 옮긴 후에는 경마장 자리에 퍼블릭 골프장이 들어섰다. 1995년 민선1기 서울시장에 뽑힌 조순 시장은 뚝섬지역 개발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 내용은 다목적 수퍼 돔구장과 컨벤션 센터, 한강 생태공원을 포함한 대규모 체육공원을 짓겠다는 것.

마침 뚝섬을 최적의 돔구장 대지로 생각하던 LG그룹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LG그룹은 1995년 12월 12일 공사비 3천400억 원을 들여 골프연습장과 9홀짜리 골프장이 있는 뚝섬 일대 9만 평 가운데 3만 평에 2001년 초 완공을 목표로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수퍼돔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돔구장은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뚝섬은 접근성에서 뛰어난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뚝섬으로 시청을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어 여러모로 장점이 많았다.” 이이사의 말이다.

1997년 1월 9일 서울시는 장고 끝에 3만 3,260평의 뚝섬 경기장 대지를 2월께 일반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한다. 도시계획국에서 업체의 사업제안서를 접수한 뒤 2,3개 업체를 선정해 지명 경쟁 입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뚝섬 경기장 대지를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 체육시설(운동장)로 용도변경하기로 했다. 전제조건이 있었다. 월드컵 경기를 위한 돔구장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돔구장에서도 축구를 하는 게 가능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도 돔구장 인공 잔디 위에 천연잔디를 깐 뒤 축구경기를 벌인 것을 확인했다.” 이이사는 덧붙여 “반드시 천연잔디가 필요하다면 그 기준에 맞출 수 있는 개폐식돔도 고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1997년 3월 28일 돔팀은 서울시청에서 발표할 뚝섬 돔구장 대지 2차 지명 경쟁 입찰결과에 귀를 기울였다. 경쟁상대인 대림산업(주)는 만만한 기업이 아니었다. 돔팀 일부에서 “입찰가가 조금 부족한 게 아니었느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서울시청에서 결과가 발표됐다. “성동구 성수1가 뚝섬 돔구장 대지를 대상으로 벌인 입찰에서 850억 원을 써낸 대림산업을 제치고 995억 300만 원을 써낸 LG상사가 낙찰됐음을 알립니다.”

돔팀은 환호성을 질렀다. 당장이라도 돔구장이 완성된 것처럼 들떴다. 구회장도 기뻐했다. 이로써 LG그룹은 대지 매입대금을 연리 8%의 이자로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며 3천여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2001년 5월 돔구장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LG에게 찾아온 것은 행운만이 아니었다. 행운의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돔을 위해

LG그룹은 뚝섬 대지를 매입한 후 본격적으로 돔구장 건설에 착수했다. 돔팀에 참여하는 인원도 20명으로 늘렸다. 사무실도 이전했다.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꽃샘추위가 몰아치던 4월께 뚝섬으로 옮겼다. 돔팀의 사무실은 컨테이너로 제작한 2층짜리 가건물이었다. 기존 퍼블릭 골프장을 9홀에서 7홀로 축소하는 공사와 골프연습장을 철거하는 작업을 한 통에 주변은 황량했다.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그런데도 돔팀의 사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돔팀에 근무한다는 건 우리에게 굉장한 자부심이었다. 각자 개인 돈을 내 이태원에 가서 등에 ‘LG돔’이라고 새긴 점퍼를 맞출 정도였다.” 민윤기 씨의 말이다. 일도 그만큼 열정적으로 했다.

신사업개발팀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1년에 야구하는 날이 많아 봤자 100일이 될까 말까 한데 남은 날을 그냥 놀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돔구장 가동률을 높이면서 오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그래서 돔구장과 그 주변이 슬럼화되지 않고 명소가 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다.” 민윤기 씨의 설명이다.

국내 최초지만 돔구장을 짓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세계에 꽤 많은 돔구장이 있고 그것을 만드는 데 충분한 노하우를 갖춘 설계 및 시공회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돔구장을 운영하고 마케팅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노하우는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사업파트너인 서울시청 공무원들에게 돔이 왜 필요하고 돔이 어떤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는지 설득하는 일도 어려운 과제였다. 돔구장은 LG그룹 혼자 힘으로 지을 수는 있지만 주변 인프라는 시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먼저 서울시청 공무원들과 함께 유럽과 일본의 돔구장을 방문했다.” 민차장과 동행한 시 공무원들의 생각이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돔구장 휴스턴돔이 생기면서 그 주변이 완전히 변한 게 인상적이었다. 돔구장이 서울에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에서 돔구장이 뚝섬에 들어설 때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그 주변 지역이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구체적 기대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돔구장 운영과 마케팅을 배우고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를 연구하는 일이었다. 민차장은 다시 일본과 유럽, 미국에 있는 돔구장을 수도 없이 방문했다. 민차장은 당시 조사에서 미국은 돔구장의 좋은 모델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에 들어선 돔구장은 대부분 빈 땅을 주정부나 시에서 거의 공짜로 받아 지은 것이다. 정부에서 이자율도 0.2%로 싸게 장기로 대출했다.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주로 일본을 방문하며 벤치마킹을 했다. 돔팀으로 자리를 옮긴 김영수 대리와 함께 일본에 있는 돔구장을 샅샅이 뒤졌다. “그때 일본 내 돔구장으로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돔 등이 있었다. 각 돔구장마다 10번 넘게 들러 조사를 했다.”

당시 나고야를 연고지로 한 주니치 드래건스에 선동열(현 삼성 감독)이 뛰고 있었다. 민차장과 김대리가 워낙 많이 나고야돔을 방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선동열과 친해졌다. “주니치 호시노 센이치 감독도 우리가 매일같이 찾아와 더그아웃, 화장실까지 들여다보니까 나중에는 얼굴을 기억해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다.”

민차장은 지금도 선동열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1997년 11월 호시노 감독이 내한했을 때 뚝섬을 방문했다. 호시노 감독은 “반드시 나고야돔보다 10배는 더 잘 짓기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즐겁게 일한 것만은 아니다. 도쿄돔이나 나고야돔의 경우 돔구장 관련 정보의 노출을 꺼린 구장직원이 줄곧 감시를 했다. 두 사람은 돔투어에 참가한 관광객인 것처럼 위장한 뒤 주요 시설물 앞을 지날 때마다 한 명은 가이드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다른 한 사람은 그 틈에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스릴은 있지만 정작 중요한 노하우는 배우기 힘들었다.
“도쿄돔이 트러스트로 돔을 세우는 최신식이 아니라 공기부양으로 돔을 띄우는 구식이지만 장사는 가장 잘했다.” 특히 민차장이 놀란 건 운영기법이었다. “관중들의 동선에 따라 식음료 판매소의 위치를 고르고 남녀 비율에 따라 화장실을 배치하고 소변기의 개수까지 치밀하게 고려하는 세심함에 놀랐다.”

김대리도 돔구장 내 온도를 2~3도 가량 올려 맥주 판매량을 늘리는 도쿄돔의 상술에 혀를 내둘렀다. 민차장은 도쿄돔과 컨설팅 계약을 맺어 정식으로 노하우를 전수받기로 했다. 실제로 계약을 맺어 선급금으로 500만 엔(약 4천500만 원)을 지불했다. 도쿄돔의 노하우 공개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민차장이 도쿄돔으로부터 받은 책자는 돔팀에게 큰 도움이 됐다. 도쿄돔 관계자가 방한해 직접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도 했다.

건설팀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7월까지 중장비를 동원해 기존 골프연습장을 철거하며 터 잡기 공사에 주력했다. “당시 공사를 하는데 뚝섬 땅 밑이 온통 모래 천지였다. 갑자기 ‘공사비에서 모래값은 뺄 수 있겠는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모래가 있었다.” 이재섭 이사의 회상이다. 터 잡기 공사 후에는 곧바로 물을 막는 공사에 들어갔다. 각종 중장비들로 뚝섬 돔구장 터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당시 건설팀에 있던 한 임원은 “LG건설과 LG엔지니어링에서 파견 나온 돔팀 직원들은 최고의 전문가들이었다. 국내 최초의 돔구장 건설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며 “이번 기회에 돔구장 노하우를 흡수해 다른 나라로 돔구장 기술을 수출하자는 소리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간간이 건설팀과 신사업개발팀이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건설팀은 “설계가 빨리 확정돼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차분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아우성이었고 신사업개발팀은 “돔구장을 더 멋있게 짓고 수익성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즈음 돔구장 건설현장에 설치한 안전펜스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쓴 문구가 보였다. “이곳은 월드컵 축구장 대지다. 야구장이 웬 말이냐.”

축구계의 반발

1997년 8월 13일 조순 서울시장은 정례기자 간담회를 통해 “서울시의 재정 형편상 수천억 원이 드는 월드컵 전용구장을 건설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월드컵 개막식을 무리 없이 치르기 위해 전용경기장 대신 현재 계획 중인 뚝섬 돔구장이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개·보수해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2002년 월드컵조직위원회와 대한축구협회는 “사실상 전용구장 건립을 포기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조시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런데 여기서 불똥이 서울시에서 LG그룹으로 튄다. 축구계에서 “잠실주경기장 개·보수 문제를 들먹이는 건 뚝섬 돔구장 건립과 관련한 서울시의 LG그룹에 대한 특혜 의혹을 감추기 위한 면피용”이라고 맹렬하게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계의 반발은 이해할 만한 내용이었다. 애초 월드컵을 유치할 당시 문화체육부 김영수 장관이 월드컵유치단에게 “(월드컵을) 유치하기만 하면 축구전용구장 건립은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장담했다. 게다가 올림픽보다 세계인의 관심이 더 집중된다는 월드컵에서 축구전용구장 없이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개·보수해 사용한다는 것은 수치에 가까운 일이었다.

당시 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이었던 최창신 씨는 “축구계가 반발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고 말했다. 먼저 서울에 축구를 상징할 만한 구장이 하나도 없는데도 서울시나 정부에서 이를 방관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월드컵경기장을 서울에 짓지 말자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그냥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사용하면 된다는 소리가 높아졌다.”

두 번째는 축구전용구장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LG그룹의 돔구장이 예뻐 보일 리 없었다는 것이다. “매우 민감한 시기에 야구계에서 돔구장을 세운다고 하니 축구계로서는 고춧가루를 뿌리는 식으로 비춰졌다. 생각해 보라. 국내에서 축구는 전용구장 하나 없는 마당에 돔으로 야구장을 만든다니 화가 치밀 노릇이 아니었겠는가.”

마지막 이유에 대해서 최씨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내용이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관련한 이유였다. 한 축구인은 “월드컵 유치는 정회장 일생일대의 역작이었다. 그런데 막상 월드컵 경기는 LG그룹이 만든 돔구장에서 치른다고 상상하면 잠이 왔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돔구장을 둘러싸고 LG와 현대의 보이지 않는 다툼은 기업 감정 악화로까지 치달았다.

그렇다면 당시 축구계에서 LG그룹이 계획 중인 뚝섬 돔구장이 당초 계약(6만 5천 석)과는 달리 FIFA(국제축구연맹) 규격 미달인 5만 석 이하로 축소 설계돼 월드컵 개막식을 그곳에서 치를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은 무슨 뜻이었을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돔구장에서 무슨 축구냐’며 가슴에 리본을 매달고 다닌 건 어떤 의미였을까.

당시 뚝섬 돔구장 터를 항의 방문했던 전 축구협회 인사는 “우리 축구계도 LG그룹에서 6만 5천 석으로 좌석을 조정할 수 있고 돔구장에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그렇게 떼를 써서라도 정부와 서울시에서 축구전용구장을 지어주기를 바랐다. 거기다 야구에 대한 축구인들의 누적된 소외감과 열등감이 그런 식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돔구장 대지 특혜 의혹

축구협회의 항의와 함께 또 하나의 악재가 발생한다. LG가 추진 중인 돔구장을 둘러싸고 서울시의회가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일부 시의원들은 “LG그룹이 월드컵축구대회 전용구장으로 건설하겠다고 약속해 놓고선 이제와 야구전용구장으로 설계를 변경했다”며 “서울시가 LG그룹으로부터 설계 변경에 따른 로비를 받았는지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시 한 시의원은 한술 더 떠 “LG그룹이 월드컵 경기장을 핑계로 엄청난 부동산 투자 이득을 취하고 축구 대신 수지 타산이 맞는 야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서울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것이 틀림없다”며 “돔구장 대지 옆의 5만 3천 평에 이르는 공공시설대지도 LG그룹이 추가로 매입해 주차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며 남는 대지에는 대단위 레저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의혹 제기가 끝났을까. 당시 문석진 시의원(현 문석진회계사사무소)은 의혹을 풀기 위해 가장 열심히 뛰었다. 문의원은 시정 질의를 통해 “뚝섬 돔경기장 3만 3천 평의 부지를 주변 부동산시세의 3분의 1 수준인 평당 3백만 원씩 총 9백95억 3백만 원에 시가 매각한 것은 엄연한 특혜”라고 주장하며” “LG전자 상무로 재직 중인 조시장의 장남 조기성 씨 때문이 아닌가”하고 직격탄을 날렸다.

10년이 지난 2007년 현재 과연 뚝섬 돔구장 의혹이 사실이었는가 살펴보자. “대지 매입가가 특혜라면 특혜였을 것이다. 평당 290만 원이었으면 많이 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땅이 상업용지였나? 체육시설 용도로만 쓸 수 있는 땅은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대지 매입가를 특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김영수 씨는 지금도 대지 매입가 의혹에 대해서 납득할 수 없다. “월드컵경기장을 핑계로 엄청난 부동산 투자 이익을 취한다는 것도 말이 되느냐. 그럼 LG그룹이 그 비싼 경기장을 월드컵이 끝나면 헐고 아파트를 지으려고 했다는 말인가.” 당시 돔팀 관리팀에 있던 한 인사도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작심하고 속내를 털어놨다. “축구계와 시의회가 왜 6만 5천 석 개폐식이 아니냐고 해서 ‘그럼 좋다. 개폐식에 6만 5천 석 돔구장으로 만들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반발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돔구장에서 축구냐’며 거부했다. 그분들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사실 일부 시의원들이 ‘서울시와 맺은 약속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1996년12월 서울시가 발표한 사업자 선정 입찰공고 내용에는 ‘월드컵축구대회 준결승 이상의 경기를 개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6만 5천 석 이상의 다목적 개폐식 돔’이라고 명시돼 있지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축구경기장으로 쓰라는 문구는 들어 있지 않았다.

LG가 주차장 대지를 더 사들이려 했다는 의혹도 당시 돔구장 가설계도면을 보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민윤기 씨는 “미국에 있는 구장을 보면 상업시설을 잘 갖췄다. 특히 지하 활용을 잘했다. 우리는 지면 밑에 앵커를 깊숙이 박아 지하에다 주차장을 만들 예정이었다. 독일 설계회사에 용역을 의뢰하니 돔구장이 워낙 거대해 지하 한 층이면 충분하다고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다 지하 주차장을 입구와 출구를 달리해 경기가 끝난 뒤 주변 도로가 정체되지 않도록 설계하기도 했다. “월드컵 이후 야구장으로 쓰려는 목적은 수지타산이 아니라 처음부터 목표였다.” 반론할 필요가 없는 말이라는 뜻이다.

정계를 떠나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문석진 씨는 “당시 의혹 제기를 했으나 의혹을 해소할 만큼 조사를 벌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조사를 벌이려고 할 즈음 LG그룹이 돔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대답했다. 문씨는 최근 서울시 관계자에게서 “뚝섬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만감이 교차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LG그룹과 서울시 로비 의혹의 중심에 있던 조순 시장의 아들 LG전자 조기성 상무는 그 이후 거의 그룹에서 활동하지 않고 수년간 칩거생활을 했다. “청춘을 바친 LG그룹과 아버지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LG그룹뿐만 아니라 전자업계에서는 ‘전략의 귀재’라는 소리를 듣던 조상무의 칩거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세계 최첨단 돔구장

축구계의 반발과 각종 특혜 의혹에 시달리면서도 돔구장 건설은 계속 됐다. 1997년 8월 28일 LG그룹은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개폐식 돔구장 설계를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축구 6만 5천 명, 야구 5만 5천 명, 각종 이벤트의 경우 8만 4천 명까지 수용 가능한 초현대식 다목적 구장이었다.

LG그룹은 대지 매입이 결정된 1997년 1월부터 설계안 공모 작업을 진행했다. 세계의 이름난 돔구장 설계업체에 설계안을 내도록 했다. 여기에 응한 대표적인 업체가 미국 NBBJ와 일본의 다케나카 공무였다. NBBJ는 미국 내 돔구장을, 다케나카는 일본 내 거의 모든 돔구장 건설을 맡은 세계적인 업체다. 두 업체는 설계안을 들고 방한해 설명회를 벌일 정도로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였다. 설명회는 다케나카가 앞섰다.

“다케나카는 3D 영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그들이 설계한 돔구장은 완전하게 둥근 모양이었다. 천장이 거대한 큐브로 덮여 밀폐식이지만 자연 채광이 가능했다. 해가 강하게 비치면 전자 도르레로 차양막이 설치돼 그늘이 졌다.” 민윤기 씨의 회상이다. 그러나 더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돔 천장에 올라가 청소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케나카 측이 미쓰비시에 특별 의뢰해 청소하는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설계는 NBBJ 안이 채택됐다. “역시 밀폐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봐도 파격적이었다. 경기장하면 둥글다고 생각하지만 그 설계안은 사각형이었다. 지붕 역시 기와 모양이었다. 돔구장 측면에는 패션몰과 스포츠몰이 들어서게 설계돼 있었다. 이게 과연 한국 실정에 맞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NBBJ의 설계안을 따르면 건설비가 다케나카보다 1천억 원 가량 높은 3천5백억 원이 들게 된다. NBBJ의 설계안은 상업시설과 부대시설까지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스타디움 설계에만 그친 다른 회사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유일하게 축구장으로 전환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왜 LG그룹은 밀폐식이면서도 언론에 개폐식 구장을 만들겠다고 했을까. 당시 돔구장 건설에 깊이 관여했던 GS건설의 한 중역은 “500~700억 원 정도 들이면 언제라도 최고급 개폐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며 “그러나 LG그룹이 아무리 FIFA 기준에 맞춘다고 해도 반대하던 사람들은 어떤 구실로도 반대했을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돔구장 안을 갖고 있어야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사업개발팀이 돔구장 조감도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을 때 어쩐지 관리팀의 인상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민차장은 속으로 ‘자장면 시켜 먹으면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어째 관리팀은 인상이 늘 어두울까’하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사실 관리팀은 1996년부터 국내 경제의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있었다. 관리팀의 조언에 따라 건설팀에서는 의도적으로 공사를 천천히 진행하는 이른바 ‘우보작전’을 벌였다.

IMF로 사라진 돔구장

1998년 5월 26일 뚝섬 돔구장 건립계획이 서울시와 LG사이의 합의를 통해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보도가 흘러 나왔다. 서울시와 돔구장 건립업체인 LG돔(주)가 합의를 통해 돔구장 건설을 취소하고 LG그룹 측에 팔았던 대지 3만 3천여 평을 서울시가 환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서울시는 LG그룹이 낸 계약금 99억 530만 원을 돌려주고 추가의 보상금은 지급하지 않는 선에서 계약해지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축구계와 서울시의회의 압력에 결국 서울시와 LG가 굴복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민윤기 씨는 돔구장 건설 무산 이유를 “LG그룹과 서울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했다.

서울시가 언론과 축구계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럼 LG그룹과는 어떤 이해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가 닥쳤다. 몇백억 때문에 그룹 내 기업이 무너지는 때였다. 그런데 몇천억 원이 들지 모르는 돔구장에 연연할 수 있었겠나.” 민씨의 설명이다.

당시 관리팀 재경책임자였던 이재섭 이사는 “돔구장은 그룹전체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며 “1997년에 접어들면서 심각하게 상황을 진단해 윗선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민차장도 IMF 외환 위기 상황에서 돔구장 건설을 강행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돔구장은 적게는 6~7천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런데 1997년 경제위기가 오면서 6~7%하던 금리가 하루 아침에 45%까지 치솟았다”며 “그룹차원에서 돔구장 건설을 중단할지 연기를 할지 고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이사는 “최종검토는 LG그룹 재경부서에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토결과는 연기보다는 완전 중지였다.

검토결과를 본 구회장은 “꼭 철회해야만 하느냐”며 몇 번이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회장은 수 차례 같은 보고서를 받았어도 11월 돔팀을 LG돔(주)로 법인화 할 만큼 의욕이 강했다.

결국 구회장도 돔구장을 포기하고 만다. “5년 정도 연기하고 다시 돔구장을 지었다면 좋았을지 모른다. 당시 서울시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래도 LG가 철수한다고 하자 시에서 교각 등 사회간접자본 공사에 LG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LG그룹 모 임원의 말이다.

구회장의 동의를 얻은 돔구장 철회안은 LG돔(주)에게 전달된다. 그때가 1997년 12월이었다. 서울시가 발표하기 5개월 전이었다.

건설팀이 12월께 가장 먼저 원소속사로 복귀했다. 1998년 1월초에는 신사업개발팀이, 최종 정산을 위해 남아있던 관리팀은 3월에 해체한다. 관리팀은 서울시로부터 계약금과 법정이자는 물론 그간 투자했던 400억 원 가운데 상당액을 받아낸다. 알려진 것과 다르게 LG가 앉아서 손해만 본 것이 아니었다.

LG그룹은 해체된 LG돔(주) 임원 및 직원들이 원소속사로 복귀하자 사내 가장 좋은 자리를 배치했다. 10년이 지난 2007년 현재 40여 명이 됐던 LG돔(주) 구성원 대부분은 LG그룹에서 퇴사하거나 LG그룹에서 GS그룹이 분리될 때 자리를 옮겼다. 돔구장의 경험은 유효했다. 돔팀이 계획했던 구장 내 스카이박스와 대형할인매장 설치가 1998년 건설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이후에도 돔구장을 계획했던 프로야구단 등에서 과거 돔팀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심지어는 “그때 팀원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이벤트 업체를 운영하는 민윤기 사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자신을 LG그룹 직원이라 밝힌 인물은 “과거 돔구장 관련 자료를 민사장님께서 보관 중이라고 들었다. LG그룹 사료로 보관할 예정이니 자료를 줄 수 있겠느냐”며 정중히 요청했다. 민사장은 “알았다”고 대답한 뒤 모든 자료를 LG그룹으로 보냈다. 그 후 민사장은 우연히 “LG그룹에서 돔구장 건설을 위해 다시 스터디를 시작한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SPORTS2.0 제 60호(발행일 07월 16일) 기사








아.......................... 계획대로 됐다면.. 지금쯤이면.......... 벌써 돔구장에서 맞이하는 아홉번째 시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