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칼럼) 이제 노무현에서 자유로울 때다
- 작성일
- 09-04-12 15:32
| (손석춘칼럼) 이제 노무현에서 자유로울 때다 노무현 전 대통령. 끝내 우리에게 주어서는 안 될 허탈감을 주었다.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서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사과문은 적잖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도대체 무엇이 아쉬웠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혔다. ‘집’이란 ‘집사람’ 곧 권양숙씨를 뜻한다는 측근의 설명이 따랐다. 500만 달러가 조카 사위에게 입금된 사실도 퇴임직후 알았단다. 그러고도 되돌려주라고 하지 않았단다. 대통령 노무현 대체 무엇이 아쉬웠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들이 솔솔 흘러나올 때 침묵했던 이유는 있었다. 더러 왜 그 문제에는 입 닫고 있느냐고 내게 힐난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분명히 밝혀둔다. 칼럼니스트로서 내가 지닌 원칙이 있다. 사실 확인과 더불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다. 그가 퇴임 뒤 몇 차례 쓰고 싶은 글이 있었지만 그 때도 참았다. 그러기엔 이명박 정권의 실정이 연이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랬다. 대통령 재임 때 그를 비판했던 이유는 결코 비리나 부패 따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럴 리는 없다고 믿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그가 대한민국 군대를 파병했을 때, 신문권력과 제대로 된 정책 대응보다 소모적인 말다툼만 벌일 때, 무엇보다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제안할 때, 공권력에 농민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맞아 죽었을 때, 한미자유무역협정을 강행할 때, 대통령 노무현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가 늦게라도 그를 지지해준 사람들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기 바라서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그를 위한 비판에 귀 닫았다. 솔직히 고백한다. 지금 이 순간, 대통령으로서 그를 비판해온 나도 허탈한 데 하물며 노사모는 어떨까. 돼지저금통을 깨고, 촛불을 들어 그를 지켰던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불고 있는 찬바람은 또 어떤가. 하여,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간곡히 쓴다. 부디 가슴 쓰려하지 말기를. 이제 노무현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정치인 노무현을 있는 그대로 보기를. 참담함에 젖기에는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 우리가 과거에 연연해 참담함에 젖기에는 오늘이 너무 절박하지 않은가. 보라. 우리 앞에는 저 완고한 이명박 정권이 있다. 용산의 철거민 참사에도 지금 이 순간까지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이 되레 경찰책임자를 두남두는 정권이 있다. 최저임금제를 깎겠다거나 유예하겠다는 정권이 있다. 부자신문에 방송 겸영을 허용하려는 저들이 있다. 대통령 자신을 포함한 부자들의 세금을 대폭 깎으면서 대기업 노동자들까지 월급을 깎겠다는 대통령이 있다. 그래서다. 노사모는 물론, 행여 민주시민들이 절망하거나 낙담할 때가 아니다. 과거로부터 벗어날 때다. 절박한 현실을 마주할 때다. 내일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새삼스런 진실을 확인할 때다. 어느 누구에 기대지 않고 우리 스스로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때다. 우리 주권을 더는 누구에게 맡길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찾아갈 때다. 그 다짐을 할 때다. 그렇다. 노무현에서 자유로울 때다. 그에게도 자유를 주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