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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진(晉)나라 문공과 초나라 성왕이 성복대전을 벌인 이후로 백여년 가까이 두 나라는 필의전투, 언릉전투 같은 대전과 소전을 치르며 패권을 다투어 왔다. 이에 두 나라는 서로간의 암중모색은 계속되고.. 주위의 제후국들은 두 나라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붙으며 연합전선을 꾸리게 된다. 특히 춘추시대 초반 정장공을 통해 소패로 올랐던 정나라는 두 나라를 오락가락 하더니 정간공에 이르러서 진나라 평공에게 병합되었고.. 그러면서.. 진, 초 동맹을 맺게된 단초를 제공한 제후국중에 위(衛)나라가 있다. 특히, 위나라는 위성공이후 위헌공이 나라 정치를 제대로 못하고 무능력에 빠져 대부 손임부와 영식에게 쫓겨나 제나라로 출분해 망명생활을 한다. 이후 위나라는 위상공이 즉위해 10여년간 다른 제후들과 회합하고 친선을 도모하며 나름 태평성대를 구가한다.

이에 영식은 예전 위헌공을 쫓아 낸것은 자신의 의지보다 순임부에 의한 것이었기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제나라로 쫓겨난 위헌공을 꼭 모셔 와야 한다며.. 자신의 아들 영희에게 유언으로 남긴다. 이에 영희는 자신의 세력들을 끌어들여 위헌공 복위 운동을 펼치는데 계획대로 진행이 안돼자 위상공을 무참히 시해하고 만다. 결국, 위헌공은 다시 돌아오고.. 영희는 정승이 되어 나라일을 마음대로 처리한다. 이런 작태를 손임부 세력이 좌시하지 않고 진나라에 구원을 요청하니.. 진평공은 위헌공과 영희를 잡아 가두었다가 제나라 안영과 정간공의 화해 제스처에 둘을 풀어주었니.. 위나라는 예전부터 참 안습이라는..ㅎ 물론, 본국으로 돌아온 무소불위 영희는 반대파 세력의 기습공격에 공손 면여에게 죽으며 그 일가도 참살 당하니.. 마치 제나라 경공 시절 제장공을 시해후 숙청당한 최저를 보는듯 하다.

이렇게 위나라의 내분에 틈탄 진나라의 구원속에 초나라는 다시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되고.. 이를 눈치챈 송나라가 두 나라의 화합을 이끌어 내려한다. 이에 송나라 좌사 상술의 중재로 오래 앙숙간이었던 초나라는 영윤 굴건이 채, 진(陳), 허나라등 속국을 이끌고.. 진나라에는 대장군 조무가 노, 위, 정나라의 대표들을 이끌고 송땅에서 회맹을 통해 동맹을 맺으니 때는 기원전 541년의 일이다. 하지만 두 강대국이 이런 합의를 본것은 각국의 이해타산 때문이었다. 초나라 입장에서는 초공왕 이래로 늘 진나라 세력에 도움을 받으며 나름 커진 오(吳)나라의 침범을 받아 변경이 편한 날이 없었으니.. 이참에 진과 우호를 맺고 난 다음에 오나라 치는 일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한편 진나라 입장에서는 초군이 이미 병합한 정나라를 계속 쳐서 골치가 아프던차에 이 참에 초나라와 친선해서 골치를 덜 생각이었던 것이다. 암튼.. 이때부터 진과 초나라 사이엔 큰 전쟁이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초나라는 이제 진나라 대신 오나라를 치는 일에만 매진하더니 초강왕이 오군을 치기위해서 수군을 기르는 사이.. 오왕 여제가 초나라 속국인 서구를 반역케해 초나라를 치려고 상국 굴호용(하희 남편 굴무의 아들)을 보내니.. 초나라 영윤 굴건은 반역한 서구를 치기 위해 노장군 명사수 양유기를 보냈지만 양유기는 자신의 활재주만 믿다가 장렬히 전사하고 만다. 양유기의 전사를 두고 예전에 초공왕이 '재주를 믿는 자는 반드시 그 재주 때문에 죽는다'고 말한것을 상기해 볼 일이다. 하지만 굴건은 정병을 이산에 매복시켜 오군을 무찌르고 서구를 멸망시켜 버린다. 결국, 이듬해 초강왕은 다시 오나라를 아주 쳐없앨려고 진(秦)나라에 군사 원조를 청하고 진경공이 군사를 내주어 초군을 도와주었지만..  오군의 정병들이 강 어귀를 워낙 굳게 지키다보니 쳐들어가질 못한다. 이에 초군은 그냥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창피해서 화풀이겸 오랫동안 진(晉)나라를 섬긴 정나라를 친다.

이때 양군이 싸우다 초나라 군사가 정나라 장수 황힐을 사로잡게 되자.. 초나라 장군 천봉술과 공자 위(후에 초영왕)가 서로 자신의 공이라며 다투게 된다. 사실, 황힐을 체포하는데 천봉술의 공이 더 많았으나 공자 위는 자신의 위세를 이용해 억지 주장한 것이다. 이에 중재로 나선 태부 백주리는 포로 당사자에게 물어보자고 하면서 공평히 판결하지 않고.. 다분히 공자 위에게 아부하는 의미에서 황힐에게 손을 위로 들어 공자 위를 가리키고.. 다분히 손을 아래로 내려 천봉술을 가리키면서 어느 쪽이 자신을 생포했냐며 교묘하게 묻는다. 물론, 사태를 재빠르게 눈치챈 황힐은 공자 위를 가리켜 유리하게 진술하며 위기를 모면한다. 이때 생긴 고사가 상하기수(上下其手)로.. 즉, 사정(私情)에 얽매여 잘못인 줄 알면서도 억지로 다른 방향으로 돌리거나 불평공하게 처리하는 것을 지시하는 말로 쓰인다. 이것은 곧 권력을 지닌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도 할 수 없이 옳고 그름을 반대로 말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작금의 시대와 싱크가 딱이라는..ㅎ 이 일을 시로써 탄식한 것도 있으니 이렇다.

싸움에서 세운 공로의 사실 여부를 가리는데도
일종의 암시를 써서 왕족에게만 유리하도록 아첨했도다
자고로 막부의 논공이란 것도 거의 다 이 모양 이 꼴로 했으니
그 누가 공명정대한 법을 지켰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