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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동호직필(董狐直筆)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진(晉)나라 영공이 폭군에 황음무도함으로 사람 사냥을 즐기는등 막장짓을 하자 당시 상국 조돈은 영공에게 충언을 하지만 말을 듣지 않고.. 도리어 조돈을 죽이려 한다. 이에 조돈은 진나라 국경 근처로 도망쳐 잠시 몸을 피한다. 하지만 조정에서는 조돈의 조카 조천이 나서 갑사들을 동원해 진영공을 무참히 죽인다. 결국, 조정으로 돌아온 조돈은 영공을 장사지내고 진후에 자리에 문공의 아들 흑돈을 앉히니 그가 바로 진성공이다. 이후 성공은 모든 국정을 조돈에게 맡기니 자신의 이복동생 조동 삼형제를 천거해 대부에 임명케하고 조돈은 계속 승상의 직위를 유지하며 조씨의 세력은 더욱 번창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조순이 우연히 사관(史館)에 들렀다가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한다. 역사 기록을 담당하는 동호(董狐)가 사책에 이렇게 기록했던 것이다. '주광왕 6년(기원전 607년) 9월 을축일에 조돈이 군주인 이고를 도원에서 시해하였다' 춘추에 나와 있는 원문은 '추9월 을축 진조둔 시기군이고(秋九月乙丑晉趙盾弑其君夷皐)'이다

이에 놀란 조돈이 항의하며 난 시해사건때 망명을 가기 위해서 수도 강성에서 200리나 떨어진 국경에 있었는데.. 나더러 죽였다고 적다니 말이 되는가.. 그러자 사관 동호가.. "승상의 몸으로 망명을 갔다고 하나 국경을 넘지 않았고.. 곧바로 돌아와서 시해한 사람을 벌주지 않았으니.. 그런데도 상국인 그대가 그 일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있겠습니까? 구차하게 변명한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니.. 이 일의 주모자는 승상이 아니고 누구이겠습니까.." 이에 조돈이 지금이라도 기록을 고칠 수 없겠냐 묻자.. 동호는 "시시비비를 있는 그대로 쓰는것이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임무입니다. 승상께서 권력으로 저의 목은 칠 수 있겠지만 제가 쓴 간책은 절대 고칠 수 없습니다." 라며 확고하게 응수하자 조돈은 한탄한다. "역사를 담당한 사신의 권한이 정승보다 중하구나.. 당시에 내가 국경을 넘지 않아 이와 같이 만대에 악명을 남기에 되었으니 후회막급이로다.." 여기서 바로 동호직필(董狐直筆)이란 고사성어가 생겼는데.. 즉, 진(晉)나라 사관 동호가 조돈 같은 정승의 권력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자기가 쓴 역사를 그대로 지킨데서 온 말이니..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실을 있는 대로 써서 역사에 남기는 일을 말한다. 이에 사신이 동호를 칭찬한 시에 일렀으되..

용렬한 사관은 사실을 기록하고          훌륭한 사관은 그 뜻을 먼저 베네
임금은 조천이 시해했지만                  그 죄는 조돈이 뒤집어썼네
차라리 자기 머리가 잘릴지언정          붓으로 아첨할 수 없다고 했으니
뛰어나도다 동호여!                            두려운 건 시비니라..

후에 공자는 그가 편찬한 '춘추'에서 이렇게 평가한다. "동호는 훌륭한 사관이었다. 사실을 쓰는 데 조금도 숨김이 없었다. 그리고 조돈은 훌륭한 정승이었다. 사관이 쓴 악평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국경만 넘었더라면 사관의 악평을 면할 수 있었을 터인데 그 점은 안타깝다"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조돈의 아버지 조쇠는 겨울날의 햇볕이고 조돈은 여름날의 햇볕이다.' 곧 겨울날의 햇볕은 가까울수록 따뜻하지만.. 여름날의 햇볕은 가까이 할수록 더욱 뜨겁다는 뜻으로.. 이는 조돈이 더욱 엄격하였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이렇게 동호직필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절대 권력자의 횡포에 대항하고 고발하는 말로 쓰이니.. 진정한 사관은 권력자의 횡포를 있는 그대로 후세에 전해 주려고 목숨을 내놓고 역사에 기록해야 하고.. 반대로 권력자의 비위에 맞추어 자신의 영예를 도모하려고 직필로 기록하지 않고 사실을 왜곡하여 쓰는 것을 '곡필아세(曲筆阿世)'라고 한다.

작금의 시대에 반추해보면.. 곡필아세로 곡학아세하는 이가 많으니 심히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