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Sophia는 제가 아끼던 애마의 이름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테지만 가난한 제가 차가있을리도 없고,

여기저기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소피아는 제가 군인일때 타던 탱크의 이름입니다.

전 K1A1의 조종수였습니다.

제가 일병 무렵일때 기존에 타던 K1을 타 부대에 보내고

말끔한 새 탱크를 받았죠.

윤기가 좔좔흐르는 탱크가 기차에서 내리는 걸 볼때

거기에 딸린 부속품들(빛나는 공구들부터, 새 구명조끼, 푹신한 침낭까지)을

박스에서 하나하나 꺼내서 정리할 때 기쁨이란

택배 박스 뜯는 기쁨의 열 배는 된달까?


탱크의 승무원은 4명이지만 탱크의 정비를 주도하는 조종수가 '내 차'라는 애착이 가장 강합니다.

전 그래서 새차를 받자마자 냉큼 이름을 붙일 궁리를 했었죠.

어떻게 보면 가공할 살상 무기인 탱크에 이질감을 느끼고 있던 제가

자신을 기만하면서 뭔가 다른 존재로 여겨지게 하고 싶었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선박의 명명식을 여성에게 맡기듯 괜히 저도 여자 선배에게 이름을 지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불가리아의 수도가 야경이 정말 아름답대. 소피아로 해라."

소대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렇게 제 탱크의 이름은 소피아가 됐습니다.

그래서 소피아는 저만 불렀던 이름입니다;;;

탱크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면 맹수가 크르렁대듯 엄청난 소리가 납니다.

이런 무서운 놈을 소피아라고 부르는 그 언밸런스함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

여튼 이름이나마 지혜의 여신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도시 이름이기도 한 소피아를

달고있는 제 탱크에 어느날 문득

혼을 담은 문신을 해줬습니다;;;;

조종석 안에서만 보이는, 조종수 자리에서도 쉽게 안보이는 그 곳에

반질반질 하얗게 윤이나는 그 곳에다 조그맣게 써줬습니다.


"Vive la commune"


숨막히는 부대 분위기 속에서  자기가 품고있던 가장 은밀한 말을 몰래 한사람에게 속삭이듯,

경건하게 적어나갈 때, 그 가슴설렘이란....;;;;

전역할 때까지도 그 낙서는 들키지 않았고, 소피아란 이름은 저만 불러준 이름이었습니다. -_-;;

하지만...... 한국군의 어떤 탱크는 소피아란 이름을 달고 "commune"의 정신을 품고

지금도 달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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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런저런일로 전역 3년만에 부대에 놀러갔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두서없는 출첵용 잡글을 남겨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