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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린 감독 특별전이 시네마 테크 부산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워낙 위대하신 분이시라 놓칠 작품이 없지요.

어제 이 분의 영화 <라이언의 딸>을 보러 갔습니다.

1970년 영화니깐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추억이 많은 영화일 겁니다.


학창시절 단체관람 때의 추억이나 할머니와 연애할 때 같이 봤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서인지 노인분들이 많이 오셨더군요.

저는 내심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험적으로 시네마 테크에 나이가 아주 어린 아이들이 오거나 나이가 아주 많은 분들이 오면 관람 태도가 안좋아집니다.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이 영화를 관람할 경우, 주의력이 떨어지므로 가능하면 아트 하우스 상영관에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는게 좋지요. 작년에 허우 샤오시엔의 <동동의 여름 방학>을 시네마테크에서 20명의 꼬맹이들(학원 쌤이 이 영화가 코미디인 줄 알고 데려왔더군요)과 보다가 제가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어제, 영화관의 2/3가 할아버지 할머니였습니다. 이 분들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맞장구를 칩니다. "그래.. 에구 남편 몰래 저렇게 바람을 피면 나중에 큰일나지.." "맞어... 저희들만 모르는줄 알지 다른 사람들은 다 알잖아"... 이런 식이죠.

그리고 항상 목격하는 광경은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유부녀가  영국군 소령과 숲속에서 대낮에 사랑을 나누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사운드는 숲속의 물소리, 이름모를 새소리, 풀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스쳐가는 바람 소리로 채워집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사씬일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앞쪽에서 전화벨이 울리더만..

"어.. 그래 국세청 홈페이지 들어가서 살펴봐라.. 나도 우리 아들내미에게 배웠다... 응..."


5분 가까이를 쉬지 않고 떠드는 겁니다. 제 옆에 앉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용히 해달라고 해도 막무가내더군요.


그리고 영화의 라스트 씬... 여주인공과 남편의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이제 뒤에서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그의 패악 수준에 가깝게.. "그래 오랜만이다.. 내 영화보고 있다.. 응... 술한잔 해야지.."


어제 그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있는 영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제의 추억만큼은 결코 기억하고 싶지 않네요..


정말 나이드신 분들이 왜 이러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