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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흐름에 촉각… 李대통령 재정전략회의 등 일정 연기

청 와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24일에도 직원들이 아침 일찍 출근하는 등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애도와 근조 ‘모드’ 속에 다들 말을 아꼈고, 근저에는 ‘긴장’과 ‘우려’도 감지됐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아예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면서 입을 닫았다.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가 검찰 수사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자칫 ‘정권 책임론’과 ‘반(反) 이명박 집회’로 확산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민심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일요일인 이날 통상 오후 3시에 하던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회의 시간을 앞당겼다. 그만큼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조문 방안 등을 검토하고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과 함께, 한 치도 예에 어긋남이 없이 정중히 치러지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봉하마을 빈소에 다시 보냈다.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전날 이 대통령의 조화가 훼손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해왔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처음부터 직접 가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고, 조문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다만 경호문제가 있어 일정은 미리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열려던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를 26일 국무회의 직후 개최하기로 하는 등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관저에 머물렀다.

수시로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전략회의는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 예산을 포함해 오는 2013년까지 중기 재정운용 방향을 짜는 자리다.

청와대는 야권과 친노 진영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른바 ‘검찰 책임론’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후폭풍이 청와대로 연결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청와대 고위 인사는 “검찰이 부당한 수사를 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겠지만, 정당한 절차와 방식에 따른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면서 “수사과정을 되짚어는 보겠지만 여론에 밀려 일방적으로 비난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 부적으론 속도가 붙고 있는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려나가면서 ‘이명박표 개혁’을 어떻게 밀고나갈지에 대해 고심하는 기류도 나타났다. 이미 한나라당에서 6월 임시국회 연기론이 나오다 보니, 경우에 따라 ‘개혁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야권에선 정부에 대해 비판의 날을 곧추세우고 있는 터다.

청와대는 특히 시민들의 조문과정에서 공권력과 충돌이 벌어지고, 만에 하나 ‘불상사’가 일어날 경우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경찰 등에 법대로 하되 ‘과잉 대응’을 하지 말도록 지시한 걸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현 국정기조를 유지하면서 일은 일대로 하나하나 해나갈 것”이라면서 “다만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민심이 어디로 흘러갈지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으므로 모든 부분에 걸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최재영·이용욱기자 cjyou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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