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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때 아닙니까?초상집에 불지르는 사람도 있습니까?북한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에 대해 반듯하고 깍듯한 애도를 했어야 합니다. 마땅하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차리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앞으로 한반도사태가 매우 위중할 수 있다는 뚜렷한 신호입니다. 다른 이도 아닌 노무현전대통령의 죽음앞에서도 핵실험을 강행하는 북한을 보며 그들이 늘 입에 달고 산 '민족'은 과연 무엇인가? '끼리끼리'라는 그들 나름대로 살갑게 했던 표현들은 장미꽃의 가시가 아니라 이웃 사람의 목숨을 벼릴 수 있는 비수도 될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자들의 삶'이 참으로 녹록치 않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야하고 이 위기와 이 어려움을 뚫고 나아가야 합니다. 살아간다는 것-그 삶의 무게는 유행가 가사그대로 등이 휘어지는 무거움입니다. 아니 그 이상입니다. 저는 힘들때, 좌절할 때 어린 시절 보았던 꼬부랑할머니를 늘 떠올립니다.

숱한 고통과 삶이 주는 횡포에도 꿋꿋이 버틴 '비바람에 견딘 소나무'같은 모습-저는 그 초라함과 비루함, 구차한 겉모습이 '위대한 인간승자'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야말로 모진 풍파를 이겨내는 것이 삶이라고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그 모습을 통해 배웠습니다. 인간은 찬란한 기쁨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동시에 삶이 주는 잔혹함, 뭇 사람이 주는 오욕에도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인간에서 살아있다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오래전 제가 좋아하는 한 시인은 '슬픔은 아름다움이다'라고 했습니다. 동시에 '아름다운 것은 모두 슬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젊은 날 의아했던 그 표현이 오늘 손에 잡힐 듯이 제게 다가옵니다.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만드는 것--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며책임이며 의무인 것입니다.

2009년 5월 26일
전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