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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의 지역감정이 요즘들어 여러 게시판에서 이슈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경상도 지역감정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유치원(다니지는 않았음) 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생활까지 최소 25년을 살았습니다. 지금은 대구의 정치1번지라 불리는 수성구의 범어동에서 거의 대부분을 자랐습니다. 지금은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지만, 군생활 마치고 자리를 잡으면서 대구로 내려갈지 서울에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아내가 되었지만, 여자친구의 만류가 아니었으면 아마 대구로 내려가서 자리를 잡았을 겁니다. 학교다닐때는 나름대로 분위기에 휩쓸려서 운동권도 기웃거려보고 했었습니다. 지금은 대통령의 멘토나 다름없는 이재오 전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우재 전의원, 장기표씨 등이 있던 민중당 청년학생위원회 활동을 잠깐 했었습니다. 진짜로 잠깐이었죠. 그 이후는 머리가 나빠서 겨우겨우 졸업하느라 별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군생활을 마치고 수도권에 자리를 잡은게 2000년 초반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부모님이 대구에 계셨고, 처가도 대구고, 친한 친구들도 대구에 많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대구에 내려가는 횟수도 많았습니다. 사실 전 서울에 자리를 잡았으면서도 언젠가는 대구에 내려가겠다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릴때도 대구의 경제상황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아시다시피 IMF이후로 지방이 경기가 좋았던 적은 없습니다. 울산 정도나 괜찮았을까요? 당연히 대구도 경기가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항상 그 원인은 한가지였습니다. "전라도 정권이 들어서서 대구가 망했다"였습니다. 심지어 "광주에서는 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닌다더라" 소리도 들은적 있습니다. 저 지금 30대 후반입니다. 2000년 초반에는 30대 초반이었습니다. 제 친구들도 당연히 제 나이대였습니다.

한번은 제가 친구들 앞에서 침튀겨가며 아니라고 얘기한 적도 있었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제 얘기를 맞장구치는 친구도, 진지하게 들어주는 친구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냥 전라도 정권때문에 경상도가 차별받고 있고, 김대중 노무현 좌빨들이 정권잡아서 나라가 망하고 있다가 전부였습니다.

일단 제가 대구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알고 있는 사실은 분명히 얘기해야 하겠습니다. 대구경제가 망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때문도 아니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때 망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김영삼정권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대구의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교묘하게 선동하는 것이 경상도 출신들이 중앙정계에 없어서 발전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지역신문인 매일신문에도 지역예산 타령하면서 이런 이유를 드는 기사가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정권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선거때만 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선동이긴 하지만 대구는 유독 이게 심하고, 아직도 먹혀들어간다는게 문제인 것입니다.

지금은 지방자치 시대입니다. 중앙관계에 고위직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예산 몰아주기가 불가능......한줄 저는 알고 있었는데 아직 그게 가능하긴 하더군요. 포항에 쏟아부은 예산을 보니까 아직도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방정부 예산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삭감해서 특정 지역이 아니라 호남퍼주기, 영남퍼주기 식으로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대구경제가 망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방자치의 시작과 관련이 많습니다. 본래 잘나가던(?) 시절 대구 경제의 두 축은 섬유와 건설이었습니다. 섬유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권의 비호아래 대구경북 지역에는 섬유공장이 많았습니다. 건설은 지금은 망했지만, 한때 수도권으로도 진출했던 청구, 우방, 보성 등등이 중앙건설업체가 대구에 발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잘 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섬유는 사양산업이었습니다. 당시 초대민선대구시장이었던 문희갑은 이를 위해 섬유공장을 현대화하고, 자동차산업을 유치해 대구경제의 근간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추진된 것이 위천공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천공단은 당시 김영삼대통령의 지역인 경남지역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되고 맙니다.

또한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쌍용자동차를 구지공단에 유치하고, 노태우정권시절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상용차를 성서공단에 허용해주면서 삼성자동차를 대구에 유치하려고 했지만 김영삼정권시절 결국 삼성자동차는 정치논리에 의해 부산으로 내려가게 됐습니다. 당시 부산 신호공단 부지는 자동차공장을 만들기에 문제가 많다는 말이 많았는데, 누가봐도 정치적인 결정으로 결국 부산으로 내려가게 된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IMF로 쌍용자동차는 부도위기에 몰리며 공장 이전이나 증설은 물건너 가면서 대구의 자동차산업 육성은 완전히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건설업은 한때 수도권에도 진출할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청구-대구방송, 우방-우방랜드)으로 IMF를 맞아 한순간에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밀라노 프로젝트 등으로 섬유산업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했지만, 말 그대로 헛구호였지요.

그리고 노태우정권시절 경제수석이고, 위천공단을 추진한 문희갑 시장이 비리혐의로 구속되고 후임시장이 된 게 조해녕입니다. 조해녕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이 되었지만 재임시절 지하철 사고 수습 등에서 보여준 사실만으로도 입이 아플 정도로 무능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대구경제가 어렵게 된 것은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인 섬유산업을 고도화 하기 위해 추진한 위천공단이 김영삼정권시절 부산경남지역의 반대로 무산되고, 또하나의 축인 건설이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IMF때 망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거기에 무능한 한나라당 출신 시장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경제발전 계획을 못 내놓으면서 벌어진 것입니다. 시기적으로 정권교체기와 맞물렸지만, 온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능한 지역정치인들의 행태가 거기에 한몫을 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대구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무능한 조해녕시장이 재선은 꿈도 못꾸고 물러났지만, 그 후임으로 조해녕시장시절 행정부시장 출신인 김범일 현시장을 한나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뽑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래서야 지역정치인들이 지역민이나 지역경제를 생각하겠습니까? 중앙당 눈치를 보겠습니까?

대구와 비슷한 시기 경북은 이의근지사 재임시에 나름 준수한 경제성적을 올려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정권과 경제발전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제 친구나 주변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포기했지만, 지난 선거때도 제가 대구내려가서 한 얘기가 "제발 한나라당 말고 무소속이라도 좋으니 한명만 뽑아라"였습니다. 미꾸라지 키우는 양식장에는 메기를 한마리씩 넣는다고 하더군요. 메기가 미꾸라지를 잡아먹지만 덕분에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다니느라 열심히 헤엄을 쳐서 더 잘 자란다고 하더군요.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꼭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이 아니어도 좋다. 무소속이라도 좋으니 한명만 뽑아도 한나라당에서도 정신차려서 지역민심이나 지역경제를 신경쓸거고, 의원들도 정신차려서 지역민들 신경쓰는 척이라도 할거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약간 동감은 하더군요. 하지만 결과는? 아시다시피입니다.

제가 아는 대구는 현재로서는 답이 없는 도시입니다. 언젠가는 변화가 있겠지요. 지금보다 더 할 수야 있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한다면 대구는 절대 지금보다 나아질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볼때 대구에 변화는 8년후에나 가능합니다. 이명박 정권내에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제2의 IMF가 와도 좌파정권이 10년간 나라를 망쳐놔서 그럴거라고 할겁니다. 경제가 아무리 어렵고, 나라가 아무리 망해도, 다음 대선에는 박근혜를 압도적으로 몰아줄 겁니다.

박근혜가 5년간 삽질해서 '지역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고, 정권 잡아도 별 수 없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야 변화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대구 사람들은 그전에는 변화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부디 제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