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늘 그렇듯이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나고 나면 그때는 세상이 무너질 듯하고 종말이 온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그걸 잊고 각자의 길을 따라 살아갑니다.

유학간 고등학교에서 만난 두 시골 아이가 도회지 아이들 속에서 먼저 친구가 되었다가,

한 녀석이 불의의 병으로 갑자기 죽었을 때, 남은 하나는 편지를 쓰고 불사르던 짓을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그 친구의 이름마저 가물거리는 때가 왔던 것처럼 말이죠.

그 기억때문일까요. 만화나 영화에서 그런 스토리가 눈에 더 잘 띄더군요. 살아남은 자들의 미안함에 관한 얘기들이요.

아마도 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변명을 만들기 위해서겠죠.

예전에 제가 올렸던 강경옥 쌤의 '다이아나'라는 만화( http://www.baseballpark.co.kr/bbs/board.php?bo_table=bullpen&wr_id=736596 )

역시 제가 받았던 위로였죠.

허영만의 '식객'에는 고시공부하는 자신을 뒷바라지하던 여자가 자신때문에 죽게 된 후 자책감에 며칠 동안 굶다가

결국 미친 듯이 생쌀을 씹어먹는 자신의 모습에 울부짖는 얘기도 나오더군요.

영화 러브레터에서 인상깊었던 '오겡끼데스까'에서 그에 대한 원망과 이제는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의 살풀이처럼

느껴졌었고요.

드라마 연애시대에는 아이를 지운 교수 부인이, 입덧으로 아무것도 못먹다가 뱃속의 것이 없어졌다고 빵 3개를 정신없이

먹었고 그 기억을 죽을 때까지 안고 살아가면서 벌을 받겠다고 했었죠.

'좋은 사람'이라는 만화에서는 죽은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새로운 사랑의 감정에 방황하는 미망인의 얘기도 있고요.



슬픔의 기억도 어느새 해어지고, 또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겠죠.

그리고 어쨌거나 힘차게 살아남아야겠죠.

'좋은 사람'에서 나온 말처럼, 떠나간 사람들은 우리가 그 사람들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바라지 않겠죠.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말입니다.


역시, 어쨌거나 힘차게 살아남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