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7시 조금 넘어 도착해서 열시 조금 넘어까지 있다가 가두행진 도중 빠져 나왔습니다.
여기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그냥 혼자 참여했습니다. 아무말없이 조용히 있고 싶었거든요.


저는 노빠입니다. 아니, 노빠이기 이전에 유빠라고 하는게 맞겠군요.
종로구에 계속 살았는데요, 그래서 운좋게 노통과 악수도 해보고,
개혁당에 돈내고 처음으로 당원도 되어 보고, 그 인연으로 지난 대선때 선거인단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남는 건 좌절과 슬픔뿐이었습니다.
지난 5년간은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모두가 노무현을 욕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귀를 틀어막고 자리를 피하거나 애써 쓴웃음을 짓는 것 뿐이었습니다.


줄기차게 그를 욕하던 사람들이 죽음 이후에 마치 원래 사랑했던 것처럼 부르짖을 때 소름이 돋았고
그를 모른다고 하고 그와 인연을 끊겠다던 사람들이 그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말을 할 때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모든게 괜찮았습니다.
그를 기억해주는 것만으로 고맙고 또 그분께 죄송스러웠습니다.



저는 오늘 집회에 참석한 것도 그냥 단순하게 노통이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노동계에서 대표 연설을 하는 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고,
왜 시국 선언문을 저런 사람들이 하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민주주의를 살려야 한다고 부르짖을때마다 노통의 죽음이 언급되는 것도 마뜩치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그런식으로라도 다시 촛불이 켜지고, 또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쌀쌀하더군요.
하지만 춥지 않았습니다.


오늘 시청으로 가신 모든 분들이, 또 전국에서 집회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몸 성하게 집으로 귀가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