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첫사랑은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첫키스도, 첫 관계도 그 아가씨였으니, 어떻게 보면 행운이기도 합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연애를 몰랐듯 그 아가씨도 연애를 몰랐고,
제가 제멋대로였던 만큼, 그 아가씨도 제멋대로였던게죠.

고등학교 시절, 절 참 들었다 놨다 했었죠.
집은 바로 5분 거리에 있던, 다른 고등학교의 여고생.
반년 남짓 사귀는 동안, 많이도 다투고, 많이도 울고, 많이도 좋아했었습니다.
상처가 많은 아이여서, 더 감싸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중학교때부터 친하던 친구와 척을 진것도 그 아가씨 때문이었죠.

결국 그쪽 어머님이 관계를 아시고 그 아가씨 머리를 석둑석둑 잘라버려서,
다시 만나자는 말 한마디 못하고 채였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건 군대에 가서입니다.
상병때, 변덕으로 검색해 본 싸이월드에 기대없이 보낸 쪽지.
토요일 오후, 갑자기 걸려온 소름끼치도록 그리웠던 목소리.

휴가를 나가서, 다시 만나고, 다시 사귀자고 했었지만.
2주만에 무참히 절 차버렸네요.

사실 이유는 모르겠어요.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미칠듯이 힘들었고, 정말 어떻게든 잡고 싶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난 날, 그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이야기했던,
야위고, 바랜 머리카락을 가졌던
가죽 옷을 입은 모습이 아직도 간간히 눈에 맺히네요.

사실 아직도 절 미치게 했던 그 청동빛 눈동자가 기억납니다.
다시 돌아가면 그 애랑은 만나지 않겠어, 라고 생각해도.
다시 그 눈을 보면, 그런 생각 따윈, 들지 않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