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오늘 롯데와 기아의 경기에서 다소 간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 논란에 조금 끼어들기도 했습니다만. 그 과정을 지나
면서 팬심이란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돼습니다.

확실한 물리적 판정 지점을 떠나 야구란 게임에서는 항상
수 많은 논란이 발생합니다.  뭐 물론 단지 야구란 스포츠만의
특질은 아니겠습니다만.

같은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순간적으로 각기 다른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이 건 역시 팬심의 발로이겠지요.
스트파잌이었으면 좋겠고 반면 볼이었으면 좋겠고
아웃이었으면 좋겠고 또 반면 세잎이었으면 좋겠고
그런 팬심이 동일한 장면을 두고 순간적으로 다른 판단을
하게 만드는 거겠지요.

하지만 이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을 조장하는 팬심
이라는 것이 없으면 야구는 그리고 모든 스포츠는  
관객의 입장으로 지켜보기엔 정말 시금털털하고 김빠진
무엇일겁니다.

전 롯데팬이었고, 롯데팬이고, 롯데팬일겁니다.

작년 여름 쯤이던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직장 회식자리였는데요.
2차를 간 가게에서 마침 야구 중계를 틀어놔서 어느 새
이야기가 야구 이야기로 넘어갔죠. 이 팀 저 팀 팬들도
다 제각기였습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구요. 대략 40여명이 모여있었으니까요.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도 KBO 야구팀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조직의 수장인 이사가 그 팀의 열렬한 팬입니다.
원래 그 팀 팬이었는 지 아니면 회사팀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야구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이사가
술자리 반 농담으로 모두 그 팀 팬으로 바꾸길 종용하더군요.
물론 술이 좀 얼큰하게 된 상태에서 시작한 장난 반 농담 반
이었습니만,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다보니 은근히 조금 쯤은
장난이 아닌 부분도 생겨났달까요.

뭐 그러다 보니 처음엔 농담으로 반항하던 다른 팀 팬인
동료들도 역시 농담으로 그 팀 팬으로 적을 바꾸게 됐지요.
근데 이 이사가 좀 집요하게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확인하
더군요. 결국 내 차례가 됐죠.

"야 너도 이제 부터 ** 팬 할 거지?"
"하하....아뇨 전 롯데팬인데요.-_-a"

이렇게 돼버렸죠.  
뭐 어차피 술자리 농담 성격의 강권인데 그냥 맞춰주면
될 것을 제가 또 저렇게 뻗댔죠.;;;

순간 분위기 썰렁~ 
그러다 대강 넘어갔습니다만...
그로부터 5차까지 이어졌던 술자리 내내 이사가 틈만 나면
찝적대더군요. 팀 바꾸라고..--;;
그 때마다 농담 식으로 절대 안바꾼다며 계속 뻗대고...
이사는 조금 씩 감정이 쌓이는 듯도 보이고...;;

결국 주변 동료들도..걍 바꾼다고 해라..
그냥 좋게 좋게 가자...뭐 이런 식으로 종용하고...
사실 그냥 술자리 농담 이상이 아닌 것을 그냥 맞춰줘도
좋은 것일건데 그러기 싫더라구요. 
뭐..계속 대강 대강 웃으며 버티다가..마지막 5차
노래방에서 제가 질러버렸죠.
선곡한 곡이 나오길래 노래 부르러 나가서 마이크
잡고 전주 부분에서 한 마디 했습니다.

"제가 더 이상 롯데팬이 아니게 되는 경우는
이 세상에서 야구란 게임이 없어지고 난 다음일 겁니다.
롯데 화이팅!!! -_-a" 

.... 뭐.. 순간 좀 뜨악한 분위기였습니다만
다행히 다들 웃는 분위기로 마감이 돼더군요...


참..팬이란 건 말이죠...

아무 것도 아니면서, 절대적인 것!!

그런 게 아닐까요?...^^a